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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3년 - 레벨 1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53
조성자 지음, 이영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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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3년 /기차에 대한 추억과 악몽을 담은 동화~

 

 

평소에도 여러 번 드나드는 화장실은 내 몸에 필요한 공기나 물 같은 존재입니다. 물과 공기처럼 늘 고마운 존재이지만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장소죠. 화장실은  내 몸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장소인데다 내 몸의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은혜로운 장소이지만 만약 컴컴한 화장실에 갇히게 된다면 아마도 폐쇄공포증에 떨지 않을까요? 이처럼 아무리 고마운 장소라도 갇히게 되거나 나쁜 추억을 갖게 된다면 이전에 느끼던 이미지와 영 딴판일 겁니다. 기차라는 추억의 장소도요.

 

기차라는 공간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낯선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 복잡한 역 한구석에서 먹는 시원한 우동 등 좋은 추억이 가득한 장소입니다. 만약 그런 기차 안에서 갇히게 된다면, 더구나 어두운 시각에 갇히게 된다면 기차 안은 공포의 장소가 될 겁니다.  『기차에서 3년 』은 그런 기차에 대한 추억과 악몽을 함께 담은 아름다운 동화입니다.

 

 

상아는 큰집 식구들과 함께 부산에 있는 할아버지댁에서 신나는 여름을 보냈는데요.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며칠을 더 놀다가 사촌언니와 둘이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옵니다. 하지만 갑자기 기차 안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불이 꺼지면서 정전이 되기에 이내 불안해집니다. 문제는 기차가 한강철교 위에서 비상정차를 한데다 날이 어두워졌다는 겁니다.

 

상황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겠죠. 위기가 사람을 긴장하게 하니까요. 조용하던 가차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고 거의 난동 수준까지 가는데요. 울어대는 아기, 휴대 전화기를 빌려서 어딘가에 큰 소리를 치는 아줌마, 물이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비싼 값을 달라는 사람, 비상 대책 위를 세우자는 사람, 문을 부수고 탈출하자는 사람, 화장실이 급하다는 사람 등 기차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기차든 휴양지든, 텐트든, 화장실이든 가리지 않고 갇혀 있다는 불안감은 순식간에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겠죠. 그래도 호랑이 앞이라도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옛말처럼 상아는 아빠의 말을 떠올리며 우는 아이 앞에서 오카리나를 불기 시작합니다. 숲 속의 새처럼 청아한 오카리나 연주에 울던 아기는 울음을 멈추고, 옥신각신하던 어른들은 이내 잠잠해지는데요. 중학생 오빠까지 하모니카를 불어 재끼기에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소란하던 기차 안은 아름다운 합창 소리가 가득하게 됩니다. 악몽이 감동으로 변하는 순간이죠.

 

 

 

기차라는 공간이 주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낸 상아의 용기와 지혜는 힘들 땐 오카리나를 불어보라는 평소 아빠의 가르침 덕분이었죠. 아이의 용기가 어른들을 한데 모으고, 중구난방이던 마음들을 모아 편안하게 위로해 주기에 감동적입니다. 위기에 필요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고 침착하게 대응하거나 질서를 지키는 것임을 새삼 깨치게 됩니다. 현실에선 기차 안 정전이나 비상정차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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