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G를 찾아서
김경현 지음 / 서울셀렉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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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잃어버린 G를 찾아서/김경현/서울셀렉션]어느 조기 유학생의 삶을 통해 본 성장소설

 

디아스포라(Diaspora)는 원래 이산 유대인, 이산의 땅이라는 뜻이다.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분산(分散), 이산(離散)을 뜻한다. 역사적으로는 헬레니즘시대, 초기 기독교 시대를 통해 그리스 로마 전역에 흩어진 유대인의 이산을 의미한다.

 

지금은 離散의 시대가 아닐까. 교통 통신의 발달은 디아스포라를 부추기고 있을 텐데. 과거 한민족의 유민 본능이 지금 우리에게 흐르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만주와 시베리아, 유라시아 내륙으로 떠돌던 민족의 DNA가 우리의 조기 유학, 미국이나 유럽으로의 유학으로 내모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한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으로 건너간 조기유학생들에 대한 디아스포라다. 어린 유학생들이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서 충격을 받고 깨져버리는 이야기다. 방황과 혼돈의 긴 여정 끝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성장소설이다. 때로는 문화전달자로서의 역할도 하겠지만 미국 문화의 중심에서 벗어나 겉돌 수밖에 없는 유학생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보여주는 유학드라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다. 저자 역시 한 곳에서 오래 정착한 기억이 없을 정도로 삶의 터전을 자주 옮겼다고 한다. 어릴 적에는 건설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등을 떠돌았다. 그 이후로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고 오하이오 주에서 대학을 다녔다. 지금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의 동아시아 어문학과 교수 있다고 한다.

 

과거 명문여대 영어과를 나와 지금 50대의 매력적인 이혼녀인 된 영미는 아들 열일곱 살인 지훈(G)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미국에 온다. 아이들과 싸워 3일 정학 처분을 받은 G는 지금은 정학 상태지만, G의 행방불명은 정학 기간 지켜야 할 수칙에 대한 불복종이므로 기한 내에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퇴학 처분될 수 있다고 한다.

 

아들을 명문고에 진학시키고 아이비리그에 입학시키는 것이 자신의 꿈이고 희망이었는데, 열일곱 살인 지훈이 아이비리그 입성을 앞두고 사고를 치다니. 게다가 아들이 임신한 여자 친구와 함께 학교가 아닌 산파를 찾아 애리조나로 떠나다니.

 

행방불명된 아들 G를 찾아 미국으로 온 엄마 영미는 미국에 사는 사촌 동생인 켱킴의 도움으로 G를 찾아 나선다. G의 행방을 찾다가 G의 여자 친구 페이지의 할아버지인 토머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지훈의 엄마 영미와 페이지의 할아버지 토마스는 지훈과 페이지를 찾아 애리조나로 떠나게 된다.

 

친구 윌리의 집이 있는 나바호로 인디언 산파를 찾아 나선 아이들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어른들은 자신들의 성장과 삶을 나누게 된다. 그리곤 법적으로 결혼 가능한 17세이기에 아이들에 대한 집착에서 점차 자유로워진다. 점차 편견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비견할만한 성장소설이다. 영화와 문학, 팝음악과 스포츠에 걸친 작가의 풍부한 문화사적 지식과 통찰이 사실적인 문체에 잘 녹아 있으며 문득문득 출현하는 날카로운 지성이 세련된 유머 속에서 빛을 발한다. -소설가 천명관

 

책을 읽고 있으면 미국 십대들의 성 경험과 독립심, 이혼, 낙태, 백화점 붕괴, 베트남 파병, 조기 유학생들의 애환, 부모들의 편견과 자존심에 독립하지 못하는 아이들, 한국과 많이 다른 미국의 십대들의 학교풍경 등이 펼쳐진다.

 

어느 조기 유학생의 삶을 통해 본 성장소설이지만 G의 엄마, 삼촌인 켱킴, 페이지 할아버지의 성장 이야기도 거대한 강물처럼 흘러나온다. 결국 아이들을 찾아 나선 여행길이 각자의 아픔과 슬픔을 드러내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된 셈이다.

 

깨달음과 성장은 여행이 주는 선물이겠지. 이젠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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