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너머 1318 그림책 2
이소영 글.그림 / 글로연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자 너머]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세상, 몸을 찾아서!

 

2014년 볼로냐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신정 작품!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이라기에 몹시도 궁금했다. 이 시대의 바쁜 청소년들에게 휴식 같은 쉼터가 될 그림책 일 것 같아서다.

저자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이소영이다. 우리 주변의 삶과 사회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녹여 넣는 방법을 연구하는 작가라고 한다. 그녀는 밤낮없이 일하고 공부하는 '우리'를 돌아보며 '우리'의 감정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걸맞은 이미지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그림들은 4가지 색으로 실크 스크린 작업을 했다는 이야기, 그 과정들이 흥미롭다.

 

작가의 의도를 본다면 그림은 상징과 은유의 이미지로 가득차서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첫 번째 만나는 그림은 밋밋한 파란 머리에 안경을 쓰고 팔을 휘젓고 있다, 몸통과 다리는 어디로 갔을까. 한 장을 더 넘기면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시간을 재며 헉헉~ 거리며 달리지만 대략 난감해 하고 있다. 역시 몸통과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다음 장에는 점프하고 나는 모습이다.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기분이 들 땐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는 거야.(책에서)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되기 위해 우린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이미지화 한 것이었다. 그래서 머리는 혼자서 어디로 가겠다는 걸까. 몸과 마음을 찾으려는 시도는 하게 될까.

 

거울을 보던 얼굴이 외친다.

왜 이렇게 뿌옇지?

 

열심히 달리고 날고 해도 미래는 뿌옇고, 현실은 고달프다. 그래도 아이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 낙오되지 않으려 옆도 뒤도 돌아볼 틈이 없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그게 진리라니까. 머리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주식을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정보를 검색하거나 게임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다들 어둠 속에서 외친다.

 

다들 뭐 하는 건가?

그리고 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머리는 자신의 긴 그림자가 어색하고 낯설지만 들어오라는 그림자의 유혹에 끌려 이상한 여행을 하게 된다. 파란 머리 뒤에서 작은 주황빛 몸통이 등대 같은 전조등을 켜고 머리를 뒤따르고 있다.

 

내가 도와줄까?

내가 불렀어. 나는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마음이야.

나와 같이 가자.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마음과 동행하기로 한 머리가 출발하려고 하자, 다른 마음이 달려온다.

잠깐, 같이 가!

나도 너를 불렀거든.

나는 손해 보지 않고 빨 리 갈 수 있는 마음이야.

 

그렇게 셋은 동행을 하게 된다. 하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또 달려오는데......

기다려!

네가 상처 받지 않으려면 단단한 마음인 우리가 함께해야 해.

 

머리 하나에 마음이 셋, 몸통이 셋, 다리 6개로 수레바퀴를 돌리지만 너무 무거워서 움직일 수 없다. 머리는 몸통과 다리의 나라에서 혼란이 일고 현기증이 이는데…….

대학, 대학, 대학

다이어트, 다이어트, 다이어트

빨리, 빨리, 빨리

돈, 돈, 돈

올려, 올려, 올려

최고, 최고, 최고

목표, 목표, 목표

외모, 외모, 외모

1등, 1등, 1등

친구, 친구, 친구,

성공, 성공, 성공

사랑, 사랑, 사랑

 

 

열심히 달려 간 곳에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머리들이 가득하다.

결국 머리는 자신의 몸뚱이를 만나게 되면서 이전의 마음들을 떼놓으려고 하자 머리에 송송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생존의 현장에서 겨우 빠져 나왔더니 온통 만신창이가 된 머리.

이제 혼자가 된 머리는 자신의 마음을 만나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면서 행복해지는데......

그리고 모든 것이 자연스런 곳. 있는 그대로가 편안한 곳에 서서 자신의 마음과 함께 한 곳을 바라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소중하고 사랑스러움을, 있는 그대로의 편안한 삶이 행복하고 귀중함을 깨치게 되는 그림책이다.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찾은 너.

수많은 너의 마음을 지나 찾아온 너.

그리고 점점 자라나는 너.

한층 더 환한 너.

 

우리는 열심히 살수록, 머리엔 구멍이 나버리고 여러 마음들이 머리를 짓누른다. 몸의 피로는 눈치 채지도 못한다. 방향은 제대로 잡은 건지, 속도에 내가 휘둘리고 있지 않은지 늘 걱정 속에 산다. 이래도 되는 걸까.

마지막에 머리와 몸통이 합체되는 모습이 신기하다. 무슨 변신 로봇 같다.

우린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자기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이고, 자기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는 삶을 살라는 깨침을 주는 그림책이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자기답게 살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잠간 멈추고 주변을, 마음을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스스로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하여 말이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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