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테마 소설집 한밤의 산행 + 키스와 바나나 - 전2권 테마 소설집
박성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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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와 바나나]+[한밤의 산행]역사를 담은 26인의 테마 소설집!

 

단편소설집의 매력은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작가가 각각 다르다면 더욱 풍성한 상차림을 받은 느낌이다. 이 책은 13명의 소설가들의 작품이 들어 있는 테마 소설집이다. 다양하고 신선한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지만 각자의 빛깔들을 지니고 있기에 만물상에 온 기분이다.

하성란의 <젤다와 나>, 강영숙의 <폴록>, 박정애의 <첫사랑>, 조두진의 <첫사랑>, 강병융의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윤고은의 <다옥정 7번지>, 조영아의 <만년필>, 안보윤의 <소년 7의 고백>, 서진의 <진짜 거짓말>, 이영훈의 <상자, 손보미의 <고귀한 혈통>, 주원규의 <연애의 실질>, 황현진의 <키스와 바나나>까지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 잔치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키스와 바나나>는 제목만큼이나 깔끔한 내용이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많은 상념에 잠기게 하는 내용이다.

 

우리에게는 여자와 바나나가 많아. 라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행군하는 군인들. 그들 중에서 키스는 훌륭한 첨병이다. 그의 민감한 후각 덕분에 모든 병사들은 매캐한 화약 연기와 총의 파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늘 엄지손가락을 빨았고, 그런 행동으로 인해 키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고향이 북쪽인 고아였다. 전쟁고아였을까.

 

해변에 흰 아오자이를 입은 여자를 처음 발견한 것도 키스였다. 하지만 확인하고 돌아온 그는 양민이라 돌려보냈다고 했고 소대장은 적의 미끼이거나 적군의 마누라일 가능성이 있다며 추궁했다. 결국 지뢰폭발로 키스는 중상이 되어 죽어 갔고, 군인들은 퐁니 마을로 들어가 아이와 여자와 노인들은 죽이거나 귀를 잘랐다. 닥치는 대로, 무차별적으로. 귀를 잘라야 훈장을 받을 수 있었기에 귀를 담은 주머니를 미군에게 건넸다. 하지만 미군들은 귀를 버리며 평정에 실패했다는데…….

 

다 읽고 나서야 베트남 파병, 베트남 양민 학살이구나 싶었다. 퐁니마을은 청룡부대 장병들에 의해 양민이 학살된 곳이다. 가슴이 잘린 여자, 팔다리가 잘린 아이, 대검에 찔린 노인들……. 퐁니·퐁넛 양민학살 사건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실위원회가 생긴 2000년에 이르러서야 알려졌다고 한다.

(퐁니 마을, 학살된 양민 위령비)

 

전쟁터에선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겠지만, 무고하고 선량한 사람들의 죽음을 보며 전쟁의 잔인함을 생각한다.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군인들 역시도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기에,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 미국의 이익추구와 원조 받기 위한 한국군의 파병 배경, 양민학살의 잔혹성을 보며 인간의 익심과 잔혹성에 섬뜩해진다. 무엇으로 그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까. 먹먹해지는 베트남전의 진실 이야기다.

퐁니·퐁넛 이야기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6711.html

 

처음 접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기에 신선했다. 더구나 문학상을 수상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술술 읽히는 글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소설들이다.

[한밤의 산행] 역시 13인 젊은 소설가들의 테마 소설집이다. 박성원, 김유진, 조해진, 황정은, 김선재, 최진영, 임수현, 정용준, 장강명, 조영석, 깅태식, 김혜진, 조수경.

<굿바이 동물원>으로 알게 된 강태식의 <반대편으로 걸어간 사람>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이번에도 웃길까. 영국의 산업혁명에 따른 러다이트 운동의 발생, 도시의 인구 밀집과 실업문제를 다루고 있다.

 

장강명의 유리 최 이야기는 최재형을 말하고 있는 듯 한데, 내가 읽었던 최재형 이야기와 다르다. 연해주에 한인촌을 세워 잘 살게 만들었고 러시아 훈장까지 받고, 그 지역 관리자로 임명 받았던 최재형. 이후 안중근을 만나 비밀리에 독립자금을 대어주고 임시정부까지 도왔던 비밀의 남자였는데......

 

어쨌든 13인의 소설은  역사와 사건들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엮어낸다. 단편의 역사소설인 셈이다. 잊히기 전에 이런 역사소설, 역사적 기억을 담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잊히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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