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 - 그리움 많은 아들과 소박한 아버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박동규.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박목월 시인을 그리는 아들 박동규 이야기~

 

나는 부모의 유전자를 반반씩 받고 태어난 것 같다. 두뇌는 아버지를, 몸매는 엄마를…….물려받은 유전자에다 어렸을 적의 환경의 영향을 보면 나는 평생 부모에게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부모의 영향, 선조들의 유전자를 살아가면서 더욱 절실히 느낀다.

 

박목월 시인을 아버지로 둔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유명한 아버지, 훌륭한 아버지를 둔 그를 부러워한 적이 있다. 대학 시절 박동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온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린 둘 다 부러워했다. 오빠는 같은 과 교수님이었으니 더욱 그러했으리라.

세월이 지나 박동규 교수님의 책을 접하니 더욱 신림동 산자락에 있던 자취방 생각이 절절하다. 이십대 초반의 풋풋한 시절도 그립고…….

저자는 아버지인 박목월 시인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책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크리스천의 집안이었기에 신앙적인 영향을 많아 받았다고 한다. 더구나 박목월 시인은 한때 미션 스쿨인 대구 계성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는데…….

 

유품으로는

그것뿐이다.

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

우리 어머니의 성경책.

가난과

인내와

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

파주의 잔디를 덮고 잠드셨다.

(중략)

어머니의 붉은 언더라인

당신의 신앙이

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

따라가는 길에

내 안에 울리는

어머니의 기도 소리

-박목월 <어머니의 언더라인> (14~15쪽)

 

붉은 언더라인……. 아~우리 집도 그런데……. 엄마의 성경책에는 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져 있다. 엄마도 매일 돋보기를 끼고 빨간 모나미 볼펜으로, 빨간 색연필로 라인을 그으며 성경을 읽으시는데……. 그런 습관 때문인지 가금씩 권해주는 책을 읽을 때도 붉은 언더라인은 등장한다. 가차 없이 밑줄 쫙~~ 이다. 그래야 집중이 된다면서……. 다음에 볼 때도 쉽다면서…….

 

경주 근처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저자가 아버지의 등에 업혀 불국사 구경했던 일화에서 박목월 시인의 따뜻함이 묻어난다.

아버지를 따라 불국사 구경을 가고 싶었던 아들. 하지만 밑창이 닳아빠진 고무신으로는 갈 수가 없었기에 어머니는 비단치마를 잘라 덧신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자꾸만 벗겨지는 신이 귀찮아 아들은 맨발로 따라다닌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종일 업고 구경했다는데…….아버지의 등에 업혀 구경을 다녔던 아들의 마음엔 아버지의 따뜻한 온기가 번졌으리라. 지금은 상상도 못할 고무신 이야기다. 요즘엔 앞으로 안긴 아이들의 모습은 많이 보지만 아버지의 등에 업힌 아이들은 보기가 힘들던데…….

 

그냥 그 자리 그날처럼 섰노라

슬픈 모습에 매즌 옷고름

냇사 모른다 인민의 나라도 드노픈 뜻도

하물며 불을 는 싸움의 노래사

그냥 그 자리 사랑의 자리

그냥 그 자리 눈물의 자리

한 가슴 허오는 하늘 가튼 사랑도

마음에 하나 가득 고이엇슬

우르러 성좌는 울며 도는데

(이하 생략)

<제자리> 박목월 1947. 8 15 대구신보에 발표. (40~41쪽)

 

좌우익의 틈새에서 그저 사랑이 회복되기만을 빌던 <제자리>라는 제목의 시, 남의 집 돌담 아래 가마니 두 장을 펴고 누워야 했던 피난살이 이야기……. 이념대립과 전쟁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사랑과 평화를 소원하기도 하나 보다.

 

목월 시인의 중학 시절 온실에서 가마니때기를 깔아야했던 사연, 목월 시인의 일기, 잘 알려지지 않은 목월 시인의 시, 김동리 형과의 짧은 추억 등이 담긴 책에서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저자에겐 아버지이자 멘토, 국문학의 스승인 목월 시인과의 추억이 분명 축복이요 혜택일 것이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였다지만 가정적이고 온화한 성품의 목월 시인이었으니, 읽는 입장에서도 뭉클하고 푸근하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우리나라 현실을 보는 맛도 있다. 박목월 시인의 시와 일기를 담은 책,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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