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빛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내일의 빛]'집으로 가는 길' 그 두 번째 이야기, 심장이 펄떡이게 해!

 

저자는 아프리카 서쪽의 시에라리온출신의 이스마엘 베아다. 시에라리온은 세계 제일의 다이아몬드 산지지만 이로 인해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다. 저자는 어릴 적에 이웃 마을 장기 자랑에 갔다가 전쟁터에 끌려갔고 그렇게 소년병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전쟁의 광풍에 휩쓸리다가 17 살에 미국으로 건너갔고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지금은 유니세프 대사이며, 이스마엘베아재단 회장, 전쟁 피해 아동들의 인권 수호자, 휴먼 라이츠 위치 어린이 인권 분과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집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이 책은 <집으로 가는 길>의 두 번째 이야기다.

평온하던 임페리 마을에 총탄이 날아들면서 마을은 폐허가 되고 사람들은 마을을 떠났다. 전쟁이 끝나자 사람들은 마을로 돌아오게 되는데......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마마 케이디와 파 모이와는 먼저 돌아와서 다른 이들을 위해 널려진 시체더미를 치우고 있다. 아이들이 시체를 보며 상처받지 않도록, 다른 이들이 좀 더 편하게 자리를 잡도록 배려를 하는데……. 마을 사람 모두에게 고향은 영혼의 안식처요 희망이었다. 두 노인은 상처 입은 몸으로 돌아온 사람들에게 깨끗이 정리된 집을 제공해 주었다.  한 가족처럼.

 

옛 시절, 숲을 뒤덮었던 그 신선한 향기는 멀리 떨어진 방문객들의 코끝까지 날아들곤 했다. 그것은 여행자들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지친 몸을 쉬게 하고, 갈증을 풀고, 길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약속이었다. (10쪽)

 

내일을 위해, 남은 날들을 위해 많은 것들을 말하지 않고 남겨두었다. 포옹과 악수로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한,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은 채 두는 편이 더 나았다. 목소리가 입을 떠나 기억의 껍데기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낼 힘을 찾게 될 때까지. (17쪽)

 

소설에서는 전쟁을 통해 마을이 폐허가 되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에서 마을 노인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그려지고 있다. 유교전통의 경로사상인 우리보다 더 철저히 마을어른들을 공경하며 따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한 마을 어른들이 전쟁의 아픔을 다독이며 마을의 평화와 질서를 잡아가는 모습은 감동을 더하는데…….

 

언제라도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어. 오늘 하루 모든 부정적인 목소리에 귀머거리가 되기를. (38쪽)

 

아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는 모습에서는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지 말고 아물게 하자는 일종의 암묵적 동의 같다. 상관의 명령에 따라 가족의 팔을 잘라야했던 어린 단검 병장, 그 단검 병장에 의해 온 가족의 팔이 잘리는 수난을 당한 실러 가족들 모두는 전쟁의 희생양이었다. 마을어른들은 단검 병사나 실러 가족을 모두 따뜻하게 맞아준다.

 

-모두가 환영받아야 해요.

-전쟁이 우리의 모습을 바꾸어 놓은 것도 있지만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할 정도는 아니기를 바라요. (42쪽)

 

전쟁은 모두의 마음에 불신과 상처를 가져왔지만, 전쟁의 광기가 스치면 이전의 평화를

회복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마을 사람들…….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절망을 표현하지 않고, 살겠다는 의지를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서로 도와준다.

전쟁터에서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아왔던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을 위해 안정을 찾고 올바른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서로가 노력해 간다. 그리고 예전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품성을 회복해 간다. 마을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정상화하게 되고......

 

마을이 안정되어갈 무렵 새로운 외국인들이 물려오게 되면서 새로운 위협이 나타난다. 이들은 다름이 아닌 금홍석, 다이아몬드, 철광, 보크사이트를 캐러온 자들이었다.

탄광회사에서는 일자리를 명목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 예상대로 소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학교를 떠났고 마을 사람들도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탄광회사를 위해서 길이 생겨나고 술집이 생겼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로 사람들도 죽어갔다. 마을의 강은 오염되어 식수가 부족했고, 마을 여자들은 농락당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잠자다가도 그들에게 돌을 맞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이게 되고…….

이럴 때일수록 앞장서는 사람은 마을의 어른들이었다.

 

-기적마저 바닥났다 할지라도 우리는 아직 살아 있어. 그러니 힘을 내자고! 그래도 매일 해가 뜨고 있으니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어.(219쪽)

 

마을에서는 인권단체나 지역 방송국에 호소해 봐도 뾰족한 방법이 없게 되자, 마을을 떠나자고 하는데…….마을을 떠나자는 사람들에게 파 카이네시의 말이 인상적이다.

 

-여기는 내 땅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건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누군가는 여기 남아서 우리 역사를 살펴야 해. 그리고 그것을 전하는 방법은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다. 이야기가 의미 있고 효과가 있으려면 결국 그것을 오롯이 겪는 수밖에 없어.(221쪽)

 

어른들이 앞장서서 마을을 지키려는 모습, 젊은이들을 설득하는 모습이 감동이다. 노인의 지혜를 발휘하며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게 돕는 장면들이 훈훈하게 그려지고 있다. 임페리 마을사람들에게는 마을이 그들의 안식처임을, 집이 그들의 펄떡이는 심장임을 느끼게 된다. 전쟁을 통해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과 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소설이다. 노인의 지혜를 존중하는 모습, 노인이 솔선수범하며 마을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읽는 내내 감동,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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