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건축가 구마 겐고 - 나의 매일은 숨 가쁜 세계일주
구마 겐고 지음, 민경욱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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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구마 겐고]일본을 대표하는 구마 겐고의 건축 이야기~

 

예전에 시골에 가면 한옥이 좋았다. 문을 열고 대청마루에 서면 멀리 산자락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다. 자연을 그대로 정원 삼은 호연지기형 가옥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축물은 안동에 있는 병산서원의 만대루다. 만대루에 올라서면 가까이 절벽과 강을 품고, 멀리 산과 들을 품고 있는 모습이 자연을 껴안은 건축 같아서다.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건축은 물리적이고 기술공학적인 기술과 인간에게 편리한 실용성과 예술성까지 고려해야하는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힐링이 대세인 요즘에는 힐링까지 고려한 건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건축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세계를 누비는 건축가 구마겐고는 일본 대표다.

현재 도쿄대 건축가 교수인 그는 매일 숨 가쁘게 세계 일주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유럽과 미국,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일본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건축물들은 전방위적으로 뻗고 있다.

너무나 바쁜 일상이기에 긴 여행이라고 해도 기내에 가지고 들어가는 가방 하나만 챙긴다는데……. 간략한 짐의 비결도 궁금해진다.

 

문살에 한지를 붙이는 장지문창살과 돌을 이용하는 한옥의 디테일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는 그는 한옥예찬론자이기도 하다.

제주 서귀포시의 롯데 아트빌라스에는 럭셔리 리조트답게 그의 작품이 있다.

한옥의 개방성과 솔직성과 편안함이 놓아주는 여유,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을 준다는데…….

그의 건축에서는 재료와 공간의 융합이 매력적이다.

 

-어떻게 소재와 만났습니까.

-소재 뒤에 인간이 있습니다.

 

그가 원하는 건축은 그 장소의 독특한 재료, 그곳에 사는 장인을 찾아내어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건축을 하는 것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그 장소에 힘을 싣는 건축을 하는 것이다.

 

요즘 대세가 되고 있는 중국 역시 그의 최대 클라이언트라는데…….

그는 중국인 공무원들의 정교하고 전략적인 이익 챙기기가 놀랍다고 한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이 수시로 수정 요구를 하기도 한다는데…….

무턱대고 원칙주의로 기울지 않고 이상과 현실 사이, 이상과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대인'의 논리를 따진다고 한다. 직접적인 거절보다 간접적인 거절이 건축에서도 많다는데…….

 

유럽연합은 건축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공모전으로 결정한다는 원칙이 있기에 건축주 마음대로 발주할 수 없다는데…….

 

미국 건축계는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기에 경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축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들의 경제논리는 건축에서도 적용되는데…….

그러니 건축도 상품가치가 높고 이익률이 높아야 한다고 여긴다.

 

구마겐고, 그가 건축을 보는 관점은 무엇일까.

그는 콘크리트의 영구적인 것보다 세월이 지나면 바래지고 퇴색되고 심지어 세월의 무게에 못 이겨 약해지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건축, 자연을 두려워하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강력하고 영원한 건축물보다 약해지고 사라지는 자연의 삶을 그대로 건축에 담고 싶다고 한다.

 

그의 건축 작품에는 기로잔 전망대, 구름위의호텔, 나가사키 현미술관, 산토리미술관, 네즈미술관, 가부키극장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 중국의 대나무집, 돌미술관 등이 있다.

눈에 띄는 작품보다 폐를 끼치지 않는 건축, 무게를 잡지 않고 주민 및 장소와 소통하는 건축, 자연과 인간을 닮은 건축을 하려는 그의 작품들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이 책에는 건축을 대하는 중국인과 일본인의 차이, 프랑스인, 한국인의 차이 등이 있다.

그의 건축에 대한 안목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세계인이 그의 건축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폭넓은 식견과 남다른 관점들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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