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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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무수한 상처를 감싸 아름다운 진주를 품는 영혼들!

 

이 소설은 <덕혜옹주>로 잘 알려진 권비영 작가가 5년 만에 내 놓은 소설이다. <덕혜옹주>가 역사문제를 담았다면, 이 소설은 사회문제를 담고 있다.

다문화 가정 이야기,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 유아성폭행, 6.25 참전 용사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까지 담았다.

어둡고 구석진 곳,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눈물이 마르고 닳아 진주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온 아시아 청춘들의 아픔과 애환과 희망이 담겨 있다.

 

주인공인 은주는 조용하고 소심하고 소극적인 25세의 여자다.

그런 은주에게는 비밀스런 아픔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폭언이 심하다는 것이다. 어느 날 은주는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폭언에 못 이겨 가출을 하게 된다. 그녀의 오빠도 이미 가출 한 상태다.

 

지숙은 복지관의 다문화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다문화 가정의 엄마역할을 하고 있다.

은주는 딸의 친구이기도 하고 함께 한글을 가르치는 동료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불우한 환경을 잘 아는 터라 늘 마음에 걸렸던 아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져 날아온 꽃잎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기특하고 가여웠다. 저 자신의 우울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꽃잎을 다독이는 은주의 마음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책에서)

 

가출한 은주는 제주도로 도피했다가 아버지에게 들키게 된다.

지독한 인연의 끈일까, 아니면 미련일까. 분명 부성애는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의 핏줄에게 어찌 그리도 매정하고 잔인할 수가 있을까.

은주는 어머니의 폭언의 사슬에서 벗어나고자,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폭력을 벗어나고자 이스탄불로 날아간다. 자신을 사랑하는 터키인 에민에게 끌렸던 걸까.

그곳에서 6.25 참전 용사였다는 에민의 아버지 집에 머물게 된다.

던지고 깨고 부수는 그녀의 집안과 대조적으로 에민의 집에서는 연륜이 묻어나는 물건들이 가득함에 놀라게 된다.

은주는 자신의 아버지와는 너무도 다른 따뜻한 미소를 지닌 에민의 아버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한국 여인과의 사랑을 털어 놓는데…….

 

은주는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소식에 한국행을 결심하게 되고 천륜을 거역할 수 없었던 그녀는 부모님들을 요양원에 보내게 된다.

할머니에게서 6.25전쟁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도 듣게 되고…….

자신의 비밀스런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콧등이 시큰했다. 아, 인간은 끊임없이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구나. 할머니의 따사로운 말에 가슴이 훈훈해졌다. (책에서)

 

이 책에는 각자의 아픔과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나온다.

베트남에서 온 소피아, 일본에서 온 준코, 조선족인 영희와 정자, 카자흐스탄에서 온 알리사,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안나에게도 나름 슬픔과 비밀이 있다.

은주의 친구들인 성희, 근숙, 난희에게도 각자의 비밀스런 아픔들이 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도, 엄마에게도, 지숙 샘에게도, 에민에게도, 에민의 아버지에게도…….

 

은주의 엄마와 아빠를 보고 있으면 무슨 부모가 그래.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상처들을 알고나니 애틋한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된다.

어딘가에는 있을 부모의 모습, 폭력에 물들어가는 어느 가정의 모습일 듯해서 안타깝게 읽게 되는 소설이다.

저자의 말처럼 각자 색깔이 다른 슬픔의 강을 품고 있는 걸까.

은주의 무표정 뒤의 슬픔만큼이나 모두들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진정한 용서란 세월이 지나야 할까. 핏줄 사이에 용서란 무의미한 걸까.

폭력은 폭력을 낳고 미움은 미움을 낳는다던데…….

부모의 폭력과 미움이 유전인자가 되어 대물림 하지 않기를 빌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서로 상처를 입히지 않기를 빌며…….

 

관용주의를 펼쳤던 오스만제국의 피를 물려받은 터키의 속담을 나누고 싶다.

도와주어라. 도와준 것을 잊어버려라. 잊어버린 것도 잊어버려라.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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