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vs 권력 - 중국 역사를 통해 본 돈과 권력의 관계
스털링 시그레이브 지음, 원경주 옮김 / 바룸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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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vs 권력] 중국 역사를 통해 본 돈과 권력의 역학관계

 

 

예나 지금이나 돈과 권력은 밀착관계다. 돈 없이 권력 유지가 힘들다는 의미다.

정경유착이라는 공공연한 말은 돈과 권력의 함수관계를 말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를 돈과 권력의 역학관계에서 바라 본 책을 만났다.

중국 역사를 통해 본 돈과 권력의 유착은 어느 정도 일까. 넓은 땅, 권력의 다툼이 잦았던 곳에서 돈과 권력은 어떻게 상쟁하거나 상생했을까.

 

돈과 권력 사이에는 언제나 배신, 음모, 위선, 탄압, 저항, 체포, 구금, 뇌물, 청탁, 아첨, 특혜, 부정부패, 횡령, 강탈, 전쟁 등 온갖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들이 존재한다.(책에서)

 

주 왕조에는 도둑질이나 조공을 빼돌리는 게 어려웠다. 법이 엄격했고 형벌이 가혹했다. 예의와 순종을 미덕으로 하는 사회규범이 만들어졌고 정착된 시기이기도 했다. 전제군주의 강력한 리더십은 백성들의 속내를 감추게 만들었다. 중국인들의 특징인 내면을 감추고 두꺼운 얼굴을 가지게 한 이면에는 가혹한 정치의 영향이 컸다. 이런 중국인의 모습은 신분이 낮을수록 비열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안으로는 포악하고 밖으로는 부드러운 이중적 성격이다. 이른바 포커페이스의 달인들인 것이다.

 

절대왕권이던 주의 쇠락 이후 중원은 춘추전국 시대를 열게 된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중원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지략과 권모술수가 등장한다. 겸양과 미덕의 시대에서 사악과 음모의 시대로 변한 것이다. 이 시기에는 권모술수, 뇌물의 유행. 모사가들은 여러 나라들을 떠돌며 활약하게 된다. 전국시대 당시 중국은 애국심, 도덕심, 기사도 정신보다 의미 없는 충성심이 만연하게 된다.

점차 관료기구가 생기면서 살아남기 위한 방도로 교묘한 처신과 간사한 심성이 필요했고 이런 재능을 가진 자들이 관료가 되었다. 도덕은 최소한의 것만 차렸고 정치판은 늘 음모와 뇌물, 사기와 협잡꾼이 바글 거리게 된 것이다.

 

옛날부터 중국의 군주들은 부족한 재화를 메우기 위해 상인들이 쌓은 부를 거리낌 없이 강탈했다. 그리고 이들을 장강 이남의 월 지역으로 유배 보내곤 했다.

양자강 이남인 월은 원래 독립왕국이었다. 진시황이 월을 정복한 이후로 북방의 죄수와 상인들의 유배지가 되었다.

 

이들은 그곳에서 터전을 쌓고 해상무역을 통해 국제사회로 뻗어 나갔다.

이곳에서는 생존을 위해 장사와 밀수를 기본으로 하는 해양문화가 형성하게 된다. 화교들의 90%는 절강성, 복건성, 광동성 출신으로 월의 후예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아직도 낙후된 곳이 많은데, 중앙에서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 둔 탓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선상에서 해적, 밀무역 등을 하면서 지하조직과 연계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비밀 엄수는 철칙이 되었다. 이렇게 사업 상 기밀 엄수와 사업 내역 등을 은폐하려는 태도는 전 세계 화교들의 공통. 역사적 결과물이었다.

 

지금도 베이징을 비롯한 북부도시들은 정치의 중심지이고 남부 연안 도시인 상하이, 광저우, 홍콩, 마카오 등은 경제 중심지인 것도 그런 유배문화와 관련이 있다. 세계적인 화교들의 활약도 마찬가지다.

 

돈은 만 가지 결함을 덮어준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덩샤오핑에 이르러는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임을 천명한다. 이른바 공산주의 사회의 장막을 거두고 자본주의의 모습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기업가를 무시했던 공산당이 기업문화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덩샤오핑은 싱가포르를 모범으로 삼고 경제발전을 위해 유교적 독재정권과 개화된 전체주의 체제를 대륙에 심었다. 그리고 돈은 공산주의를 변화시켰다.

 

지금 중국은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돈이 없이 권력 유지가 힘들다는 것을 깨친 것이다. 이제 권력은 짧고 돈의 위력은 길다는 말이 팽배할 정도다. 그러면서 부정부패의 관행으로 백성들의 불평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 14억 인구의 돈에 대한 노골적 욕망분출은 대륙을 뜨겁게 달구며 성장하게 한다. 지금 중국은 돈이 최고의 해독제, 피로회복제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돈 없이 권력 유지는 어려울 것이다.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정경유착은 어디에서나 있지 않을까. 돈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이래서 돈과 권력의 밀착 없는 소신 있는 정치인의 등장은 어려운 걸까.

 

이 책은 5천 년간 중국 역사 속에서 등장했던 상인과 관료의 지독한 투쟁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중국 역사를 이뤄온 돈과 권력의 관계, 관료와 상인의 힘의 대립,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의 투쟁과 유착 관계를 쉽게 풀어 썼다.

 

권력의 속성인 토사구팽, 전쟁도 사업이라던 중국 역사, 강북의 권력과 강남의 돈의 유래, 철저한 비밀 유지의 중국인, 북부지방과 남부지방의 기질 비교, 전쟁도 장사라는 중국, 장사도 전쟁이라는 중국, 어느 시대에나 통하는 뇌물, 화교들의 상술 등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역사를 통해 돈과 권력의 상쟁과 상생의 관계를 배우게 되는 책,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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