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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품절


책만 찍기엔 뭔가 허전해서 책을 읽으며 함께 마셨던 고구마라떼를 옆에 두고 같이 찍었더니 뭔가 아이러니한 분위기가 난다. 영양 실조로 죽어가고 마실 물을 뜨기 위해 하루의 반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실컷 읽어놓고는 나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일까 걱정하는 이기적인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기프티콘으로 받은거야' 라고 조금 웃긴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읽으면서 느꼈던 내 감정을 정리해 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알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감정 때문에 힘들었다. 어려운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쉽게 읽히는 내용이었는데도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이었고, 최민석 작가와 유별남 사진작가의 경험들이 재밌게 풀어 쓰여 있었지만 결코 재밌다는 표현을 쓸 수 없는 책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난 이 책을 우울하다는 감정으로 표현하고 싶진 않다. 오히려 최민석 작가의 표현처럼 바보처럼 일하고 바보처럼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엔 많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 주변에도 월드비전 뿐만 아니라 비슷한 단체의 후원자로 등록해 꾸준히 돈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자신이 후원해 주고 있는 아이의 사진과 편지를 받아 보고는 너무 좋아하던 사람들을 보면서 그 모습이 예뻐 보이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부러워서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에 불과한 마음을 먹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호기심 어린 마음은 그저 일회성이었을 뿐이었고 매달 내 계좌에서 3만원씩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그 돈으로 내가 누릴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난 결국 후원자 등록과 같은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착한 일도 내 생활이 여유로워야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핑계에 불과했던 그것을 무참히 깨뜨렸던 것은 책 속에 소개된 20대 중반의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고시원에 사는 그녀가 전 달에 통장 잔고가 부족해 돈을 내지 못한 것을 염려해 월드비전으로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 이번 달엔 돈이 생겼으니 저번 달 후원금까지 함께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부끄러웠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나서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 기다리던 자세로 몸이 굳어버려 온 몸이 뻣뻣해졌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까페에서 혼자 눈물을 훔치느라 고생했다. 볼리비아, 보스니아, 네팔, 베트남, 케냐, 에티오피아에서 여러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을 만나며 최민석 작가와 유별남 사진작가가 남겨준 생생한 기록들이 너무 고마웠다.

월드비전이란 단체가 좋은 일을 하는 곳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는 내게 그러한 정보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안겨 준 기회가 되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고,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그런 혜택이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은 확실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부유한 생활이 아니라 슬펐고,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초라한,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을 부정적으로만 보던 나에게 100% 아름다운 희망까지는 아닐지라도 든든한 힘이 되어준 책이라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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