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단단한 하루 - 누드 사철 제본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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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제본으로 된 책을 쫙 편다.
그것부터 신나는 일이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이런 소소한 일들은 삶의 모든 순간에 있다 할만큼 다양하다. 우리가 그렇게 인지하지 못하고 크고 ‘의미있는’것에만 집중하고 있을뿐이다.

작가가 나와 같은 나이일까? 셍각하게 하는 토끼캐릭터가 자신의 보통의 나날들을 보여준다. 나는 예전부터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하루하루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일들을 다루는 ‘일상툰’이라는 장르를 좋아했다. 아마 큰 심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쉽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친구들이랑 술잔을 부딪히며 사십되면 어쩌지? 그날이 올까? 야 일단 서른부터 되어보고 생각하자 했던 날이 성큼 앞으로 다가오니 깊은 생각을 하지않는다는 S임에도 침대와 밤이 만나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 콕 집어내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럴 때 #오늘도단단한하루 (#지수 글/그림 #샘터 출판)속 토끼처럼 생각들을 내가 잡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도 따라 움켜쥔 손을 놓아보았다.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그렇게 나를 챙기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음을 표출하던 단 것에 대한 욕망을 줄이고, 아침에 눈 떠서 이불을 정리하고 단순한 것들을 삶에 ‘다시’녹여 나간다.

보통의 내 삶에서 ‘좀 괜찮은 하루’로 저장해둘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이런 일상의 것들이었다. 심지어 해봤던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살아가면서 내 삶에서 놓아버린 것이다. 여러이유가 있을 것이다. 피곤, 스트레스, 학업, 직장생활, 인간문제 등등.
하지만 그것들이 내 삶을 괜찮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놓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도 단단한 하루>를 보며 깨달았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더 그것들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한해의 마지막 달을 잘 보내고, 다가오는 한해의 목표를 정하는 시기에 참 좋은 책이다. 목표도 기세라며 내년의 나에게 맡긴다며 빡빡하게, 웅장한 것들로 리스트를 가득채우고는 매달 조금씩 더 좌절하고 우울해져간다.

스펙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나로 스스로를 돌보는 것. 새해 결심의 가장 윗줄에 써야할 목표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돌보는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나를 위해 요리하기, 소비습관 점검하기, 운동하기, 영양제 챙기기,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내 자신이 보내는 신호 파악하기 이 책 속에 좋은 방법이 너무나 많이있다. 스스로를 점검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질문들고 담겨있으니 그 질문에 답을 생각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톺아보다. 샅샅이 살펴보며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우리의 삶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싶다.
스스로를 샅샅이 살펴보며 ‘나아가야’한다.

우리는 보살핌 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나를 사랑해야 다른 모든 것들도 사랑할 수 있다.
남에게 어떻든 나에게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기자신이 최애인 사람이 되기를.

‘나는 1억받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 100억 받기 vs 아무도 받지않기’에서 1초의 고민도 없이 1억 받기를 선택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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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원전대로 읽는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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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이라고 믿고있는 기존의 세계에 시간이라는 하나의 차원이 더해진 4차원이 세상의 진실이라고 시간 여행자가 알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타임머신 (#허버트조지웰스 지음 #새움 출판)은 80만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지난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사피엔스까지 진화하는 만큼의 시간이 지난 미래는 뭐랄까 분명 신기하긴 하나 낯설지 않았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와 책 속 몇몇 장면들을 다른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시기감이 들었듯, 80만년이 지난 미래 세상에서의 몰록과 엘로이에게도 기시감이 느껴졌다. 내가 SF소설을 좋아하게한 문장 ‘SF만큼 사회적인 장르는 없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기시감을 느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득히 먼 미래는 더 나은 세상을 미래에서 찾는다기 보다 과거의 영광에서 찾는듯 했다. 19세기 말, 그리고 지금까지 겪고 있는 사회의 계층분리는 80만년이 지나 해결되기는 커녕 아예 두 종으로 분리되었다. 문제가 더 심화된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미래에도 여전히, 더 나빠졌다면 그것을 알아버린 현재의 우리 인류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 갈 수 있을까?

내가 <타임 머신>으로 본 허버트 조지 웰스는 자포자기하고 놓아버리는 것을 현재의 인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운명에 맞서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현인류들에게 발버둥 칠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것 처럼 보였던 80만년 후의 미래까지 아직 80만번, 그 이상의 기회가 현 인류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피할 수 없어 보이는 것도 그 전까지 80만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일인 것이 아닐까.

지금 이대로라면 미래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며 경고하면서도 호모사피엔스가 겪어온 시간만큼의 기회를 현인류에게 쥐어주면서 분발하라고, 바꿀 수 있다고 현재를 격려해 주는 것 같았다.

물론 이대로는 안된다며 각성을 촉구하긴 하지만, 80만년이라는 터무니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숫자가 자상하게 다가왔다.

초반에 시간개념을 설명하면서 기구를 개발하기 전까지 인류는 위 아래의 이동도 쉽지않았다고 말하면서 시간도 이동이 어려울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시간을 한방향으로 흐르는 것, 그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시간여행처럼 한번에 큰 이동은 앞으로도 힘들 수 있지만 매일의, 매순간의 작은 노력들이 80만년동안 모인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정말 그대로일까? 바뀌지 않았을까?

노력이 우리의 미래를 바꾸는 타임머신이 아닐까.

작은 것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변할 것 같지 않은 것들도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격려가 어두운 미래의 모습에 역설적으로 담겨있었다.

기술만이 발전하는 미래가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함께 발전하는. 기술적, 사회적 첨단 사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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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가장 사적인 기록으로 훔쳐보는 역사 속 격동의 순간들
콜린 솔터 지음,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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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2음절밖에 되지 않는 단어임에도 웅장하다.
이 단어하나에 선사시대, 기원전, 기원후 수십만년의 인류의 이야기가 담겨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나의 조국을 넘어선 세계사라면 음절하나가 더해진 그 이상의 압박감이 느껴진다. 내가 수학을 못함에도 이과의 길을 간 이유가 바로 역사라는 단어의 압박감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통의편지로읽는세계사 (#콜린솔터 씀 #현대지성 출판)을 보고는 역사, 세계사라는 것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졌다.

스파르타와 마케도니아의 전쟁에 굴복하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라는 굴욕적인 편지에 ‘만약’이라는 단어만 적어보내는 스파르타의 패기, 국혼을 파기(이혼이라 하지)하려 가톨릭과 맞서싸운 헨리8세가 정인에게 보겐 연애편지 다발(바티칸에 보관되어있는 것이 더 신기하다), 자신을 믿기못해 목숨을 끊길 각오하고 마지막으로 애인에게 남긴 유서가 되지못한 유서(어설픈 실력으로 모든 장기를 피해간 칼날, 그 칼날이 ‘악의 꽃’의 최대주주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쉽지않은 길이며, 심지어 끝이 밝지않음을 알고있으나 걸어가야만 한다고 고백하며 아버지와 화해를 하고싶음을 전했던 불후의 화가 고흐, 그런 형에게 폭풍우에서 휩쓸려 좌초된 시간이 드디어 끝나 결국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평생을 응원한 동생 테오 둘사이의 편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 지는 베아트릭스의 ‘피터 래빗’의 시초가 된 아이들에게 보내는 귀여운 삽화가 그려진 편지, 마리아 퀴리에게 사랑을 고백해 마리 퀴리로 두개의 노벨상을 받게 된 미래의 남편이 보낸 편지, 타이타닉 호 승객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물에 젖었음에도 선명한 편지(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불멸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코트에 돌들을 넣어 물로 걸어들어가기 전 남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지극히 개인적인 편지들이 세계사라는 이름아래 묶여있는 것을 보니 역사라는 것이 그렇게 준엄하고 웅장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개하지 않은 전쟁과 정치에 관련된 정상들끼리 주고받은 서신이라던가 극비사항을 상대국에게 전하는 스파이의 글들도 있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의 한 이야기일뿐이었다.

역사란 인간이 만들어 간 시간들이 쌓여있는 것.
사람 사이에 허심탄회한 둘만의 솔직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편지지를 고르고, 펜을 고르고, 단어를 고르고 심지어 향을 고르기까지 하는 정성이 담겨있는 그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역사를 이루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역사, 세계사와는 결이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 세계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큰 사건들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큰 사건에도 사람 사이의 비밀스런 소통은 존재했다.

결국 우리가 배운 역사는, 전체 역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에게는 전쟁이나 역사적 사건이 큰 의미일 것이고,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사랑하길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울프가 남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큰 의미일 것이다.

개인마다 큰 의미를 가지게 되는 역사가 다른 것이다.

그런 역사의 중요함의 우위를 누가 따질 수 있을까.
모든 역사는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를 배운다기 보다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나에겐 역사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역사라는 단어가 조금더 말랑말랑한 무언가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 편지들을 쓰는 사람들은 이 편지가 역사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우리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평범한 것들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남겨질 수 있다. 아니 남는 것은 분명하다.

호승심은 아니지만 역사에 나를 남기고 싶어졌다.
이쁜 편지지와 펜이 필요해졌다.
역사에 남고 싶다면, 편지를 써보라.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서를 편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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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당전쟁과 문무왕 - 강대국과 싸워 승리하는 법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6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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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년 나당연합 660년 백제 멸망 668년 고구려 멸망 670년 나당전쟁 675년 매소성 전투 676년 기벌포 전투 678년 나당전쟁 신라 승리까지.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에 눈물을 줄줄 흘리게 만들었던 김춘추와 그의 아들이자 태자 김법민, 김유신, 소정방, 고연무 등등 한문제당 1분컷 이라는 조건에서 키워드로 삼아야하는 각종 역사지문이 참 미웠었다.
남들은 효자종목이라는데 나에게는 본전도 아닌 불효종목이었던 한국사. 그 시기를 넘어 남은 것은 그래도 남들보다 조금 더 머리에 남아있는 역사적 사건의 연도들이다. 그 연도들은 취업준비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니 국내여행에서는 역사적 명승지들을 돌아볼 때 재미가 되었다.

그덕에 최근 경주의 문무왕릉도 보고왔다. 차로 여기저기 시간에 쫓기며 다닌 여행이라 스윽 지나갔을 수도 있었으나 문무왕릉은 못참지~라며 짝꿍과 단결되어 거친 파도 속에서도 위용을 자랑하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는 결연한 애국심이 담겨있는 왕릉을 보았다.

그럼에도 나당연합과 나당전쟁, 그 결과로 한반도의 첫 삼국통일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배우기를 당이라는 외세가 포함되어 한반도 스스로가 이루어내지못한 반쪽자리 통일이라고 배워서 머리에 고대로 박혀있기 때문이다. 아마 6.25 이후 남북분단 때 미국과 러시아의 유입을 논하는 것과 맞물려 더 부정적으로 기억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일상이고고학 #나당전쟁과문무왕 (#황윤 씀 #책읽는고양이 출판)은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는 것을 넘어 그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당에게도 당당할 수 있을 만큼 내실이 튼튼했던 자랑스러운 선조로 신라를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 자랑스러움을 가능하게 한 #문무왕 도 자랑스러운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나당연합으로 그 당시에 태자였던 문무왕, 김법민과 당나라의 대표장수 소정방이 군사 합류 전 미리 만나는 장소였던 인천 앞 덕적도(당시 덕물도)로 가는 배를 작가가 타는 것으로 역사적 내용이 가득한 이 책은 시작된다.

지금의 미국처럼 모든 세계의 1등 선진국이었던 당에게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신라의 국력과 그런 강인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문무왕의 이야기가 지도와 사진들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불교로 나라 안의 잡음을 가라앉혀 여론을 한 곳으로 모으고, 지형과 기후에 누구보다 정통했고(김법민을 출정군의 부사령관으로 기용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신라의 요충지마다 산성을 쌓아 방어를 유리하게 가져갔다.
물론 나당전쟁에서 큰 패배 때 마다 자존심보다 뒷날을 생각해 당에게 머리를 숙이는 유연성도 일품이다.

태종무열왕의 김법민(문무왕)을 포함한 7명의 아들들이 모두 목숨이 위협받는 전쟁터에서 헌신했다는 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지금의 높으신분들은 본인도, 본인 자식도 병역도 하지않으려 애쓰는 세상인데 입맛이 썼다.

초 강대국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시대에서 작은 나라 한국이 나아가야할 길을 신라와 문무왕이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한국의 처지와 7세기 신라가 처한 상황이 어찌이리 잘 맞아 떨어지는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닌 과거로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이 책의 의도가 참 멋졌다.

게다가 덕적도, 당항, 임진강 유역을 작가가 직접 돌아다니며 여행기도 섞어 들려주니 한층 산뜻하다.

산뜻한 역사서는 <나당전쟁과 문무왕>이 처음이다.

K컬처가 온 세계를 호령하는 지금, 예전의 신라처럼 하나된 국민성과 리더십으로 또 한번 세계에서 승리하는 한국이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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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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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어떠한 마음도 두지 않았던 남자가 원치않았던, 평온한 밤마저 자신에게서 앗아갈 작디 작은 딸은 품에 안았다. 그는 처음으로 자기 심장이 그렇게나 세차게 요동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와 동시에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배웠다.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감기에 걸릴라, 옷이 너무 끼어 불편하지는 않을지, 안고있는 사람이 떨어트리지는 않을지 그런 걱정도 관심과 사랑이었고, 유난이었던 딸도 그것을 아는지 아빠품에서는 천사같은 딸이었다.

서로 그 이상 없는 유대를 보여주며 딸은 아빠로부터 아빠는 딸로부터 세상을 배웠다.
아빠가 너무나 큰 사람이었던 탓일까. 딸은 가족과 함께 살고있는 시골이 아니라 더 큰 세상을 꿈꾸었다.

가족에게 닥친 위기는 딸에게 기회였다.
딸의 희생이라 생각했던 아빠도 딸의 희망이 깃든 선택임을 딸이 떠나고 나서 깨닫는다.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편지 한통 오지 않는 시간이 반년, 일년, 시간이 점점 쌓여가자 아빠는 자신의 터질 듯한 사랑을 버티지 못했다.

그는 버티지 못해 버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세상은 대부분 그를 비웃었지만 그와 오랜시간을 함께한 몇몇은 그를 챙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이상 자신이 알던 남편이 아님에도 이전보다 더 사랑하게 된 아내도 포함해서.

딸은 십오년만에 돌아왔다.
당장의 편지한통, 약간의 돈보다는 두분을 모실 수 있는 성과를 내서 돌아오고 싶었노라 고백한 딸은 변해버린 아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그렇게 딸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 자신이 돌아왔을 때. 두번의 기적을 경험한 자신의 신실한 신자를 외면하려 했다. 하지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시간은 흐른다. 죄의식과 두려움이 딸을 옥죄었지만 이번에도 딸은 틀렸다. 아빠는 끝까지 자신을 지키려했다.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고 천했던 사람이 두번의 기적을 거쳐 큰 사랑을 가슴에 품어 마을의 모든 사람에게, 딸에게, 아내에게 더이상 클 수 없는 아주 큰 사람이 되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같다. 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려하는 방법은 다르다. 젊음 이라는 것을 손에 쥔 시기에는 부모나 자식이나 보통 오답을 고른다. 끝없을 나중을 기약한다. 정작 끝이 다가오면 돌이킬 수 없는 오답에 무너져내린다. #포르투갈황제 ( #셀마라겔뢰프 지음 #다반 출판)에서 아빠는 사랑의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 너무나 정답이었다. 그래서 딸은 더 슬프다.

딸을 마냥 욕할 수 없는 나도 사랑의 오답을 내어놓고 있었다.
여황의 아버지, 위대한 황제가 자기 생을 송두리째 바쳐 보여준 절절한 사랑의 정답덕에, 나는 나의 답안지를 지운다. 바로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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