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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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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흥행하면서(물론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사실처럼 세밀하게 묘사한 작화덕분일지도 모르지만)영화의 배경이 된 도쿄의 몇몇 장소들이 관광명소가 되어 팬들이 성지순례를 한다는 기사를 봤었다.
SNS에 가보면 큰 노력을 들이지않고도 그 장소들에서 찍은 사진들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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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가즈에 지음 #인플루엔셜 출판)를 읽고나니 이 소설집에 나오는 각 등장인물들의 은신처도 (작가가 건강을 위해 시작한 러닝을 하는 동안 찾아낸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라더라)또 하나의 성지가 되지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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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가장 번화한 상가의 고층빌딩, 그곳의 20층 위를 이용하는 ‘파라웨이’라는 회사에 다니고있는 기리토, 에리코, 리코, 미쓰히코와 그들과 연결되어있는 (에리코 친구의 아들)고등학생, 에리코의 친구 히사노가 숨막히는 무더위와 그 무더위마저 꽁꽁 가두는 것 같은 빽빽한 도쿄의 도심 속 자기만의 은신처를찾고 위안받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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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도쿄에 사는 작가도 ”도쿄에 이런 곳도 있었어?“라며 감탄했을 플라네타륨같은 숨은 장소도, 쓰래기 매립지였던 곳을 정비해 만든 꿈의섬, 그곳에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채 여러 위기를 넘어 정박한 제5후쿠류마루, 도립근대미술관, 수족관 같은 실제 장소들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은신처로 등장해 허구가 아니라는 몰입도와 찾아가보고 싶다는 역마살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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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이드어웨이>를 펼치기 시작할 때 부터 나의 ‘은신처’는 어디일까 생각해봤다.
최근에 이사한 작지만(낡기도했지만) 코지한, 썩 마음에 드는 집의 한공간을 떠올렸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집’은 은신처의 후보지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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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배경은 2022년 6월부터 1년간이다.
우리나라도 심각했지만 일본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큰 고생을 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마스크를 여전히 쓰고있는 시기이기도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은신처가 집이었다면 강제로 집에 머물게하고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제시되었음에도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약해지자 다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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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재택근무에서 출근으로 돌아가면서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그것은 은신처가 아니라 다시 출근시간을 견뎌내야한다는 불편함에 대한 반발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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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큰 오해를 하고있는데(나도 또한)은신처라는 것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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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지않고 약해질 수 있는 곳, 썩 마음에 들지않는 나라도 나랑 비슷한 해파리를 만나 반가우면서도 왠지모를 안도감을 얻는 곳, 다른 거 다 차치하고 그냥 ‘이런 날은 역시 거기인가’라고 자연스래 떠오르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일상으로 다시 돌아가 내 몫을 해낼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 은식처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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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책 속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사회풍경,동료와의 불화, 정규직과 계약직, 남성과 여성과 같은 우리가 겪는 일반적인 사회적문제들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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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적 사연들도 존재하고 위로받아 나아가지만, 사회적 문제들을 외면하고 개인적 문제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이 상호작용을 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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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아간다는 건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 진다는 것. 내가 처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도 충분히 해결하고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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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복잡한 것을 다 떠나 막연한 로망, 가보지도 않았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도쿄라는 도시의 숨은 장소들을 소개하는 독특한 가이드북이라고 여겨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아니 차고넘친다)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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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동봉되어 날아온 my hideaway(나의 은신처)클리어 카드를 가지고 나의 은신처는 어디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아마 그와중에도 나란 녀석은 이쁜 곳, 보여주기에 좋은 곳을 무의식중에 찾은 듯하다.
그렇게 돌고돌아 결국 내가 찾은 나의 은신처는 심심할때마다 차를 끌고 드라이브를 하는데, 항상 그 드라이브의 경유지이자 목적지가 되는 도서관이다.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고, 편안히 읽을 자리도 있으며, 맑은날엔 볕도 잘들고, 신간구경을 하고 고요히 나혼자만의 말로 형언하지못할(아마 욕망일테지)무언가를 충족시키는 시간과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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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를 갖는다는 것은 넘어지지않게 나를 지탱해주는 것이다. 눈치보지않고 오롯이 나의 지금과 마주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나를, 우리를, 사회를 무너지지않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