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분의 일 - 살며 맞이한 순간 마주한 생각
규섬 지음 / 집우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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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필독서로 분류되며 읽은 사람보다 아마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 벽돌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우주로만 향하던 인간의 시선이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본 시선이 담긴 사진이 나온다. 검은 색 배경에 파란 작은 점하나. 그것이 우리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이다.

어찌보면 세상의 전부인 것 만큼 커다랗고, 어떻게 보면 먼지같은 이 세상에서 수만가지 종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특히나 80억명의 인간이 아둥바둥 살아간다.

그 아둥바둥은 누군가의 삶의 태도일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내 옆의 사람과 부대껴야 하는 정도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가 특별하다. 나와 같은 생명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말 그래도 80억분의 1이다.

그런 특별한 한사람의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이야기, 그러면서도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들이 덤덤하게 일상보편적인 친근한 언어표현으로 #80억분의일 (#규섬 씀 #집우주 출판)이 채워져있다.
세상에 단 한사람만의 이야기라고도 읽혀질 수도 있지만 80억을 우리가 사는 세계, 또는 우리라고 생각하고 숫자1이 아니라 어떠한 사건을 가리키는 ‘일’로 생각한다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또는 우리의 일들로 책이 채워져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별이 반짝일 때 들리는 소리없는 인사를 담았다는 작가의 ‘규섬’이라는 필명답게, 작가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순간처럼, 눈으로 볼때 작고 잘아야 반짝인다고 말하는 작가처럼 특별하거나 흥분하지 않아도 되는 어찌보면 사소하고 작을 수도 있는 일상의 순간을 사진기도, 글로 포착해서 반짝이게 담고있다.

어떠한 감동이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극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어떤 자신의 목표를 이룬 위인들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겪을 것 같지않은 아픔을 겪고 극복해내며 극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 주인공들을 보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80억분의 일>속 이야기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팔 수 있는 것은 싹 다 팔아야 하는 돈을 번다라는 것, 아내와 함께 경복궁에 가는 일, 해외여행에서 평소라면 그러지 않았을 엄카로 사진기 구입하기, 코딩, 살림 등 모든 순간이 작가 고유의 순간과 사유이지만 겪지않아도(왠지 비슷한 일을 저질러보고 겪어본 것 같은)알 것만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든다.

괜시리 엄마의 집밥이 생각났다.
타지살이하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피자 치킨과 같은 배달음식을 먹다 늘어나는 뱃살, 나빠지는 건강, 배달 앱을 끝까지 내려도 땡기는게 없는날, 어릴적엔 슴슴해서 싫다고 먹지않던 엄마의 맛.

나중에서야 알게되는 그래서 더 귀하고 평생 기억하고 그리워할 , 슴슴한으로 표현되지만 모든 엄마들마다 맛이 다른 고유의 것.

이 책은 그럼 엄마의 슴슴함과 닮았다.

고요한 위로와 힐링을 안겨준다.
별다른 내용이 담긴 것고 아닌데 자꾸만 읽히고 구미가 당긴다.

구체적인 장소 음식 상황이 다르지만 읽으면서 내 눈과 뇌가 나에게 맞는 상황으로 번역해낸다.
훌륭한 번역가가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단어 하나하나 썼다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덜어내는 담백한 문장을 만들어 우리가 외국어 대사도 마음속에 담는 명대사로 평생 안고 가게하는 것 처럼 규섬작가의 글도 내 인생의 명장면 명대사로 마음에 남는다.

작고 사소한 일이라며 동요되지 않으려고 삶에서 기꺼이 탈락시켜 버리는 작은 일들이 나에게, 우리에게, 80억분의 일에게, 따듯한 위로를 준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으며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의미있다고, 매순간에 애정을 가지고 살아아겠다고, 작가의 글과 사진들이 말해준다.
물론 유머러스한 야유도 들어있지만 우리는 안다. 그것마저 관심이고 사랑이라고.

내가 있는 이곳이 따뜻하고 좋은 곳임을 다시한번 깨닫고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을만큼 빠르게 변화하며 매순간 왠지모를 걱정과 위협, 불안을 느끼고 있는 또다른 우리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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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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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1999년 자기의 자식을 죽여 신화 속 자신의 아들을 죽인 여신 메데이아라는 이름을 받은 희대의 악녀.
정확히 20년 뒤인 2019년 안나 O에 의해 벌어진 충격적 살인사건. 몽유병을 앓던 안나는 범죄 후 희망이 없어진 현실을 떠나 잠속으로 떠난다. 이른바 체념증후군.

긴시간을 잠을 자며 죽은 것 처럼 지냈지만 세상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깨워서 재판을 받게하던지 죄가 없다 밝히고 그녀애게 자유를 주던지.
결국 깨우기 위해 정부는 수면연구소에 안나를 맡기고 수면학자 벤에 의해 안나가 눈을 뜨면서 사건은 회오리의 한가운데로 끌려가는 것 마냥 긴박하게 진행된다.

20년의 간격을 둔 두 사건에는 메데이아의 남은 자식, 보호법에 의해 이름부터 환경까지 모든게 새롭게 부여된 환자X가 있다.

#안나O (#매슈블레이크 지음 #문학수첩 출판)의 전반적인 이야기이다. 잠자는 숨속의 공주가 떠오르는 체념증후군의 수년간 잠드는 증상은 이 책을 신비롭게 만들면서도 잠든이가 눈을 뜨는 순간 상황이 엄청나게 바뀔 것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키기에 최고의 극적인 장치이다.

게다가 안나가 사건 당일까지 썼던 일기장이 현실의 흐름 사이사이에 한장씻 공개되며 현실에서 벌어지는 추리와 현실을 비교하게 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고 몰입감을 준다.

그러면서 논픽션소설 분야 역대판매량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트루먼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내며 <안나O>에 소설을 뛰어넘은 현실감을 부여한다.

500페이지의 두꺼운 분량동안 심리적, 두뇌적 고난을 견뎌내야할 동기들을 끊임없이 빽빽하게 책 속에 넣어두고 있다.

나처럼 누가 범인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심장 두근두근 거리며 보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15쪽 분량이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끝까지 누가 범인인지 확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내가 이때까지 읽었던 범죄추리소설 중에서는 단연 으뜸이었던 것 같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더니 범인으로 예상 되는 인물들에겐 모두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삶의 동기가(우리 눈에는 살해 동기가 기꺼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사랑’이었다. 가족의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 첫사랑에 대한 사랑 모든 사랑 하나하나가 헛되고 약한 것이 없다. 사랑은 사람을 누구보다 강하게도, 누구보다도 삐뚫어지게도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그리고 범죄자의 인권이라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여름이 되면 뉴스에 나오는 말이 수감소에 에어컨을 설치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죄를 지어 사회로 부터 격리되어 벌을 받으며 식사, 의류와 같은 모든 지원이 세금인데 에어컨까지 틀어줘야하냐라는 말이 나온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살아서 알고있지만 여름은 참으로 무덥다. 에어컨 없으면 어찌 살았겠냐고 에어컨 발명한 사람 노벨평화상 줘야한다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심지어 우리보다 인구밀도가 높게 지내고 있다는데 얼마나 더 무덥겠나. 그래도 나도 선뜻 에어컨을 틀어주자고 말할 수는 없다. 나와서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고 교화가 힘들기도 하며, 그 돈으로 차라리 바깥 사회에서 금전적 어려움으로 에어컨이 없거나 있어도 전기세때문에 켜지못하는 그런 사람들은 돕는것이 훨씬 값어치있지않나 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오는 범죄자의 인권은 에어컨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제협약보다 우선되는 복지부장관의 서명하나로 말도 안되는 실험을 당한다. 에어컨은 부족하지만 여러가지 대안이 있다. 하지만 이런 비인간적인 실험은 대안이 없다.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했던 생채실험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결국 등장인물들의 삶에도, 한 범죄자의 수감생활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그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책이었다.
범죄소설을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하지만 읽는동안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무겁다. 책을 덮을때도 후련하지 않다.

끊임없이 뒤통수를 맞은기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뒤통수가 얼얼하다. 그래도 평범한 인간이 어떤 것이든 기필코 하게하는 사랑의 힘은 진짜다.
이렇게 진짜 같은 가짜, 가까 같은 진짜가 뱀의 똬리처럼 얽히고 섥혀있다.

색다른 범죄추리소설을 보고싶으신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는 장르소설 애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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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
이원영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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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어린 시절 모든 동물들이 참 멋져보였다.
만화영화 속 밀림의 왕, 친절하게 인간아이를 각자 잘하는 것으로 보듬어 키워주는 보호자, 우리 인간처럼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 방대한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같은 다양한 매력이, 그 나이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멋진 갑옷과 같은 털과 비늘들로 덮여있으니 어찌 멋져보이지 않았겠나.

특히나 수천 수만 킬로미터를 방향도 틀리지않고 한쪽눈만 감아 절반만 자면서 앞장서서 무리를 이끄는 새를 바꿔가면서 이동하는 철세들이 참으로 멋졌다. 그래서 나도 공룡만큼 새를 좋아했다. 그래서 시조새와 프테라노돈은 나의 최애 동물이었다.

하지만 동물을 관찰하겠다는 생각까지는 가보지 못한 것 같다.
몇해 전 모 카메라 브랜드의 TV광고에서 ‘72시간의 기다림’이라는 카피라이트와 함께 야생동물들의 사진 한컷을 찍기위해 비맞으며 위장해있는 사진작가 광고가 참 멋지기도 했지만 나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그랬을까. 먹고사는 일과는 관련없어 보여서?
결국에는 생명공학으로 진학해 식물보다는 동물쪽 커리큘럼을 더 많이 들었으면서 왜그랬을까.
잘 알지 못해서였을까?

#와일드 (#문학동네 글항아리 출판)를 쓴 동물행동학자 #이원영 저자는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조류를 특히 더 연구하는 학자이다. 펭귄을 주로 연구하며 극지탐험을 주로 하고 있는 저자는 극지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로 시야를 확장하여 미생물에서 유인원까지 종을 가리지 않는 폭 넓은 제목처럼 말그대로 세상 모든 야생, 와일드를 다루는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저자가 어린시절 동물들을 키우며 행했던 무지에서 부터오는 실수들을 다시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여 끊임없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지 않으며 직업으로까지 나아간 과정을 보고 있으면 책을 읽고 있는 나도, 동물행동학자가 되고 싶어진다. 다윈의 자연선택과 그에 따라 다른 외형을 갖는 동물들의 모습이 화려한 색감의 삽화로 그려져있어 흥미가 더 돋는다.
오려붙여서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내고 싶어지는, 책이 구겨지는 것도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절대로 들지않을 책을 내 손으로 훼손(?)하는 생각까지 들게하는 책이었다.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와 삽화가 들어있어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좀 더 끌리는 종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 이 책은 동물행동학자를 소개하는 책이자 입덕하게 하는 책인 동물행동학자 입문서이다.

침팬지 개체 하나하나에 이름을 지어 애정을 쏟아 영역에 들어오는것을 인정받아 말그대로 나란히 앉아 바나나를 나눠먹던 제인 구달과 위험한 종으로 취급되던 산악고릴라와 교감했던 다이앤 포시 와 같은 동물학자들의 이야기는 항상 가슴을 뜨겁게 한다.

야생동물을 사랑하다 보면 당연히 그 동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신경이 갈 수 밖에 없고 극지방이나, 밀림지대의 보전에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나 요즘 처럼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제멋대로인 상황에서 극지방과 밀림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겪는 환경변화는 우리 인간들이 삶에서 겪는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나온 물질로 인해 바다 속 크릴이 죽고 크릴이 주식이던 펭귄에게도 큰 위협이 되는 그런 악순환, 먹이를 찾아 펭귄이 이동하면 또 먹이사슬에 얽혀있는 수많은 동물들의 삶도 바뀌어나간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극지방의 펭귄에게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냐 말하겠지만, 극지의 연구가 잘 이루어지면 좀 더 넓은 종에게, 좀 더 넓은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데이터가 생긴다.

과연 이러한 데이터가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아가다 부딪히게되는 대부분의 문제의 답은 자연속에 이미 있다. 몇만년의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자연 속에는 켜켜이 쌓아져있는 지혜가 숨겨져있다.

환경 파괴로 인해 생활을 위협받는 동물들을 보면서 그들의 위기앞에서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마음을 가장 무겁게 짖누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안타까움도 이해가 된다.
나와는 관련없는 동물들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우리 지구가 만들어내는 복사에너지의 50퍼센트 넘게를 우리 인간이 쓰고있고, 온난화증상을 야기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의 주된 요소도 우리인간이다. 우리의 책임인데 우리와 관련없다 할 수 있는가.

모든 동물이 자기의 터전에서 아무 문제없이 자기 모습대로 살기를. 그 염원이, 그것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올곧은 덕심이 가득 담겨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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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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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다.
그럼에도 동시에 강인한 존재이다.
나약함을 알고 본능적으로 서로의 나약함을 보완해 완벽한 우리를 만들어 줄 사람을 만나 평생을 함께한다.
‘사랑’이란 인간의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모든 만화, 소설에서 이야기하듯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르는 법. 사랑이라는 큰 힘에는 실연으로 발생하는 크나큰 아픔이 뒤따른다.

그래서 노래에서도 사랑이야기보다는 이별이야기가 많고 보내줄게, 밥만 잘 먹더라 같은 이별이 너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술한잔 털어넘기면 잊혀지는 무언가로 이또한 지나가리라는 바램이 이 세상에는 더 많다.
모두가 실연이 가져다주는 아픔이 얼마나 큰 지를 잘 아는 것이다. 여기에 그 실연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색다른 방법이 있다. 시간이 일곱시로 매우 이르긴 하지만 정성스럽게 차려진 내일을 희망하는 정갈한 아침식사를 하고, 이별관련 영화를 몇편 내리 감상한 뒤에, 조식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가져왔던 사랑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맞바꾸어 들고 떠나간다.

#실연당한사람들을위한일곱시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김영사 출판)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여섯시 조금 지난 시간부터 모임장소 앞에 찬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고 있는 사강과 지훈의 시각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아침식사 때부터 울음을 참지못하고 끝내 식사를 마치지못하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지만 식사를 하며, 주변에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자신이 가져온 실연의 물건을 매만지며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실연을 겪기 전 사랑을 하던 자신의 모습이다. 유부남과의 사랑도, 대학동기와 이어진 10년남짓한 사랑도 제각각의 위기기 순간들이 있었다.
그 위기의 순간들에 대해 외면하거나 실연을 ‘당하거나’ 결국 스스로 ‘헤어지자’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게 만든 나쁜 사람 등 저마다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 실연직전까지의 온갖 사랑들을 따뜻한 온기가 담긴 식사와 함께 곱씹는다.

그 식사와 영화관람, 모든 것들을 진행하면 오후 7시.
12시간의 시간차. 그 시간이 지나면 그 이상의 격차가 참가자의 인생에서 벌어진다.

신작인 줄 알았더니 2012년에 나온 책을 13년만에 전면개정한 개정판이란다. 내년에 영화로도 나온다고 하니, 사랑의 또다른 잔인한 모습인 실연을 13년 이라는 시간차를 조율하여 책 속의 12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더 유의미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개정판일 것이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책의 마지막 챕터의 이름이 ‘슬픔이여 안녕’인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우연처럼 이 책을 읽기 전의 마지막 독서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었다. 열여섯 세실이 한달이 채 되지 않는 여름동안 앞으로의 인생에 함께할 슬픔을 기꺼이 껴안아 안녕이라는 작은 첫 인사를 시작하는 책이다.
그래서 farewell이 아닌 bonjour.

이 책에서도 슬픔은 결국 뛰어넘어야 할 극복해 나가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도 모두 알고있다. 당장 죽을 것 같고 숨쉬어지지 않고 그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않을뿐. 그 12시간의 시차가 앞으로 걸어나가야 겠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그럴 수 있다고 의지의 씨앗이 발아하는 시간이 되어준다.

모든 연애에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끝이 있을 수 있다고,
그 끝에 도달하였을 때는 반드시 잘 갈무리해야한다고. 그래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 년 이상의 연애를 하다 끝이 나면 다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한다는(누군가를 만나고 마음을 키우고 고백하고 특별한 사이가 되는 등)것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가진다. 하지만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유명 노래 제목처럼, 끝난 사랑을 교훈삼아 또 다른 사랑을 해야만 한다.

사랑이 우리 인간을 더욱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니까.

다만 시간을 들여 나와, 나에게 들이는 시간만큼 상대방에게도 시간을 들여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만은 깨달아야 한다.
결국 사랑이 끝난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이 나에게 들리자않고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니까.(상대방에게도 마찬가지로)

결국 사랑은 들리지않고 보이지 않던 것을 듣고 보는 것이다.
얼마나 들으려고 보려고,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사랑을 겪다 미완의 어른이로 남겨져있는 사람들, 이제 완성된 한명의 어른이 될 시간이다.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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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
김민지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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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어릴때 부터 할말은 다하고 모든 것에 나름의 이유가 다 있다며 조곤조곤 뱉어내던, 할아버지가 커서 아나운서 해라고 애정어린 말을 해주던, 미술의 길을 걷다 갑자기 진로변경하여 20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아나운서가 된 한 여자가 있다.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더 큰 사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아무리 포장해도 세상은 경단녀라는 이름으로 부르겠지? 경단녀가 되었을 때의 아쉬움은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남편이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포츠영웅이라 행동하나 말하나에도 조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영국 런던에 가서 아이 둘을 키워야 한다면 어떨까.

물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 적응해내겠지만 그 적응하기 까지의 과정이 쉽지않았을 것이다. 반짝이던 방송국에서 일하던 시절이 너무나 그립지 않았을까. 그림자가 짙으면 그만큼 빛이 강했다는 뜻일테니.

하지만 #반짝이지않아도잘지냅니다 (#샘터 출판)를 쓴 #김민지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아나운서 시절 친한 선배이자 여전히 가족같이 지내는 배성제 아나운서의 라디오에 출연해 스스로의 부심에 대해 물었을 때 저자는 “엄마라는 것“이라 대답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최고로 가치있는 것이 현재이자 가정에 충실한 본인의 모습이라 말하는 것이 참 멋졌다.

아무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나는 비혼주의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결혼이라는 제도 때문에 하고픈 일을 하지못하더나 날개를 펴지못하고 주저않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의 가치관은 다르지만 나는 그렇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하는 것도 물론 엄청 대단하고 값어치있는 위대한 일이지만 나의 가치관에서는 1등이 아니다.

그런 입장에서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를 읽기전까지는 참 안타깝게 기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기위해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도 슬픈데 무슨 로또당첨이 됐다느니 신데렐라니 같은 편향된 기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들 딸을 런던에서 키우며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피말리는 육아를 해냄과 동시에 글도 쓰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며 결국 그 결과들이 모여 이렇게 한권의 책까지 써내는 것을 보고, 참 대단하다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짝이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행복하다고 잘 지낸다고 말하는 작가를 보면서 꼭 커리어적으로 하고픈 일을 하며 왕성하게 능력을 뽐내고 사는 것만이 반짝인다고,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하나가 모두 특별한 사람이니 말이다.
태어난 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특별한데 가족들을 나의 인생 우선순위 제일 위에 올려두고 살아가는 삶이 어떻게 특별하지 않을 수 있나. 심지어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얻은 아이들과 가정인데 그 값어치는 이루 말 할 수 없지 않을까.

물론 방송일이 더 반짝이긴 했을 것이다. 방송국 조명은 엄청 강하기로 유명하니까😁더 강한 빛을 쪼일뿐 지금의 작가도, 방송을 그만둔 뒤에도 매순간이 반짝였고 반짝인다.

본인이 반짝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부족하게나마 책을 읽은 소감을 올리면서 만나게된 멋진 분들이 많은데 북스타그램의 특성상 여성분들이 많다. 그리고 특히나 주부가 대부분이다.
애기 둘 키우면서 자기 일도 하고 거기에 북스타그램까지.
언제자고 언제 쉬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스케줄이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책을 읽고 후기를 작성하고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나눈다.

그럴 때 그분들의 눈빛을 그 어느때보다 반짝반짝 할 것이다.
아마 빗대어보자면 집에 키우고싶어하던 강아지가 생겨서 처음 마주할 때의 그 눈빛이지않을까?

그렇게 삶을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각자가 특별하고 반짝인다. 자기가 반짝이는 것을 자기가 보지 못할 뿐. 남이 반짝거리면 나도 반짝거리고 있는 것이다. 다 같은 사람이니까.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지만 스스로가 특별한 것 없다 생각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괜찮다. 난 눈부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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