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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분의 일 - 살며 맞이한 순간 마주한 생각
규섬 지음 / 집우주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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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서로 분류되며 읽은 사람보다 아마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 벽돌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우주로만 향하던 인간의 시선이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본 시선이 담긴 사진이 나온다. 검은 색 배경에 파란 작은 점하나. 그것이 우리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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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세상의 전부인 것 만큼 커다랗고, 어떻게 보면 먼지같은 이 세상에서 수만가지 종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특히나 80억명의 인간이 아둥바둥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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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둥바둥은 누군가의 삶의 태도일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내 옆의 사람과 부대껴야 하는 정도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가 특별하다. 나와 같은 생명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말 그래도 80억분의 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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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특별한 한사람의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이야기, 그러면서도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들이 덤덤하게 일상보편적인 친근한 언어표현으로 #80억분의일 (#규섬 씀 #집우주 출판)이 채워져있다.
세상에 단 한사람만의 이야기라고도 읽혀질 수도 있지만 80억을 우리가 사는 세계, 또는 우리라고 생각하고 숫자1이 아니라 어떠한 사건을 가리키는 ‘일’로 생각한다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또는 우리의 일들로 책이 채워져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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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반짝일 때 들리는 소리없는 인사를 담았다는 작가의 ‘규섬’이라는 필명답게, 작가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순간처럼, 눈으로 볼때 작고 잘아야 반짝인다고 말하는 작가처럼 특별하거나 흥분하지 않아도 되는 어찌보면 사소하고 작을 수도 있는 일상의 순간을 사진기도, 글로 포착해서 반짝이게 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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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감동이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극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어떤 자신의 목표를 이룬 위인들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겪을 것 같지않은 아픔을 겪고 극복해내며 극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 주인공들을 보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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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80억분의 일>속 이야기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팔 수 있는 것은 싹 다 팔아야 하는 돈을 번다라는 것, 아내와 함께 경복궁에 가는 일, 해외여행에서 평소라면 그러지 않았을 엄카로 사진기 구입하기, 코딩, 살림 등 모든 순간이 작가 고유의 순간과 사유이지만 겪지않아도(왠지 비슷한 일을 저질러보고 겪어본 것 같은)알 것만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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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시리 엄마의 집밥이 생각났다.
타지살이하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피자 치킨과 같은 배달음식을 먹다 늘어나는 뱃살, 나빠지는 건강, 배달 앱을 끝까지 내려도 땡기는게 없는날, 어릴적엔 슴슴해서 싫다고 먹지않던 엄마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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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서야 알게되는 그래서 더 귀하고 평생 기억하고 그리워할 , 슴슴한으로 표현되지만 모든 엄마들마다 맛이 다른 고유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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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럼 엄마의 슴슴함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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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위로와 힐링을 안겨준다.
별다른 내용이 담긴 것고 아닌데 자꾸만 읽히고 구미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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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장소 음식 상황이 다르지만 읽으면서 내 눈과 뇌가 나에게 맞는 상황으로 번역해낸다.
훌륭한 번역가가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단어 하나하나 썼다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덜어내는 담백한 문장을 만들어 우리가 외국어 대사도 마음속에 담는 명대사로 평생 안고 가게하는 것 처럼 규섬작가의 글도 내 인생의 명장면 명대사로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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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사소한 일이라며 동요되지 않으려고 삶에서 기꺼이 탈락시켜 버리는 작은 일들이 나에게, 우리에게, 80억분의 일에게, 따듯한 위로를 준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으며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의미있다고, 매순간에 애정을 가지고 살아아겠다고, 작가의 글과 사진들이 말해준다.
물론 유머러스한 야유도 들어있지만 우리는 안다. 그것마저 관심이고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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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이곳이 따뜻하고 좋은 곳임을 다시한번 깨닫고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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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을만큼 빠르게 변화하며 매순간 왠지모를 걱정과 위협, 불안을 느끼고 있는 또다른 우리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