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와일드
존 크라카우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바오밥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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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청년이 홀로 야생으로 떠난다.  

 청년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두고 세상은 야생의 삶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며 오만한 자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열정을 가지고 익숙한 삶을 거부한 것이라며 공감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저 그 청년의 순례를 공감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의 죽음은 남아있는 그의 가족, 친구들에게 큰 상처로 남았고, 아마도 치유되기 힘들겠지.  그러나 그의 야생의 삶을 통해 우리는 인간은 '섬'이 될 수 없고, 인간 간의 유대관계야말로 청년이 찾아 헤맨 궁극적 종착지였음을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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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1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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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즐겨보는 미드 중에 "성범죄수사대SVU"시리즈가 있다. 강력사건에 속하는 성범죄를 뉴욕 성범죄전담반 소속 경찰들이 해결해나가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현재 미국에서 12시즌이 방영중이라고 하니 드라마를 보는 고정 팬들 수가 상당할 것이다. 

미드에서는 강력범죄를 해결하는 경찰, FBI, CSI 등등 그 소속, 명칭도 무척이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예상치 못했던 반전,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 등 그 내용도 무척 흥미롭지만 등장인물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적 매력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드라마를 보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미드 성범죄수사대 가 나에게 특히 매력있게 다가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내가 여자이기때문에 드라마 속 피해여성들의 아픔, 사건의 잔혹성 등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이 드라마 속 주인공인 앨리엇과 올리비아 두 콤비의 인간적 매력이 그것이다. 

다른 미드의 주인공들 역시 무척 매력적이지만 난 이 둘에게 더큰 매력을 느낀다. 이 둘은 오래동안 파트너로 활동하면서 찰떡호흡을 보여주고, 무엇보다 무척 인간적이다. 이 둘은 개인적으로 상처를 가지고 있고, 무고한 사람을 진범으로 오해해 감옥에 보내기도 한다. 피해자의 아픔뿐만이 아니라 범죄자(또는 범인으로 오해받은 자)를 대하면서 번민에 빠지기도 하고, 큰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큰 오류를 저지르기도 하는 그들이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더 애절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갤리온)는 어느 변호사의 기록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변호사에게 앨리엇과 올리비아를 떠올리게 되었다. 책은 1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들은 살인, 강도, 시체유기, 기물파손 등의 죄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그는 사건결과, 증거에만 주목하지 않고, 사건의 주인공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그 경험들이 어땠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조근조근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우리는 마치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11번째 이야기 '에티오피아 남자'에서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 경험을 반드시 헤아려야 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입양되어 지옥같은 인생을 살던 남자, 은행을 턴 돈으로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나고자 독일을 떠나 에티오피아에 가게된 이 남자, 그는 말라리아에 걸린 자신을 돌봐준 에티오피아 어느 마을사람들을 위해 마을을 유망한 커피재배지로 성장시키고, 교사를 초빙해 어린이들을 교육시키고, 마을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한 가정까지 일군다. 그러나 똥통 같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행을 턴 전과는 그를 다시 똥통으로 끌고 들어오고,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그는 결국 장난감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게 만든다. 그는 너무나도 애처롭게 은행직원에게 돈을 달라며 애원하고 미안하다며 사과한다. 분명 이런 행동은 옳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단순히 은행강도로 보지 않는다. 은행강도짓을 했으니 당장 감옥에 집어넣자고 얘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의 행동의 이유, 그가 돌아가고자 했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주목하고, '진실'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형량을 정하는데에는 반드시 도덕이 끼어들기 마련이라고 한다. 이것은 무척 어렵지만 당연한 말인것 같다. 어떤 사건은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더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고, 숨겨져 있는 이야기는 우리를 '진실'에 데려다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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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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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위로란 본래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18쪽

"울음을 우는 포로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적의 개별성이야말로 나의 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의 적은 전투 대형의 날개를 펼치고 눈보라처럼 휘몰아 달려드는 적의 집단성이기에 앞서, 저마다의 울음을 우는 적의 개별성이었다. 그러나 저마다의 울음을 우는 개별성의 울음과 개별성의 몸이 어째서 나의 칼로 베어 없애야 할 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나는 알 수 없었다."-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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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고종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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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의 사전적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단어에 대한 느낌을 정리한 책이라고 하면 맞을까...

작가가 개인적으로(!) 정의한 단어들 중 개인적으로 의미심장한 것을 추려서 되새겨보련다. 
 


 바람 : "이 모든 바람은 흐름, 즉 움직임이다. 그러니 바람은 농경 민족의 자연이 아니라 유목 민족의 자연이다. 바람에 대한 바람은, 즉 바람에 대한 願望은, 정착민의 철학이 아니라 여행자의 철학이다. 집시라고도 하고, 트래블러라고도 하고, 치간이라고도 하고, 로마니라고도 하는 그 여행자들 말이다. 그들은 움직이는 자들이므로.(85쪽)

  ⇒ 바람 = 움직임. 이 표현이 좋다. 정착하는 대신 이동하는 삶을 택한 유목민족들에게 '바람'이란 그들의 벗이자, 선물이자, 축복. 바람처럼 이곳저곳 흘러가고 싶군.



사랑 : "사랑이라는 말을 思의 옮김말로 쓰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사랑이라는 말은 당초 생각이라는 뜻이었다. 동사 사랑하다는, 그러니, 생각하다이자 사랑하다이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서로 잊지 못해 나는 병을 相思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만큼, 생각한다라는 뜻을 지닌 낱말이 사랑한다는 뜻을 아울러 지니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미자가 박철수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녀가 그를 생각한다는 뜻이다.(96-97쪽)

 

⇒ 사랑에 대한 명쾌한 설명.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애닳아 하는 것을 상사병에 걸렸다고 하는지 절대 잊지 못하게하는 글.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작가가 ‘아내’라는 단어를 바라보면서, 삼풍백화점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이종사촌을 떠올리고, 그의 죽음을 통해 상실감, 아내의 슬픈 얼굴을 접하게 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이따금 무덤을 찾는다는 일련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죽음의 공포를 떨쳐버리기 위해 찾은 곳은 페르-라셰즈이다. 이곳에는 페르낭 브로델, 마리아 칼라스, 이사도라 던컨, 에디트 피아프, 이브 몽탕, 오스카 와일드, 알퐁스 도데 등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사람이구나 알 수 있는 많은 이들이 잠들어 있다. 그곳에는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라는 인류역사에서 손꼽히는 로맨스 혹은 스캔들의 주인공들도 잠들어 있고, 짐 모리슨(어느 가게 벽에 포스터로 붙어있는 그의 모습을 2010년 6월 어느 저녁에 보았다오) 역시 잠들어 있다.  

 

지금 내 머릿속에 둥둥 떠있는 단어들을 잡아본다. '갑갑하다, 쓸쓸하다, 시리다, 어이없다, 나는 뭔가...' 어째 온통 부정적인 단어들뿐이다. 그러나 아직 이런 감정이라도 남아있다는 것, 내가 반응하는 감정의 주된 흐름을 조금은 인식하게 된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또하나 한글의 예술성은 정말 어떻게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시대의 광풍에 맞서 한글이 영원히 살아남길 바랄뿐.  

  

'바람'을 따라 움직여 폐르-라셰즈 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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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절판


"박해에 순순히 굴복하는 동안 몸에 배어버린 정신적 질병이 그들을 마비시키고 있는 거요. 그런데 이제 해방이 되고 나니 하는 짓들이 뭔지 아시오? 떠들어대는 일뿐이야."-82쪽

"그런데 아버지가-그 열에 찬 광신자가 기도를 하지 않은 거야, 알겠나? 그는 기도하지 않았어. '난 당신들을 위해 기도할 수 없어. 나를 위해서조차도 기도할 수 없으니까'라고 그는 말했다네. 그러고는 이렇게 외쳤다는거야. '정의롭지 못한 하나님에게 나는 기도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그는 죽어갔어. 신 목사 말대로 절대 고독 속에서 말야."-214쪽

"목사님의 신이건 그 어떤 신이건 세상의 모든 신들은 대체 우리에게 무슨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당신의 신은 우리의 고난을 이해하지도 않을뿐더러 인간의 비참, 살육, 굶주린 백성들, 그 많은 전쟁, 그리고 그 밖의 끔찍한 일들과는 애당초 아무 상관도 하려 하지 않습니다."-253쪽

"거기에는 또 다른 한 무리의 피난민들이 별빛 반짝이는 밤하늘을 지붕 삼고 모여 앉아 두고 온 고향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신기하리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들 사이에 섞여들었다."-311쪽

"『순교자』의 재발견에 관한 나의 이 짧은 보고서에서 내가 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김은국의 이 소설이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어떤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보편적 운명에 관한 ‘세계문학적’ 주제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의 중요성이다."-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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