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1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즐겨보는 미드 중에 "성범죄수사대SVU"시리즈가 있다. 강력사건에 속하는 성범죄를 뉴욕 성범죄전담반 소속 경찰들이 해결해나가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현재 미국에서 12시즌이 방영중이라고 하니 드라마를 보는 고정 팬들 수가 상당할 것이다. 

미드에서는 강력범죄를 해결하는 경찰, FBI, CSI 등등 그 소속, 명칭도 무척이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예상치 못했던 반전,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 등 그 내용도 무척 흥미롭지만 등장인물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적 매력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드라마를 보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미드 성범죄수사대 가 나에게 특히 매력있게 다가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내가 여자이기때문에 드라마 속 피해여성들의 아픔, 사건의 잔혹성 등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이 드라마 속 주인공인 앨리엇과 올리비아 두 콤비의 인간적 매력이 그것이다. 

다른 미드의 주인공들 역시 무척 매력적이지만 난 이 둘에게 더큰 매력을 느낀다. 이 둘은 오래동안 파트너로 활동하면서 찰떡호흡을 보여주고, 무엇보다 무척 인간적이다. 이 둘은 개인적으로 상처를 가지고 있고, 무고한 사람을 진범으로 오해해 감옥에 보내기도 한다. 피해자의 아픔뿐만이 아니라 범죄자(또는 범인으로 오해받은 자)를 대하면서 번민에 빠지기도 하고, 큰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큰 오류를 저지르기도 하는 그들이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더 애절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갤리온)는 어느 변호사의 기록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변호사에게 앨리엇과 올리비아를 떠올리게 되었다. 책은 1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들은 살인, 강도, 시체유기, 기물파손 등의 죄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그는 사건결과, 증거에만 주목하지 않고, 사건의 주인공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그 경험들이 어땠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조근조근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우리는 마치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11번째 이야기 '에티오피아 남자'에서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 경험을 반드시 헤아려야 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입양되어 지옥같은 인생을 살던 남자, 은행을 턴 돈으로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나고자 독일을 떠나 에티오피아에 가게된 이 남자, 그는 말라리아에 걸린 자신을 돌봐준 에티오피아 어느 마을사람들을 위해 마을을 유망한 커피재배지로 성장시키고, 교사를 초빙해 어린이들을 교육시키고, 마을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한 가정까지 일군다. 그러나 똥통 같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행을 턴 전과는 그를 다시 똥통으로 끌고 들어오고,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그는 결국 장난감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게 만든다. 그는 너무나도 애처롭게 은행직원에게 돈을 달라며 애원하고 미안하다며 사과한다. 분명 이런 행동은 옳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단순히 은행강도로 보지 않는다. 은행강도짓을 했으니 당장 감옥에 집어넣자고 얘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의 행동의 이유, 그가 돌아가고자 했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주목하고, '진실'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형량을 정하는데에는 반드시 도덕이 끼어들기 마련이라고 한다. 이것은 무척 어렵지만 당연한 말인것 같다. 어떤 사건은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더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고, 숨겨져 있는 이야기는 우리를 '진실'에 데려다 줄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