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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깊다 - 한 컬처홀릭의 파리 문화예술 발굴기 깊은 여행 시리즈 1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은 많이 돌아다닌 사람들이 아닌, 한 곳에 머물면서 그 곳의 삶을 살아보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래서, 한 도시에 대해 평가를 할 때는 6개월은 살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 까닭에, 모 항공사의 ‘넌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카피는 배낭여행족이 절정을 이루던 20세기말, 21세기 초반에나 공감을 주는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닐까? 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북은 매년마다 업데이트를 해야 하지만, 그 도시를 느리게 여행하는 ‘산책가’들을 위한 책을 쓰려면 적어도 한 도시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맛이 있어야 한다. 여기, 파리에 대한 느리지만, 여유로운 깊은 여행 <파리는 깊다>를 만났다. 
 


책의 표지에는 파리를 20세기 초만 대표하는 사진가 으젠 앗제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가난한 사진가가 파리 구석구석을 다니며 파리의 모습을 촬영한 후, 그 사진을 화가에게 팔아 그림의 밑 스케치로 썼다는 사진. 때문에 그의 사진에는 관광객이 만날 수 없는 파리의 장소들이 담겨 졌다고 한다. 글쓴이도 50여 차례 파리를 들고 나며 그만의 파리에 대해 느리게 소개한다. 18세기부터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던 파리는 아직도 그 당시의 문화예술으로 가득한 도시, 때문에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숨결이 남아 있다. 1부에 소개하는 파리의 예술 산책은 그들의 살아갔던 흐름을 따라 함께 나아간다. 하지만, 과거의 파리의 모습만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생활인의 파리도 관광객들은 만날 수 없는 도시의 한 단면이다. 2부 파리 도시 산책은 관광 가이드의 소개 멘트에서는 절대 들어 볼 수 없는 파리의 생활 공간들을 보여준다. 
 


나에게 서울은 먹고 살아가는 도시, 돈을 벌고 생활하기 편한 도시일 뿐이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파리처럼 산책하며 이 도시의 문화와 예술의 숨결을 느끼고 같은 도시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여유를 부릴 수는 없는 곳이다. 현대식 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세계 디자인도시라고 인정 받아도 관광객의 기억속에 흘러 떠내려 가버린 도시일 뿐, 파리처럼 느긋하게 산책을 하며 가슴속에 오래 담아둘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파리는 깊다>를 읽으면서 파리가 너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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