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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문학에 취하다 - 문학작품으로 본 옛 그림 감상법
고연희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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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뜻한 오전에 커피숍에 가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왠지 커피숍에서 책을 읽으면 낭만적일 것같다는 느낌에 책을 펼쳐들었는데 서양의 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동양의 그림 한 폭과 시 한 수를 읊어가는 내 모습이 아이러니 했다. 하지만 어느새 커피향이 전통차의 향으로 바뀐듯한 정겨운 느낌이 드는건 책에 더 심취하게 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날의 커피와 책 한 권의 승부는 책이 이겼다고 봐야하겠다.

 

 

최근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일반인들도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잘 설명된 책들이 많았기에 나도 작년부터 읽어온 편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참 감회가 다르다. 이전의 책들은 서양 미술 작품을 대부분 보았는데, 이번엔 완전히 동양의 작품을 감상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시와 그림을 함께 말이다. 우리나라 및 동양권의 그림을 감상하는 건 솔직히 낯설다. 그림 한 폭에 깃든 의미심장한 내용들 때문에 오히려 서양 작품들을 더 쉽게 접하고 이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서양화가들의 생애, 업적에 대해서는 거창하게 감상하면서 우리의 것은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왜 동양의 그림들은 어렵게 감상이 되는지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찾은 것 같다.

 

 



 

서양 작품과는 다르게 동양의 것은 여백을 중시하고 시나 글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내다 보니 추상적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물론 서양의 작품도 그러한 것들이 있지만 동양은 주로 산수화를 통해서 인생을 논한다거나 자신의 사상을 의미심장하게 내포한 것들이 많다보니 미술 작품을 감상할때 세심히 보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한것 같다. 특히 실학자 박제가가 그린 어락도(물고기의 즐거움)은 단순한 물고기 그림이 아니라 사상과 정치적 배경, 세상의 이치를 나타내는 것임을 알려준다. 실학 사상을 바탕으로 한 그림 감상법을 소개하였는데, 세상의 만물을 면밀히 살피고 인식하려고 하는 문명 발전론을 주장하는 그의 그림과는 다르게 그림 안에 적힌 글은 중국 장주의 장자 중의 한 문장이다. 장주의 글은 논리와 직관의 대비를 이루는 혜자와 장자의 대화글인데 장자론은 사실 예사롭지 않은 문명 거부론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작품이 연못의 물고기이라 하지만 자연을 나타내고 또 우리가 사는 세상을 빗대어 표현한 것에는 공통된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상적으로는 상반적일 것 같은 그들이 그림에서는 한 길을 걷고 있는 듯한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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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림 한 편에 있는 짧은 글귀 또는 문장을 통해 이들이 적히게 된 배경과 전체적인 글을 설명함으로써 작품감상의 이해를 돕는다. 지루하지 않게 적당한 글들이 화제를 전환하고 있고 때로는 작품속에서 동파건을 쓴 동파선생(소식)을 찾거나 그림 속의 주인공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어렵기만 했던 정치적, 역사적 배경과 시대를 풍미했던 문인과 화가들을 만나보고 나니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경건해지기까지한다.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하지만 새롭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으로 산뜻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선조들이 바라는 이상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덮으면서 나또한 아닌줄 알면서도 도원을 상상하고 기대해 본다. 스팩타클한 대 서사시 영화를 본 것 같은 웅장함이 든다. 겉표지를 벗겨내어 그림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안견의 적벽부도이다. 저자는 이 그림을 참으로 맘에 들어했구나 하면서 살짝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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