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찰스와 엠마 - 다윈의 러브 스토리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종의 기원>으로 후대에 너무나 잘 알려진 찰스 다윈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찰스와 그의 아내 엠마를 중점으로 하여 쓴 책은 이제껏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찰스와 엠마>는 찰스 다윈의 러브 스토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을 만큼 찰스 다윈의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들을 담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과학자로서의 삶 이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 남자로서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찰스 다윈이 5년간의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결혼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두고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이 도입부이다. 찰스 다윈은 그의 꼼꼼하고 분석적인 과학자적인 성향을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결정할 때에도 상당부분 활용한 사람이였다. 실제로 그는 결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결혼의 장점과 단점을 두 부분으로 나눈 종이에 차례 차례 적어간 사람이였다. 찰스가 무엇보다 결혼에 대해서 망설인 이유는 자신의 과학자로서의 삶에 필요한 시간의 상당부분을 잃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였다.
저명한 의사인 아버지와 유명 도기회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삶을 살았고, 아버지의 유니테리언적 성향으로 인해서 종교적으로도 비교적 자유로웠던 찰스 다윈은 자신의 연구가 거듭될 수록 창조주 하느님이 이 땅의 모든 인간과 생물종들을 만들어 냈음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엠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였는데, 찰스 다윈은 이러한 종교적 간극이 추후 엠마와 자신의 결혼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찰스와 엠마는 충분한 대화와 서로 간에 배려하는 모습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사촌지간이였던 찰스와 엠마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때 당시에는 이렇게 사촌끼리의 결혼이 비교적 많았다고 한다.
상당히 차가울 것 같은 이미지의 찰스는 덤벙거리는 엠마의 성격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엠마가 자신의 연구 활동으로 외롭지 않도록 결혼 생활의 상당부분을 신경 씀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찰스는 외적인 조건 못지 않게 내적인 조건도 상당히 훌륭한 남편이였던 것 같다.
그의 과학자적 성향은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나타나는데, 아이들의 감정이나 표정 변화 등을 관찰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사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을 둔 관찰들을 자신의 공책에 기록하기도 했다.
책의 중간 중간에 그의 과학자적 업적과 일생 일대의 사건들도 나온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마치 그의 전기책을 보는 것처럼 미묘한 심리까지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찰스와 엠마의 러브 스토리를 떠나서 이야기의 전개 속에 보여지는 그 시대의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 환경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상당히 재밌는 부분이였다.
하느님이 만물의 창조주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대에 찰스 다윈의 천지를 뒤엎는 발표가 가져 온 반향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찰스 다윈에 대해 이전까지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접근이 이 책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