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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조정래 - 정글만리
<유형의 땅>을 읽고 조정래 작가에게 푹 빠졌습니다. 학창시절부터 <태백산맥>, <아리랑>은
도서관레 길게 나열되어져 있었지만 항상 빌려져나가 빈 자리가 듬성듬성 있어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였는데요.
하지만 어릴 때에는 완전히 읽은 장편이라곤 <영웅문> 시리즈가 유일했고 <태백산맥> 첫부분을 도서관에 서서
읽어 봤을 땐 매력적이였지만 막상 빌려서 집에서 읽을라치면 군인이 나오고 제가 싫어하는 이념, 전쟁으로 더렵혀진 거 같아 선뜻
책이 손안에 감기질 않아 읽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만난 <유형의 땅>은 단편 모음집으로 장편의 중압감없이 읽을
수 있었고 작가님 초기 작품부터 다양한 캐릭터와 이야기 느낌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상에서 연재되는 정글만리
소식을 듣고 읽으러 찾아갔지만 이야기가 한번에 전개되는 게 아니라 쓰시는 속도와 진행상 짧게 여러편이 올려져 있어 제대로
읽어보지를 못했는데 책으로 나와 얼른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하드커버에 작고 지문이 짧아 읽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천리만길 넘어 중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의 머릿속을 휘어감는 매력적인 장편소설입니다. 책에
사로잡혀 꼼짝없이 손과 발이 붙잡혀 앉아 있지만 읽고 있노라면 마치 머리속에 3차원의 소설속 세계가 펼쳐져 북경, 상해, 한국,
서안, 홍콩 등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부유하고 과거, 미래를 아울어 속도감있게 저자의 손가락질에 좌지우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딱히 주인공이 없다는 전개도 흥미롭습니다. 독자는 장편소설일 경우 당연 하나로 집중되는 주인공을
바라기 마련이며 그래야 극에 더 깊이 흡입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1인칭,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 합쳐져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법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오히려 중국, 비즈니스, 역사 그리고 사람들 얘기에 질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져 흥미진진하며,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는 중국과
비즈니스 등 다방면의 정보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켜 줍니다. 등장 인물이 많지만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를 갖춘 데다 캐릭터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중국의 다양성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놀라웠던 점은
중국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였습니다. 과거 중국통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했던 때가 있어서 중국과 중국인, 조선족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식견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 ㅠㅠ 중국통이며 중국에서 일하며 먹고 사는 상사원들 십여명 모여 머리를
맞대고 나눈 정보를 모은 듯한 내밀하고 섬세한 정보들이 많았습니다. 글로된 자료만으로 이런 글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을 몇
번씩이나 하게 되더군요. 살아 있는 중국통의 정보를 모은 책처럼 살아 있는 정보들로 가득합니다. 먹는 것에서부터 중국의 모든
것들이 짝퉁이라고 괄시하지만 그네들의 삶에 들어가보면 실상은 또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런 입을 통해 전해진 것 뿐 아니라
생활에서 나오는 정보들이 많아 감탄하며 읽게 됩니다. 중국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꼭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정도로 비즈니스에 실용적인 정보들도 많았습니다. ^^ 그런 정보들은 등장 인물들의 대화를 통하거나 한 두명의
사색을 통하거나 전지적 작가가 등장하기 하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전달되어 집니다. 재미있었던 건 우리의 노련한 작가님이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중국의 역사, 경제, 정치 등을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장면이 많았는데요, 어색하지 않고 덜 딱딱해서 읽기에도
좋았습니다.
다양한 등장 인물들의 결말을 시간차를 두고 내어 누가 진정 주인공인지 알게 해주는 플롯도 좋았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전대광 부장으로 그는 마지막까지 출연을 하지요. 3-5개국의 등장 인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훈훈하게 마무리
지어지는 건 한국과 중국의 소수의 사람들이더군요. 대작가의 애국심은 독자들에게 중국을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과 동시에
일본, 중국의 역사를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지루하거나 질리지 않게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것에서 절절히 느껴지는 거 같았습니다.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 등의 대작가들은 소설류를 발표했지만 대문호로 칭송받습니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조정래 작가님의 단편
모임집인 <유형의 땅>만을 읽어봤기에 국내외로 대문호로 자랑하는 데 망설임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조정래 작가님의 글들을
찾아 읽어볼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주저없이 우리의 대문호로 손에 꼽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