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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맨
J.P. 돈리비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J. P. 돈리비 - 진저맨
독특한 주인공의 캐릭터에
반해 읽게 되었습니다. 판매 금지될 만큼 외설적이라는 부분도 궁금했구요. ^^ 20세기 영문학 대표작으로 손꼽힐 정도의 작품성을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해병으로 전쟁 참가한 작가의 이력도 특이했는데요. 갑자기 아일랜드로 이주한 후 프랑스에서
첫 출판된 책의 경력도 독특했습니다. 격한 전쟁을 겪은 유럽, 북미에 발표된 책치고 캐릭터들이 독특합니다. 책은 생강이라는
제목과 어울리게 생강빛깔처럼 느껴지는 붉은 빛을 띈 겨자색 표지가 제목과 잘 어울립니다. 두꺼운 편이지만 문고판으로 무겁지 않아
휴대성이 좋았으며 지문이 짧게 느껴지는 디자인이라 읽기에도 좋았습니다.
주
인공은 저자 자신일까요, 그 시대의 남성들을 대표하는 걸까요, 아니면 상류층으로 분류되었다 신세가 바뀐 소수층들을 풍자한
것일까요. 전체적으로 흐르는 무기력함은 우울합니다. 색욕, 식욕에만 반응하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은 우울한 그 시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시한 채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무책임한 주인공의 작태는 코웃음치게 만드는 찌질함으로 뭉쳐져
있습니다. 얇은 감자 스낵처럼 부서지기 쉽고 나약한 주인공은 그에 어울리지 않게 독립해 가정을 차리고 아이를 낳아 독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읽으면서 주인공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우리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게 살고 있지만 모른척 최소한 나는 이런
사람은 아니라며 위안하며 남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책을 읽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그리 되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줍니다. 조금씩 이해가 되다가도 혐오감으로 찡그려지는 주인공의 인생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리의 인생인 듯도 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 지금을 나로 살고 있지만, 우리 인생 전체를 소설로 써볼 만큼의
주의력도 관심도 그리고 3차원적 분석을 할 능력도 없습니다. 주인공의 짧은 토막의 인생을 보며 우리는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 나를 관찰하고 글을 썼다면 어떤 글이 나올까 생각하게 만듭니다. 주인공처럼 부도덕하며 철면피에 어디에도
쓸모없는 인간은 흔치 않겠지만 시대가 다른 만큼 이와 비슷하지만 형태는 다른 많은 부적격자들이 만들어지고 있음은 느낄 수
있습니다.
외설스런 부분들이 아주 세련되게 느껴졌는데요. 농도짙고 수위높은 씬들이 많지만 대화, 회상 등을 섞어
독자들이 거기에 휩쓸려 스토리보다 그 씬에 집중하지 못하게 막는 장치로 세련되게 잘 표현된 듯 했습니다. 보통 우리들이 생각하는
진지함을 모르는 주인공도 나름의 진지함으로 인생을 고민하고 미래를 점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 이것이 문학의 힘이겠지요.
주인공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인간쓰레기로 분류하고 절대 상종을 하지 않겠지만 책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마음이 넓다는 듯 이해한다는 듯
포용할 수 있으니까요. 책으로 여러 사람들의 상황과 생각, 절대 중요한 순간의 판단의 이유를 알고 보면 선행학습도 되고 인류애를
다지는 데에도 좋은 거 같아요.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나름의 고충이 있음을 알게 하고 넓은 포용력을 갖게 하는
은근한 힘이 느껴집니다.
읽기 전에는 <
게을러질 권리>라는 책을 떠올렸지만 전혀 다른 류의 글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자본주의는 우리를 주인공의 삶처럼 게을러질
권리를 혐오하게 하고 개미처럼 부지런해지기를 권유, 강요하지요. 주인공의 삶은 일견 부러웠지만 ^^; 자본주의는 그런 사람을
인간쓰레기로 분류하도록 우리를 교육시켰습니다. 이 책은 그런 자본주의의 허점?을 잘 집어내며 시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읽는다면 딱히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를 이해할 수 없는 글일 수 있지만 시대를 조명하며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당대 최고의 문학작품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이 책과 함께 조정래님의 <정글만리>를 같이 읽었는데요, 시대
조명과 함께 독자들을 일깨운다는 공통점이 명작임을 증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