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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과 유토피아 - 니체의 철학으로 비춰본 한국인, 한국 사회
장석주 지음 / 푸르메 / 2013년 6월
평점 :
장석주 - 동물원과 유토피아
니체는 항상 제게 도전이였고 못 다 한 찝찝한 숙제같은 존재입니다. 아니 너무 어려워 여러번 읽어도 정복할 수 없는 고고한
상아탑이랄까요. 어릴 때부터 독일어 번역의 번역체에 질렸고 지금도 그 번역체에 무릎꿇기 일수인데요. 많은 이들이 니체를 인용하고
그가 우리나라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대안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도 니체가 하는 말은 도통 개념어 학문적인 말이라 알아 들을
수가 없어 마음이 조급해 지던 중 만난 책이라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섬세한 시인의 니체는 남다를 것만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읽었답니다. 노란색 표지위에는 니체와 저자의 흑백사진이 장식되어져 내용을 유추하게 합니다. 장석주의 크로스인문학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지그재그 무늬가 왠지 매칭이 잘 되는 느낌입니다. 글씨는 좀 작은 편이지만 줄간이 있는 편이라 읽기에 좋았습니다.
저
자의 사진만으론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본문 내용으로 보면 은퇴하고 하향한 나이대이지만 젊을 때의 사진이 헷갈리게
했는데요. 인문학적 소양이 깊은 내공있는 내용과 네이버 검색으로 알아본 그의 나이는 잘 매칭되더군요. 공무원 은퇴후 시인,
비평가로 활동한다는 것 자체도 흥미로웠습니다.
서문없이 본격적입니다. 니체식으로 진화되는 동물 순이며, 그와 매치된 한국 사회의 문제들과 특성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솔
직하자면 굉장히 진보적입니다. 저도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으로 제로에서 새롭게 생각하는 사고법을 연습하고 있지만 이
책은 그 내공의 깊이를 측량조차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힘듭니다. 알지만 모른 척 잘 감춰진 가족의 비밀이
까발려진 것 마냥 마음이 아렸습니다. 가슴은 두근 두근 속 시원함과 불안함이 공존하고 머리는 서늘하고 아파옵니다. 그래서인지
독특한 ㅠㅠ 경험도 합니다. 아픈 머리에 며칠 책을 덮어 뒀다가 우연히 펼쳐진 첫장인 낙타편을 읽곤 깜짝 놀랍니다. 완전 새 책을
보는 듯한 이 생소함이라니. ㅠㅠ 이해했다 생각했지만 그 때뿐 돌아서면 잊혀질 만큼 어쩌면 생채기를 내는 글이며 마음으로
이해하기 싫어 회피하고 싶은 글들인가 봅니다. 인문학적인 내공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구요.
하
지만 어렵기만 했냐, 절대 아닙니다. 니체를 이렇게 쉽게 설명한 책은 이제껏 보질 못했습니다. 얕은 인문력으로 나름 니체를 알아
보고자 책을 들춰 봤던 제 경험상으론 최고의 책입니다. 쉬운 말과 쉬운 비유법, 어려운 학문체 없이도 니체의 체면은 구겨지지
않았습니다. 학술체 아니면 그가 부서지기라도 할 듯 무장했던 많은 책들은 뇌리에서 사르르 모래성처럼 사라집니다. 그만큼 저자가
니체를 마음속 깊이 이해했으며 그의 사상으로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데 절로 무릎이 쳐집니다. 이런 적절한 해석이 있다니!
니
체로 풀어본 우리 사회는 한마디로 총체적인 문제 덩어리입니다. 철학이 없는 우리 현대 사회를 통렬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광복후 우리는 배운 것 없는 망나니처럼 서양과 자본주의가 이끄는 대로 생각없이 철학없이 반성없이 거울없이 앞으로 내달리기만
했나봅니다. 철학자와 지식인들은 고달프다더니 어렴풋이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문제와 해결점을 니체식으로
속시원하게 천천히 서술한 저자의 내공에 글을 읽을 수록 감동하게 됩니다.
이
책은 정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려워서 정독이냐, 어쩌면 대체적으로 어렵지만 읽다 보면 다 이해되는, 그리고 이해하고 싶은
내용들이라 재미있게 생각하며 저절로 정독을 하게 됩니다. 저같은 경우 인문력이 약하다 보니 정독하는 책은 짧게 끊어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주루룩 붙여 읽기 위해 눈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니
체를 연구 근간으로 한 저자의 현대 사회 연구 보고서라 보면 될까요. 자신의 소신을 니체의 저서 내용을 내세워 당위성을 높입니다.
어떤 부분은 좀 아니다 싶은 것도 있었고, 계속 짐작만 하고 확인받지 못한 생각들에 쿵 마침표를 찍어 주기도 합니다.
역
시 니체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천재적인 그의 글에 니체를 읽고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 니체를 인문학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소화시켜 현대 사회에 대비한 훌륭한 책입니다. 의도가 위대하다고 결과물이 훌륭하란 법은
없습니다. 의도도 결과물도 훌륭했습니다. 니체를 풀 수 있는 황금열쇠 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