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파괴자 -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관계를 망가뜨리는 사람들
랜디 건서 지음, 장호연 옮김 / 한문화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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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랜디 건서 - 관계파괴자

 

 

 

 

 

  제목을 보자 마자 손이 가는 책입니다. 한번즘은 내가 관계파괴자는 아닐까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데요. 나일 때도 있고 상대일 때도 있고... 모든 인간 관계가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 듯 그 관계가 파괴되는 죄책감도 나눠져야 할텐데 항상 꼭 그런 건 아니더라구요. 관계가 서툰 사람으로서 내가 관계파괴자는 아닐까 체크도 해보고 배울 점이 많을 거 같았습니다. 책은 보통 무게에 묵직한 편입니다. 편안한 색조화가 눈에 덜 띄지만 제목과 가위로 절로 눈이 가게 되는 표지디자인이 조화롭습니다.

 

 

 

 

  얼마전에 고혜경 박사의 <나의 꿈 사용법> 이라는 시리즈 강의를 듣고 문득 제가 어떤 인간형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사람마다 조금씩 가지고 있지만 '자기애적'인 성격이 좀 강한 편이더군요. 그런 단점을 깨닺고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 정리가 잘 된 편입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쉽게 읽혀야 되는 것이 책의 의무라 생각하는데요. 꽤 빠른 전개를 띄어 읽기 좋았지만 제 성격탓인지 마음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읽기가 꽤 힘든 책이였어요. 거의 모든 내용이 '자기애적'인 사람들과 관련되었습니다. '자기애적인 사람 = 관계파괴자 라는 공식이 성립됩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문제로 쉽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똑같은 내용이 자꾸 나온다는 생각과 비난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장애로 통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  

  서문의 제목이 '우리는 모두 관계파괴자다' 라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책의 장점은 차근히 이끄는 단계별로 따라가기 쉽다는 것입니다. 총 14장으로 되어 있는 본문은 각 장의 제목에 대한 해결법으로 가득합니다. 글의 속도는 느린 편이라 천천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 속하는지 테스트하고 내가 만들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우선은 자신이 어떤 관계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테스트해 자신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인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패턴은 객관적으로 어떤 문제엔 어떤 해결법으로 천천히 나아가야 될런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자로 임상 결과를 통해 관계를 바로 알게 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이 책에 감성을 담아 읽으며 반감을 느꼈듯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잣대로 책이나 관계를 규정하는데 이 책은 그 중간인 객관적인 이론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테스트나 해결법에는 다양한 질문을 담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계에 처해있는지 꾸준히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과정에서 저처럼 저자의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로 빠질 수는 있습니다. 책에서 가르치는 대로 한 숨 쉬면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어볼 만한, 잘 정리된 심리책입니다.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관계의 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관계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류인지 파악하고 그에 대처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겪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해 천천히 따라갈 수 있도록 유도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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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생각
김일연 지음 / 책만드는집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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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연 - 친구생각

 

 

 

 

 

  중학교때는 우연히 읽은 동화책을 읽고 시를 써내서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ㅠㅠ 고등학교에선 멋진 국어 선생님이 시든 소설이든 조각 조각 분석하고 그 다양한 의미를 알려 주셔서 시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대학교땐 친하지 않던 친구가 생일선물로 시집을 주어 아무 생각없이 받아 왔습니다. 김광균님의 시집으로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가끔 읽고 있답니다. 절친한 친구가 류시화님의 시집을 소개해 주어 거의 다 섭렵합니다. 시는 은근히 제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더군요. 어떨 땐 시를 밀어 냈지만 아주 멀리하지는 못하고 한문공부 한다는 핑계를 대며 최치원 선집을 산 걸 보면 인연이 있나 봅니다. 양장본 위의 종이 표지에는 글자 폰트도 크기도 제각각이라 좀 촌스럽게 느껴집니다. 시집 치고는 꽤 묵직한 두께와 무게감이지만 휴대성이 좋습니다.

 

 

 

 

  표지의 단점을 상쇄할 만큼 본문 디자인은 조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는 사진이 중앙에 위치해 시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시들이 짧아 읽기 좋습니다. 운율이 잘 맞고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긴 깃털로 옆구리를 간지려 슬슬 올라오는 간지럼처럼 천천히 부유시켜 주는 상상력에 즐겁습니다.

  '먼 사랑'이라는 시는 짧지만 반전의 위트가 돋보입니다. 이런 반전은 억지스러워 반감이 들 수 있지만 그만큼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장치인 거 같습니다. 3줄의 시로 머리로 판단하고 가슴으로 상상하고 감동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 걸 깨닫게 됩니다.

  독특했던 건   '눈머는 깊이'라는 작품에서 한마디의 말이 내 글이 아니고 다른 작품에서 따온 것은 주석을 달아놓은 점입니다. 그 마음은 아름답지만 시의 모양새가 좀 우아하지 못한 건 아닐까 걱정이에요. 시집을 멀리했는데 요즘은 이런 식일까요. 새롭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추천사를 읽고 시조인 걸 알았습니다. 시조와 시의 차이가 뭘까요. 저는 좀 고고한 것이 시조라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아한 모습을 유지한 채 친솔하게 다가오는 시들이라 왠지 노티난다 생각했던 시조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그저 조금 추상적인 것들이 이해가 가지 않은 것들이 종종 있었는데요. 궂이 이해하려 노력하며 머리가 아픈 것보다는 시 전체를 아울러 흐르는 감성을 읽어내려 노력했습니다. 가을이라 더 감성적인 지금, 딱 읽기 좋고 뭔가 글을 쓸때면 왠지 시적인 감성이 불쑥 솟아 올라오게 합니다.






  감성을 충만하게 하고 추억을 돋아나게 하고 나를 위로해주는 시집입니다. 힘들 때면 불쑥 시집을 들곤 합니다. 그럴 때는 김광균님의 딴딴한 내공이 있는 시나 교훈이 넘쳐 나는 류시화의 시가 제게는 좋았는데요. 이 시집은 말랑말랑해서 봄, 가을에 감성적일 때 마음을 붕 뜨게 하는 힘이 있어 몽상을 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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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과 유토피아 - 니체의 철학으로 비춰본 한국인, 한국 사회
장석주 지음 / 푸르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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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  동물원과 유토피아

 

 

 

 

 

  니체는 항상 제게 도전이였고 못 다 한 찝찝한 숙제같은 존재입니다. 아니 너무 어려워 여러번 읽어도 정복할 수 없는 고고한 상아탑이랄까요. 어릴 때부터 독일어 번역의 번역체에 질렸고 지금도 그 번역체에 무릎꿇기 일수인데요. 많은 이들이 니체를 인용하고 그가 우리나라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대안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도 니체가 하는 말은 도통 개념어 학문적인 말이라 알아 들을 수가 없어 마음이 조급해 지던 중 만난 책이라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섬세한 시인의 니체는 남다를 것만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읽었답니다. 노란색 표지위에는 니체와 저자의 흑백사진이 장식되어져 내용을 유추하게 합니다. 장석주의 크로스인문학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지그재그 무늬가 왠지 매칭이 잘 되는 느낌입니다. 글씨는 좀 작은 편이지만 줄간이 있는 편이라 읽기에 좋았습니다.

 

 

 

 

 


 

 

 

 

저 자의 사진만으론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본문 내용으로 보면 은퇴하고 하향한 나이대이지만 젊을 때의 사진이 헷갈리게 했는데요. 인문학적 소양이 깊은 내공있는 내용과 네이버 검색으로 알아본 그의 나이는 잘 매칭되더군요. 공무원 은퇴후 시인, 비평가로 활동한다는 것 자체도 흥미로웠습니다. 

 

 

 

 

 

 

 

서문없이 본격적입니다. 니체식으로 진화되는 동물 순이며, 그와 매치된 한국 사회의 문제들과 특성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솔 직하자면 굉장히 진보적입니다. 저도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으로 제로에서 새롭게 생각하는 사고법을 연습하고 있지만 이 책은 그 내공의 깊이를 측량조차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힘듭니다. 알지만 모른 척 잘 감춰진 가족의 비밀이 까발려진 것 마냥 마음이 아렸습니다. 가슴은 두근 두근 속 시원함과 불안함이 공존하고 머리는 서늘하고 아파옵니다. 그래서인지 독특한 ㅠㅠ 경험도 합니다. 아픈 머리에 며칠 책을 덮어 뒀다가 우연히 펼쳐진 첫장인 낙타편을 읽곤 깜짝 놀랍니다. 완전 새 책을 보는 듯한 이 생소함이라니. ㅠㅠ 이해했다 생각했지만 그 때뿐 돌아서면 잊혀질 만큼 어쩌면 생채기를 내는 글이며 마음으로 이해하기 싫어 회피하고 싶은 글들인가 봅니다. 인문학적인 내공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구요.  

 

 

하 지만 어렵기만 했냐, 절대 아닙니다. 니체를 이렇게 쉽게 설명한 책은 이제껏 보질 못했습니다. 얕은 인문력으로 나름 니체를 알아 보고자 책을 들춰 봤던 제 경험상으론 최고의 책입니다. 쉬운 말과 쉬운 비유법, 어려운 학문체 없이도 니체의 체면은 구겨지지 않았습니다. 학술체 아니면 그가 부서지기라도 할 듯 무장했던 많은 책들은 뇌리에서 사르르 모래성처럼 사라집니다. 그만큼 저자가 니체를 마음속 깊이 이해했으며 그의 사상으로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데 절로 무릎이 쳐집니다. 이런 적절한 해석이 있다니!

 


 

 

 

 

 

 니 체로 풀어본 우리 사회는 한마디로 총체적인 문제 덩어리입니다. 철학이 없는 우리 현대 사회를 통렬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광복후 우리는 배운 것 없는 망나니처럼 서양과 자본주의가 이끄는 대로 생각없이 철학없이 반성없이 거울없이 앞으로 내달리기만 했나봅니다. 철학자와 지식인들은 고달프다더니 어렴풋이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문제와 해결점을 니체식으로 속시원하게 천천히 서술한 저자의 내공에 글을 읽을 수록 감동하게 됩니다.  

 

 

이 책은 정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려워서 정독이냐, 어쩌면 대체적으로 어렵지만 읽다 보면 다 이해되는, 그리고 이해하고 싶은 내용들이라 재미있게 생각하며 저절로 정독을 하게 됩니다. 저같은 경우 인문력이 약하다 보니 정독하는 책은 짧게 끊어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주루룩 붙여 읽기 위해 눈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니 체를 연구 근간으로 한 저자의 현대 사회 연구 보고서라 보면 될까요. 자신의 소신을 니체의 저서 내용을 내세워 당위성을 높입니다. 어떤 부분은 좀 아니다 싶은 것도 있었고, 계속 짐작만 하고 확인받지 못한 생각들에 쿵 마침표를 찍어 주기도 합니다.  

 

 


 

 

 

 

 역 시 니체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천재적인 그의 글에 니체를 읽고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 니체를 인문학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소화시켜 현대 사회에 대비한 훌륭한 책입니다. 의도가 위대하다고 결과물이 훌륭하란 법은 없습니다. 의도도 결과물도 훌륭했습니다. 니체를 풀 수 있는 황금열쇠 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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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
데이비드 제임스 덩컨 지음, 김선형 옮김 / 윌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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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제임스 덩컨 - 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

 

 

 

 

 

  낚시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제 인생에 처음 낚시를 접한 건 강태공이란 위인으로 책으로 알게 되었는데요. 막연히 멋진 일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나중에 학교에서 수업으로 들으니 그런 것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커서 살아있든 죽었든 징그러운 미끼를 끼워 고기를 낚는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낚시를 혐오했지만, 종종 낚시로 자연과도 친해지고 힐링도 받았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점점 또 낚시를 생각할 때면 왠지 로맨틱하고 자연친화적이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흥미로운 대화체 제목에 낚시와 관련된 소설이 흥미로워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두껍고 무거워 휴대성은 좋질 못했고 글씨는 중간 크기에 줄간이 넉넉해 읽기에 좋았습니다. 표지에는 강아지가 낚시 신문을 들고 있어서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

 

 

 

 

  순간 순간의 위트와 자잘한 서사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게 되는 유려한 소설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의식의 흐름으로 이름 매겨져 칭송받았지요. 전지적 작가 시점이여서 가능했던 다양한 인물들의 각자의 입장을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 흥미로운 소설이였는데요. 여기에선 제목에서 이름이 거론된 '거스 오비스턴'의 입장에서 쓰여져 있지만 자잘하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이런저런 사건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왠지 <댈러웨이 부인>을 떠올리게 되는 유려함이 있습니다. 이는 거스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함에도 그의 시선에서 쓰여진 도입부 때문일 텐데요. 자기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는 부모로부터 듣거나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을 모은 후 그의 입장에서 그들이 왜 그랬는지 생각해 재편성된 이야기들로 전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일견 쓸데없어 보이는 자잘한 상황과 주변 서술들이 아주 디테일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묘사하려는 노력이 좋았고 유사했어요. 그 비슷한 느낌을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스럽네요. ^^;

  낚시가 인생의 중심이라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낚시에 꽂힌 주인공의 시각이 흥미롭습니다. 낚시 방법이 달라 서로 다투는 부모 사이에서 독립해 성장하는 성장 소설로 그 동생을 묘사하는 부분이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낚시에 미치지 않은 동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묘사하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그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하는 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게 아닐까요. 요즘 저는 사람들을 두 분류로 나눕니다. 소속감에 의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저는 소속감에 의존하지만 그 소속감은 2-3명의 가족안에서 가벼운 관심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우리의 거스는 낚시하다가 충동적으로 생긴 아이로 낚시에 천재적입니다. 그는 낚시에 집중하려 아둥바둥 사는 가족의 소속감의 존재를 무시한채 독립하지요. 고독과 낚시가 그를 이끌어주리라 믿었지만 그는 어느날 시체와 함께 우연히 만난 철학자와 친해지며 책을 읽고 낚시와 인생의 의미를 찾아 나갑니다.

  거스의 인생이 서사되며 그와 함께 생활하며 생각하고 내 삶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하지만 생각에 방해되는 장황한 묘사들이 가득할 때는 넋을 놓은 채 글자만 읽고 생각에 잠기곤 했는데요. 주로 낚시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거나 낚시와 관련된 이해가 안되는 묘사들이 나올 때면 그렇게 되더군요. ^^; 낚시를 잘 모르니 꽤 많은 낚시 용어에 넋이 빠지고 다양한 낚시 방법에 머리가 혼미해 졌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길고 느린 소설이 작가의 처녀 단편작들 중 하나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글이라는 점입니다.  저처럼 끈기가 없어 글쓰다가 곧 포기해 버리는 유형에게는 미치도록 부러운 작가입니다. 인간 본연의 모습과 성정들을 위트있게 전해주는 그의 글에 실실 웃고 감동하며 읽게 됩니다. 장황한 묘사에 질릴 때도 있었지만 이 긴 글에서 잠깐 잠깐일 뿐일 정도로 흡입력이 있습니다.




 

 

  소설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오랜만입니다. 그것도 다 읽고 난 직에 말이지요. 되돌아 생각해보니 조정래 선생님의 <정글만리>,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등이 그랬던 거 같습니다. 꽤 긴 장편소설인지라 내가 뭔가 놓친 거 같고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일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드는 작품입니다. 성장 소설이지만 거스의 인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이 나온지 20여년이 되었지만 스테디셀러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요. 히피적인 거스의 인생과 사랑과 낚시는 우리 영혼을 울리는 작은 울림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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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소녀와 좀비의 탐험
도마스 아키나리 지음, 박주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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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스 아키나리 - 철학소녀와 좀비의 탐험

인문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좋아합니다. 아직 어려운 인문학을 생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보니 소화잘되게 미리 잘근잘근 씹어 소화가 잘 되도록 도와주는 책을 좋아하는데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그리스 철학자들과 가까이 할 수 흔치 않은 기회일 거 같아 책을 읽게 되었어요. 인문을 읽으면서 점점 더 철학이 절실해짐을 느끼지만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 영역이라 저는 보통 강연으로 철학을 듣는 편인데요. 이해 수준이 미천하고 학문적인 글을 싫어하는 편이라 소설 형식으로 쓰여진 책에 호기심도 들더군요. 책은 만화책처럼 꽤 작은 편이며 두께는 보통이라 가벼워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본문은 책이 작은 편이고 책 가득 문자로 가득차 있지만 줄간이 넉넉해 읽기가 좋았습니다.

어정쩡한 도입부의 부자연스러움이 초반부터 책을 읽으려는 마음을 움찔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는 기우일 뿐. 설정이 어정쩡할 뿐 자연스러운 사색으로 이끄는 대화체가 놀랍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들의 캐릭터는 그들의 대화로만 보여지면서 소설에서처럼 캐릭터를 몽글몽글 독자의 머리속에 각인시키기는 힘들지만 대화 내용으로 독자들을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어느 고귀한 철학자의 말보다 이해가 쉽고 명확하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

대체 철학은 학문을 위한 것인가 대중의 깨달음을 위한 것인가 자신의 명예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왜 니체는 그렇게 어려울 수 밖에 없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고고한 상아탑같은 학문으로 느끼는 이유는 그들의 어려운 언어가 문제인데요. 자신만이 혹은 학계 사람들만이 알아보기 쉽도록 쓰여진 책이 진정한 철학인가 항상 의구심을 갖던 것이 이 책을 읽으므로서 확실해 지네요. 물록 그 내용이 정말 소크라테스의 것인지 플라톤의 것인지 문외한인 저는 잘 모르지만 ^^; 확실히 사색하게 해준다는 철학의 그 취지에는 딱 맞는 좋은 책입니다.

철학 학파와 함께 그 주체들과 그네들 철학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외우기 힘든 과목을 이런 판타지 소설 형식으로 만든다면 참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상상도 하게 되네요. ^^ 물론 이야기 형식 이어야 하니 그만큼 진도는 엄청 느려지겠지만요. 철학을 어려운 말로 된 학문으로만 생각했던 제게 조금 다른 각도로 철학을 바라보며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나도 나름의 철학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막연히 했지만 체계적인 철학을 만들기 위해선 생각이 정리되어야 된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읽을 수록 점점 어려워져 읽기 속도가 떨어지지만 중간 중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있어 자꾸 손이 가는 귀엽지만 배울 것이 많은 소설이였습니다. 철학은 너무 영역이 넓고 학파도 많고 그 학파간 주장하는 것이 많아 구분이 쉽지 않아 소설 형식을 취했지만 아주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정리해주는 착한 책이 있다는 건 학생들이나 철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로서는 감사한 일인 거 같아요. 철학에 관심은 있지만 쉽게 책읽기에 부담을 가진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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