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
데이비드 제임스 덩컨 지음, 김선형 옮김 / 윌북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데이비드 제임스 덩컨 - 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

 

 

 

 

 

  낚시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제 인생에 처음 낚시를 접한 건 강태공이란 위인으로 책으로 알게 되었는데요. 막연히 멋진 일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나중에 학교에서 수업으로 들으니 그런 것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커서 살아있든 죽었든 징그러운 미끼를 끼워 고기를 낚는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낚시를 혐오했지만, 종종 낚시로 자연과도 친해지고 힐링도 받았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점점 또 낚시를 생각할 때면 왠지 로맨틱하고 자연친화적이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흥미로운 대화체 제목에 낚시와 관련된 소설이 흥미로워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두껍고 무거워 휴대성은 좋질 못했고 글씨는 중간 크기에 줄간이 넉넉해 읽기에 좋았습니다. 표지에는 강아지가 낚시 신문을 들고 있어서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

 

 

 

 

  순간 순간의 위트와 자잘한 서사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게 되는 유려한 소설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의식의 흐름으로 이름 매겨져 칭송받았지요. 전지적 작가 시점이여서 가능했던 다양한 인물들의 각자의 입장을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 흥미로운 소설이였는데요. 여기에선 제목에서 이름이 거론된 '거스 오비스턴'의 입장에서 쓰여져 있지만 자잘하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이런저런 사건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왠지 <댈러웨이 부인>을 떠올리게 되는 유려함이 있습니다. 이는 거스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함에도 그의 시선에서 쓰여진 도입부 때문일 텐데요. 자기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는 부모로부터 듣거나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을 모은 후 그의 입장에서 그들이 왜 그랬는지 생각해 재편성된 이야기들로 전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일견 쓸데없어 보이는 자잘한 상황과 주변 서술들이 아주 디테일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묘사하려는 노력이 좋았고 유사했어요. 그 비슷한 느낌을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스럽네요. ^^;

  낚시가 인생의 중심이라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낚시에 꽂힌 주인공의 시각이 흥미롭습니다. 낚시 방법이 달라 서로 다투는 부모 사이에서 독립해 성장하는 성장 소설로 그 동생을 묘사하는 부분이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낚시에 미치지 않은 동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묘사하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그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하는 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게 아닐까요. 요즘 저는 사람들을 두 분류로 나눕니다. 소속감에 의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저는 소속감에 의존하지만 그 소속감은 2-3명의 가족안에서 가벼운 관심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우리의 거스는 낚시하다가 충동적으로 생긴 아이로 낚시에 천재적입니다. 그는 낚시에 집중하려 아둥바둥 사는 가족의 소속감의 존재를 무시한채 독립하지요. 고독과 낚시가 그를 이끌어주리라 믿었지만 그는 어느날 시체와 함께 우연히 만난 철학자와 친해지며 책을 읽고 낚시와 인생의 의미를 찾아 나갑니다.

  거스의 인생이 서사되며 그와 함께 생활하며 생각하고 내 삶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하지만 생각에 방해되는 장황한 묘사들이 가득할 때는 넋을 놓은 채 글자만 읽고 생각에 잠기곤 했는데요. 주로 낚시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거나 낚시와 관련된 이해가 안되는 묘사들이 나올 때면 그렇게 되더군요. ^^; 낚시를 잘 모르니 꽤 많은 낚시 용어에 넋이 빠지고 다양한 낚시 방법에 머리가 혼미해 졌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길고 느린 소설이 작가의 처녀 단편작들 중 하나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글이라는 점입니다.  저처럼 끈기가 없어 글쓰다가 곧 포기해 버리는 유형에게는 미치도록 부러운 작가입니다. 인간 본연의 모습과 성정들을 위트있게 전해주는 그의 글에 실실 웃고 감동하며 읽게 됩니다. 장황한 묘사에 질릴 때도 있었지만 이 긴 글에서 잠깐 잠깐일 뿐일 정도로 흡입력이 있습니다.




 

 

  소설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오랜만입니다. 그것도 다 읽고 난 직에 말이지요. 되돌아 생각해보니 조정래 선생님의 <정글만리>,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등이 그랬던 거 같습니다. 꽤 긴 장편소설인지라 내가 뭔가 놓친 거 같고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일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드는 작품입니다. 성장 소설이지만 거스의 인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이 나온지 20여년이 되었지만 스테디셀러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요. 히피적인 거스의 인생과 사랑과 낚시는 우리 영혼을 울리는 작은 울림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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