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각
김일연 지음 / 책만드는집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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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연 - 친구생각

 

 

 

 

 

  중학교때는 우연히 읽은 동화책을 읽고 시를 써내서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ㅠㅠ 고등학교에선 멋진 국어 선생님이 시든 소설이든 조각 조각 분석하고 그 다양한 의미를 알려 주셔서 시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대학교땐 친하지 않던 친구가 생일선물로 시집을 주어 아무 생각없이 받아 왔습니다. 김광균님의 시집으로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가끔 읽고 있답니다. 절친한 친구가 류시화님의 시집을 소개해 주어 거의 다 섭렵합니다. 시는 은근히 제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더군요. 어떨 땐 시를 밀어 냈지만 아주 멀리하지는 못하고 한문공부 한다는 핑계를 대며 최치원 선집을 산 걸 보면 인연이 있나 봅니다. 양장본 위의 종이 표지에는 글자 폰트도 크기도 제각각이라 좀 촌스럽게 느껴집니다. 시집 치고는 꽤 묵직한 두께와 무게감이지만 휴대성이 좋습니다.

 

 

 

 

  표지의 단점을 상쇄할 만큼 본문 디자인은 조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는 사진이 중앙에 위치해 시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시들이 짧아 읽기 좋습니다. 운율이 잘 맞고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긴 깃털로 옆구리를 간지려 슬슬 올라오는 간지럼처럼 천천히 부유시켜 주는 상상력에 즐겁습니다.

  '먼 사랑'이라는 시는 짧지만 반전의 위트가 돋보입니다. 이런 반전은 억지스러워 반감이 들 수 있지만 그만큼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장치인 거 같습니다. 3줄의 시로 머리로 판단하고 가슴으로 상상하고 감동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 걸 깨닫게 됩니다.

  독특했던 건   '눈머는 깊이'라는 작품에서 한마디의 말이 내 글이 아니고 다른 작품에서 따온 것은 주석을 달아놓은 점입니다. 그 마음은 아름답지만 시의 모양새가 좀 우아하지 못한 건 아닐까 걱정이에요. 시집을 멀리했는데 요즘은 이런 식일까요. 새롭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추천사를 읽고 시조인 걸 알았습니다. 시조와 시의 차이가 뭘까요. 저는 좀 고고한 것이 시조라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아한 모습을 유지한 채 친솔하게 다가오는 시들이라 왠지 노티난다 생각했던 시조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그저 조금 추상적인 것들이 이해가 가지 않은 것들이 종종 있었는데요. 궂이 이해하려 노력하며 머리가 아픈 것보다는 시 전체를 아울러 흐르는 감성을 읽어내려 노력했습니다. 가을이라 더 감성적인 지금, 딱 읽기 좋고 뭔가 글을 쓸때면 왠지 시적인 감성이 불쑥 솟아 올라오게 합니다.






  감성을 충만하게 하고 추억을 돋아나게 하고 나를 위로해주는 시집입니다. 힘들 때면 불쑥 시집을 들곤 합니다. 그럴 때는 김광균님의 딴딴한 내공이 있는 시나 교훈이 넘쳐 나는 류시화의 시가 제게는 좋았는데요. 이 시집은 말랑말랑해서 봄, 가을에 감성적일 때 마음을 붕 뜨게 하는 힘이 있어 몽상을 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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