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밟으며 살다 - 함께하는 삶을 일군 윤구병의 공동체 에세이
윤구병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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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민규야^^  

넌 오늘도 무슨 보약 챙겨 먹듯이...자기 전에 다시 메이플 스토리에 빠져 들었구나~ 

하루 중에 제일 귀한 시간....  이 시간을 떳떳하게 즐기기 위해서 열심히 피아노 쳤다며 당당히 말하는 우리 민규ㅠㅠ 엄마는 책을 읽을테니...넌 오늘도 열심히 해서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구하렴~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이 성경 말씀처럼 어느 날 게임이 유치해지고 싫어질 날이 있을게다~


엄마가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인데... 방금 전 다 읽고 책장을 덮었단다.  

민규야~ 어서 사이버 세계에서 벗어나 마음에 큰 여운을 남기며 니 삶과 생각들을 변화  시키는 종이 책의 세계로 들어와 보렴... 혹 니가 나중에 책을 좋아하게 되더라고 절대 전자책은 구입하지 말아라... 책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 종이로 된 책을 구입해... 손 끝으로 한장 한장 넘기는 감촉을 느끼며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니가 경제 활동을 할때~ 십일조와 함께 수입에 10%는 책과 문화생활에 반드시 쓰도록 하렴... 그 돈으로 적금을 해야한다는 그런 아내를 만나지 않길 기도하마

그래야 니 삶이 주체적이고 풍성해 진단다...미리 하는 유언이라 생각하고 제발 깊게 새겨 들어라^^  넌 엄마가 길게 쓴다고...시겁하고 절대 읽지 않지만...그래도 엄마는 써놓는다... 언젠가는 보겠지 기대하며~


엄마가 오늘 읽은 책은 윤구병의 흙을 밟으며 살다라는 공동체 에세이다... 
작가 이름이 왜 구병인지 아니?  가장 큰 형이 일병이고... 이 분이 아홉째라서 구병이란다~ 아주 지독한 가난 속에서 서울대에 입학하고 교수가 된 분이야...하지만 이런 성공담이라면 절대 엄마가 너에게  권하지 앓았을 꺼다.
하지만  이 분은 교수직을 과감히 버리고 부안군 변산면으로 내려가 변산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신다.
느슨한 생활공동체...끼니도 잠자리도 입성도 돈이 마련해 주는게 아니며~그 공급처가 자연임을 깊이 깨달은 분이란다.


노자가 이상으로 삼는 공동체는 배나 수레가 있어도 타지 않고, 군대가 있어도 진칠 곳이 없고, 버린 끈도 이어서 쓰고, 거친 음식을 달게 먹고, 허름한 옷을 기꺼이 입고, 작은 집을 편안히 여기며...새것에 눈돌리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비록 노자가 말하는 세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이상이라 하지만... 분명 윤구병 선생님처럼 이런 세상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긴다면...불가능하진 않겠지...
올해 변산공동체에 한번 가보자~  사랑하는 민규...나중에 꼭 한번 읽어보렴...20대에 읽는다면 너도 그런 삶을 실천하며 살 수도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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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겉 잎 속에  둘러 쌓인 노르스름한 속 잎은 작지만 참 고소하다.  자연이 만들어 낸 색은 언제봐도 놀랍다.
초록색 잎사귀지만 차가워 보이지 않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땅 속에 뿌리를 둔 생명이기에... 그러 하리라.
겉을 둘러 싼 큰 잎사귀 속으로 옅은 초록빛이 그리고 여린 연두빛이 보인다.  갈수록 초록빛이 적어지면서~노란색이 보인다.
새끼 손가락만한 노란 속살... 이리 추운 겨울에 어디서 햇빛을 받았을까?

 


 

손이 얼얼한 찬물에 뽀드득 소리를 내며 씻었다.  물기 먹은 봄동~참 싱그럽다.
마트에 가면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드레싱들이 많지만...그냥 집에서 무쳐내는 게 젤 좋다.
손으로 뚝뚝 잘라 놓고...냉장고 구석에서 뒹굴던 오이도 어슷어슷 썰어 함께 놓는다.
올 여름 햇빛 듬뿍 받아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고춧가루...그리고 마트에서 파는 마늘보다 훨씬 단단하고 진한 향과 매운 맛을 내는 마늘... 곱게 갈아 주신 깨소금...
퇴직하시고 시골에서 가족들 먹거리 농사를 직접 지으시는 시부모님의 맘과 정성이 담긴 재료들이라 더 좋다.


그리고 신선한 무침 요리에 꼭 쓰는 매실액... 해마다 매실을 씻고 설탕에 절여 매실액을 받아내는 건 늘 엄마의 몫이다.  유리병에 꼬옥 담아 주시는 매실은 시원한 음료수가 되기도 하고~이렇게 요리에 쓰이면 이보다 더 좋은 양념은 없다.  
각기 다양한 맛을 내는 재료를 한데 모아 버무리면... 각각의 맛은 하나가 된다.
봄동과 오이에 무쳐지면서 각자의 맛을 내는 대신 어우러지며 더 깊은 맛을 내니... 참 신기하다.
양념들은 늘 음식의 겸손한 배경이 된다. 봄동과 오이를 돋보이게 하는~ 
마지막으로 고소한 들기름 한 방울과 견과류를 솔솔 뿌려 접시에 담아 냈다.  견과류를 뿌려 놓고 보니 참 예쁘다. 오늘도 부족한 솜씨...좋은 음식 재료에 묻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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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서영남 전직 수사 이야기
서영남 지음 / 휴(休)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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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외롭지만 하나는 더 소중하다~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민규에게^^  

모든 사람에게는 똑같은 양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의 질은 참 다양한 것 같구나~ 

오늘 엄마는 너무 아름답고 멋진 분을 만났단다. 이 분은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가장 낮은 곳에서 헐벗고 굶주린 이웃들을 사랑하는데 온전히 쏟아 부으며 살고 계신 분이란다.  아스팔트 도로 틈바구니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노란  꽃을 피워내는 민들레처럼~척박한 이 땅에 홀씨 한 알을 굳게 뿌리 내리게 하려고 온 힘을 다하며 사는 분이란다...엄마가 아침마다 보는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민들레 국수집을 만드신 분...서영남 수사님^^ 


처음에는 집없이 떠도는 분들에게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대접하려고 문을 열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밥과 국이었단다... 세상에는 배고픈 사람도 많고~너무 많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도 많단다.  이 국수집을 연 서영남 수사는 이 문제 해결 방법으로 자발적 나눔을 제시하셨단다.  그래서 이 식당에선 정부의 보조금이나 대기업의 후원을 거부하고 오직 개인으 자발적 나눔만으로 운영하고 있단다.
하지만 8년 동안 민들레 국수집이 민들레 꿈 공부방과 어린이 밥집 그리고 민들레희망지원센터로 영역을 넓혀 가는 걸 보면~아직 세상은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인건 분명하다~  쌀이 떨어졌을 때... 반찬거리가 없어 난감할 때... 월세와 전기세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마다 하나님의 공급 하심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며...많이 은혜를 받았고~ 부끄럽기도 했단다.
그곳을 찾는 누구에게도 종교를 강요한 적이 없고~오직 맛나게 식사할 것만 권하신다... 하루 한끼가 아니라 밥 한 공기가 아니라~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그리고 배부를 때까지 드시라고 말씀하신다.


민규야~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볼 때...니가 편견과 오만한 마음을 갖지 않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 안전망이 부족해서~ 중산층이었던 가정도 쉽게 빈곤층으로 전락하기도 한단다.... 그들을 무능력하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돕기에 인색해서는 안된단다~이 책 속에  등장하는 노숙자나 노인들 그리고 제소자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렸던 사람들이란다~우리의 몫은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어 그들에게 내미는 것이란다.  삶의 의욕을 잃고 알콜중독에 빠진 사람,  공원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며 막노동으로 어렵게 번 돈을 사기 당한 사람,  자식들이 맡겨 놓고 찾지 않는 손자를 기르며 외롭게 사는 사람~그들을 위해 날마다 쌀을씻고 국을 끓이는 분을보며...그저 마음 아파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우리도 자발적 나눔을 실천해 보자^^


민규야~ 
좋은 대학에 가는 것보다 좋은 사람되기에 힘쓰자...  하나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을 세상에 존재하게 하시고~ 가진 자들이 나눔을 통해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원하신단다... 민규가 그런 사람들을 품고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이 되길 기도할께~ 이 밤...어디선가 배고픔과 그 배고픔 보다 더한 외로움과 절망감에 힘들어 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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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다운 광안대교를 마주보며 천사 커피를 마시는 중...부산은 바람이 참 착하다.  

바닷가 근처인데도 찬 바람이 아니라 시원한 바닷  바람이 불어 온다.  한 겨울 날씨라고 보기에는 하루 종일 너무 따스한 부산... 

 

눈 온 흔적조차 없고 그저 비만 내린 듯... 온 도시가 안개로 촉촉하게 젖어있다.  오후에는 안개마저 맑게 개어...겨울 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했다.  감천문화마을과 인디고서원에 다녀오니 벌써~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부산은 형형색색 불빛을 뿜어내며 도시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자랑한다.  광안리 바닷 바람...  고운 모랫길...터지는 순간 고운 빛으로 사라지는 불꽃들... 쏟아질 듯 다가와 부서지는 파도들...길게 늘어선 광안대교의 풍경...  저렇게 많은 차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낯선 도시에서 맞는 토요일 밤도 좋고,  오랫만에 보는 바다도 좋다.


연인들은 사랑을 불꽃에  실어 보내고..가족들은 아이들의 꿈을 하늘 높이 실어 보낸다.  짧은 시간~온 몸을 태워 빛을 내는 불꽃도 아름답지만...꺼진 듯 싶지만 긴 시간 온기를 품고 있는 화로의 숯불도 좋다.  

 

 


민규는 인디고 서원에서 사 온 책을 읽고... 남편은 음악를 듣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혼자서 부산에 오려 했는데~ 또 이렇게 가족들과 엮여 함께 왔다.  
하루 종일 중얼중얼 꽁알 거리는 민규랑 투닥거리는 것도~ 부산에 왔지만 회를 먹지 않는 까탈스런 남편의 식성도~ 사랑하니까 다 용서한다.  새로 산 책이 재밌다며 열심히 읽는 민규 옆에서 운전에 지친 남편이 졸고 있다. 평화~평화로다~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

이번 겨울방학에 부산 바다 저 끝자락 쯤에 있는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모두가 평화롭기를~ 그리고 오늘 함께 오지 못한 우리 맑음이의 홀로 보내야 하는 밤이 외롭지 않기를... 갑자기 맘이 짠하다...맑음아~엄마가 미안해...낼 니가 좋아하는 개껌이랑 과자 사갖구 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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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한시경 2013-03-05 00:20   좋아요 0 | URL
완전 깜짝 놀랐어요..댓글 확인하고...프레이야님 서재에서 자주 글을 읽는데~^^ 겨울에 가족들하고 몇 번 부산에 다녀왔어요..보수동헌책방골목도 좋고 인디고서원,백년어서원도 너무 좋아해요~특히 저희가 여행갈때마다 날씨가 따뜻해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2013-03-05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7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불꼬불, 옹기종기, 오밀조밀, 빼곡빼곡, 비뚫빼뚫...하지만 참 정겹다. 하늘을 뚫고 나갈 듯 위풍당당한 부산의 고층 건물 숲과 대조되는 감천마을...
하늘 아래 첫번째 마을쯤 되지 않을까?  


도시 한 가운데 있지만...우리나라 1960~70년대 달동네를 연상 시킨다.  촘촘하게 지어진 집들 사이에 길게 연결된 수 많은 골목길들과 가파른 언덕 맨 꼭대기까지 빈틈없이 지어진 집들... 쏟아질듯 위태롭기만 한 무너져내린 산 바로 밑에도 집이 있다.  몇 개 쯤 되는 걸까?  저 계단은...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계단과 골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 된 곳이다.
그냥 두었더라면~도시 미관을 해치는 소외된 자들의 고립된 마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마을에 예술이라는 옷을 덧입혔더니~너무 아름다운 문화마을로 탈바꿈했다.
파스텔 색으로 칠한 지붕과 담벼락에 그린 재미있는 그림과 이정표들 그리고 나무와 철제를 이용한 조각 조형물들... 모든 작품들이 따뜻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통영 동피랑 벽화 마을도 좋지만 감천문화마을은 규모도 크고 좀더 다양한 예술작품과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문화마을 아트샵에서 마을 안내 그림지도를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놓침 없이 꼼꼼히 요렇게 예쁜 마을을 다 살필 수 있다. 물론 담벼락에 색색깔 물고기 모양의 안내표지가 있지만~ 그림지도 한 장 구입하면 마치 보물지도를 보며 보물을 찾아  헤매는 만화 속 주인공이 되 볼 수도 있다. 
참 오랫만에 보는 골목길 풍경...
길게 매어 단 빨래줄과 빨래 집게...아마 찬 바람 맞은 빨래들은 살짝 얼었을지도 모른다.
고무대야에 쌓인 연탄재들... 오래전 저 연탄재에 눈을 굴려 만든 눈사람 생각이...그리고 안도현의 시가 떠오른다.
오후 햇살을 쪼이며 느릿느릿 걷고 있는 늙은 동네 개도 보인다. 낯선 사람들과 카메라 렌즈를 째려보는 고양이의 매서운 눈빛과 나 잡아 드세요하는 강아지의 여유가 참 대조적이다.
그림지도 속에 안내된 사진갤러리, 어둠의 집, 하늘마루, 빛의 집, 펑화의 집 그리고 북카페 흔적을 찾아 다니며 스템프를 찍는 재미도 솔솔하다.
마을 끝자락에 있는 감내 아울터는 대중 목욕탕 분위기로 꾸며졌는데 전시된 조형물들이 참 재미있어 절로 웃음이 난다.  
마을의 수호천사인 어린왕자와 여우...그리고 하늘 마루에서 내려다 본 감천마을 전경과 멀리 보이는 포구...너무 예쁘고 예뻐서... 눈에 쏙 담고 싶었다.
한참을 골목을 누리다 살짝 출출해질 때면 막 구워낸 뜨끈한 붕어빵이 제격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서럽고 고단한 삶을위로해주는 벽화들... 잘 참아냈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울지 말라고 토닥토닥 그들의 마음을 두드려준다.  
혼자와도 좋은 곳 하지만 둘이 오면 더 즐거운 부산 감천 마을.. 벌써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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