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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살기
윤슬기.민경진.김미정 지음 / 시나리오친구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한국에서 이집트로 향한 여정은 시간을 거꾸로 타는 것처럼, 복잡하고 덜 세련된 문명을 경험하는 것이지만,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물이 솟아나는 진귀한 풍경을 보는 것처럼 먹먹하고도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일문명이 시작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나라. 이집트는 수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답게, 많은 사람들이 가 보고 싶은 나라로 손꼽힌다. 여행서적코너에서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위용을 뽐내는 표지로 장식된 여행 안내책 혹은 수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은 아무리 기간이 길다 한들 이방인의 시선으로 여행하는 나라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 책은 이방인이 시선이 아닌 이집트인들과 하나 되어, 그들의 시선으로 이집트를 바라보고자 하는 3명의 당찬 한국어 여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들의 아랍어 이름은 아말, 자하라, 베스마. 각각 이집트어로 희망, 꽃, 미소를 뜻한다. 저자들은 인류 최초의 문자가 만들어진 이집트에 KOICA 한국어교육 봉사단원으로 2년간 파견되었다. 현대화된 일상에 적응된 저자들이 모든 것이 부족한 이집트의 삶에 적응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오랜 이집트 생활 후, 집 안에 사는 도마뱀에 놀라기는커녕 말을 건네는 아말과 유통기한이 12개월 지난 미숫가루를 태연히 마시는 자하라. 저자들은 그런 물질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하나같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녀들이 물질적인 것이 아닌 삶 자체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슴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저자들의 좌충우돌 이집트 적응기 이외에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한국어교육 중 생긴 에피소드들이다. 포트사이드에서 생활한 베스마의 학생 중에는 언제나 성실하게 수업에 참석하는 압돌라하만이라는 학생이 있다. 성실한 수업태도와는 달리 그의 한국어 실력은 도무지 진전이 없다. 베스마는 그런 늦은 학업성취에 답답함을 느껴 학생을 다그치다 문득 학생의 모습에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발견한다. 그런 자신을 바꾸는 데는 ‘사랑과 존중’으로 자신을 가르쳐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후, 압돌라하만에게 마음을 열고 인내심 있게 다가가니 그의 한국어실력은 몰라보게 향상되고, 결국 중동 아프리카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초급 대상을 받게 된다. 압돌라하만의 대상 수상 이후, 베스마는 타인을 대할 때 한계를 단정 지어 생각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고 바라보는 넓은 시선을 얻게 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은 바로 이런 깨달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원하는 일을 하고자 한국사회에서 모범답안으로 생각되는 삶의 양식을 거부하고, 이집트행 비행기를 탄 저자들이기에 그 이야기들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러한 단편의 일상들이 모여 저자들에게 젊은 날의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그러한 경험들이 모여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기 때문에 그 단편의 이야기들이 이끌어 내는 것들은 절대 가볍지 않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가벼운 미소와 함께 생각해 볼거리를 몇 개 남겨주는 책이다.
ㅡ KOICA 뉴스레터 '지구촌 가족' 12월호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