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사에 애정을 갖다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ㅣ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미술이나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 한국미술사에 대해 쓴 책은 약간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으나, 책 속의 컬러플한 사진을 보았을 때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박물관에 가서 맹숭맹숭 유물을 바라볼 때의 허전함과 답답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짐작할까? 박물관에서 난 이 유물이 어떻게 쓰이던 것이며 그 시대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고 싶었는데, 날 도와주는 것은 간단한 유물의 이름과 매우 딱딱한 설명글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친절히 사진을 실어준 이 책에서만큼은 세세한 설명도 해줄 것이라 기대에 찼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도 유명한 저자 유홍준 님은 이 책의 시리즈를 총 세 권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선사시대와 삼국시대, 발해를 다루었고, 2권에서는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3권에서는 조선시대를 다룰 예정이다. 책 한 권으로 한국미술사를 꿰뚫을 욕심에 차 있다가 서문에서 이같은 정보를 접하고는 기대가 깨졌으나, 사실 한 권으로 5천년의 미술사를 담는다면 내용이 부실해지거나 책이 비현실적으로 두꺼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고대시대의 고인돌, 도기, 고분미술, 건축과 산성, 석탑, 사리함, 불상조각과 발해의 미술에 대해 주제별로 꼼꼼히 다룬다. 유난히 반가웠던 점은 고구려의 고분미술을 다룬 장이었다. 신라와 백제와는 달리 갈 수 없는 북한과 중국 영토의 일부에 흩어져 있는 고구려의 고분미술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소개된 감이 있다. 물론, 많은 분들이 두 팔을 뒤로 한 채 춤을 추거나 사슴과 반대방향으로 말을 타고 가며 화살을 쏘는 고구려인들을 그린 벽화는 기억을 할 것이다. 국정교과서에 소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 두 점의 그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정도로 이 책에는 고구려 유적과 벽화들이 사진상으로도 많이 소개되어 있어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다. 일부분이 훼손되기도 했으나, 고구려의 강한 기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백제와 신라의 그림과는 다른 개성을 풍긴다.

또한, 백제의 사리장엄구와 향로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긴 했어도 아직도 우아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발굴시기도 최근이어서 이 책이 2~3년 일찍 출판되었다면 실리지 못했을 유물들이다. 2007년의 왕흥사 사리함과 2009년에 발굴된 익산 미륵사의 서탑 사리함은 실로 백제 미술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게 만드는 예술성을 지녀 감탄을 자아낸다.

책 전체에 우리 유물과 유적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애정이 엿보인다. 똑같이 빗살무늬토기를 다뤄도 그 옛날 교과서의 설명은 참 성의가 없었다. 왜 하필이면 빗살무늬인지, 왜 그릇이 뾰족하게 만들어 안정감이 없는 것인지 뭐 하나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 그러나, 유홍준 님의 설명은 다르다. 빗살무늬 토기의 제작과정과 무늬 새기는 방법, 북유럽의 토기와 다른 점, 아가리 부분의 무늬와 몸체의 무늬, 밑바닥의 빗살무늬가 어떻게 다르며 무늬의 기능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상징성이 있는지를 상세히 소개한다. 읽다 보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참으로 우리 선조들이 남긴 유물과 유적을 절로 사랑하게 만든다.

유홍준 님이 한국미술사애 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미술사학과 학생들의 욕구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 하나, 일반인들의 미술사 이해에도 탁월한 책이다. 찬찬히 정독하여 읽어나간다면 미술사에 관한 기본지식이 약한 편이어도 곧 그 지식을 연장시키고 확대시킬 수 있도록 책이 힘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