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권 독서법 -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나미 아쓰시,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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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든 것들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어제 등장한 것이 하루사이에 과거의 유물이 되고 오늘 아침에 나온 것이 다시 구제품이 되고 있는 시대이다. 제품만 그런 것이 아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늦은 정보는 물질적인 손해뿐 만아니라 지식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물론 고전과 같은 오래 묵혀서 반복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식을 제공해 주는 정보는 얼마나 빨리 그 지식을 습득하느냐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렇게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습득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하루에 한 권, 1주일에 20, 1년에 대략 700권의 책을 소화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포인트는 플로우 리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톡형 독서를 선호한다고 한다. , 제대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야 독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독서도 리듬이 있다고 말한다. 음악을 듣는 사람이 그것을 암기하고 외우려는 의도 없이 곡의 리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듣는 것처럼 책도 리듬이 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일정한 리듬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책의 차례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 책의 차례는 그 책의 지도와 같다. 그 부분만 제대로 소화해내더라도 책의 큰 틀을 잡아 훨씬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큰 제목에 이어지는 소제목을 읽고 필요한 부분은 읽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넘깁니다. 책을 쓴 목적은 책 전체에 고루 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부분을 넘기더라도 글의 통일성의 원칙에 의해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넘겨 읽을 포인트를 찾는 세 가지 기준

 

1. 상품 차별화를 위해 삽입된 저장의 이야기

 

2. 이론이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개별 사례나 체험담

 

3. 기대나 위기를 부추기는 너무 과장된 표현

 

위와 같은 부분은 넘겨 읽어도 글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또한 책을 읽을 때 하나의 리듬으로 읽기보다는 몇 가지의 기어를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한다. 자신의 독서리듬이 있지만 똑같은 리듬의 독서는 지루함을 불러온다. 책의 내용에 따라 리듬의 완급을 조절해서 책 읽는 흥미를 돋우어야 한다.

 

빠르게 읽기 위한 네가지 단계

 

1단계 : 머리말과 차례를 잘 읽는다

 

2단계: 처음과 마지막 다섯 줄만 읽는다

 

3단계: 키워드를 정해 읽는다

 

4단계: 두 가지 이상의 독서 리듬으로 읽는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 내용을 다 기억하려고 하기 때문에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동시에 머리에 남은 정보가 오히려 더 없다. 저자는 책 읽기의 핵심은 그 속에서 응축된 한 줄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글의 내용을 인용하는 샘플링기법.

 

-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부분을 기록한다. “책을 읽으면서 인용 목록을 만들고, 다 읽은 다음 다시 그 목록을 훑어 그 중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되는 인용을 하나만 고르도록 합니다. 바로 내가 이 책을 읽은 모든 가치는 이 한 줄에 집약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p.72”

 

2. 책 한권을 압축하는 한 줄 리뷰

 

- “한 줄 리뷰는 왜 이 한 줄에 감동했는가?’ 하는 관점에서 한마디를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 감동한 이유를 함께 써두면 기억을 되살리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p.76-77”

 

이 책의 저자는 모든 종류의 책을 이런 식으로 읽을 수는 없다고 한다. 경영서와 자기개발서 분야의 책은 충분히 위와 같은 방식으로 하루에 소화해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문학 서적처럼 묵직한 내용의 책과 소설과 같은 흐름이 중요한 책에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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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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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라는 것은 이미 한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때문에 당연히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사회 경제적으로 힘을 가진 자들이 대부분이다. 거기다 대중매체를 이용해 그들의 가치를 수시로 전달하기 때문에 진보에 비해 언제나 큰 영향력을 가진다.

그들은 재력과 권력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세부사항에서는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거의 언제나 한 목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보수의 이념을 지속하기 위해 여러 단체, 재단을 만들어 그들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고 이어간다.

저자에 따르면 보수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언제나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한다. 그들이 만든 프레임은 엄격한 아버지의 가정이다.

아버지의 역할은 “1. 험한 세상으로부터 가정을 보호한다. 2. 살기 힘든 세상에서 가족을 부양한다. 3. 자녀들에게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르친다. p.28” 엄격한 아버지의 가정에서 가족들은 보호와 부양이라는 우산아래에서 순종과 복종을 요구받는다. 그리고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체벌이 용인시 된다.

 

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체벌로 훈육 받으면.... 다음에는 더욱 순종적이고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벌을 주지 않으면 세상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고, 도덕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p.29”

 

선한 아이는 자라서 선한 사람이 됩니다. 나쁜 아이는 훈육을 받지 못하여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옳지 못한 일을 저지르며, 따라서 부유해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돌보지 못하여 의존적으로 됩니다. p.31”

 

사회복지프로그램 등과 같이 정부의 개입이 큰 정책들은 의존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다. 위에서 말한 선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한 사람들, 즉 자신들의 충분한 절제력과 도덕적 역량 덕택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것입니다. ,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쓸 돈이 모잘 만큼 그들의 세금을 많이 깎아주는 것이지요. p .32”

 

반면에 진보는 자상한 부모라는 프레임을 가진다.

첫째는 감정이입, 둘째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책임, 셋째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 가정, 공동체, 국가, 세계를 위한 헌신입니다. p.39”

 

세 가지 대표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진보정치는 환경보호, 노동자 보호, 소비자 보호, 질병으로부터의 보호에 중점을 둡니다. p.39”

그리고 스스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만들고 그것이 가정, 이웃 그리고 사회로 뻗어 나가도록 한다.

 

지은이는 보수와 진보는 언제나 프레임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의 엄격한 아버지라는 프레임이 진보주의자의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자상한 아버지프레임을 주장할 때조차도 보수의 프레임 속에서 진보의 프레임을 주장한다. 그것은 곧 보수의 프레임을 더욱 강하게 해준다.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이유라고 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경기는 힘들다. 따라서 진보의 단결과 협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회는 언제나 진보와 (올바른)보수가 양립한다. 두 진영 간의 공평한 대립과 갈등사이에서 사회는 가장 올바른 답을 찾아간다고 생각한다. 프레임의 전쟁에서 이긴 보수는 그들만의 경기장에서 그들의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지 보수라는 가치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책 제목처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진정한 진보와 진정한 보수가 균형적으로 펼쳐 질 때만이 우리 사회도 멀리 그리고 높이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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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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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실용만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공부라는 것을 언제나 내부에서의 자신의 위치가 아닌 외부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고 추구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돈이라는 물질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공부도 거기에 맞추어 흘려간다. 최소한의 라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분명히 필요한 것이지만 지금의 우리의 공부까지 그 흐름에 따라 춤춘다는 사실은 어쩐지 씁쓸하기도 하다.

 

조선시대 학자들은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오직 독서뿐에는 9명의 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먼저, 책을 볼 때는 언제나 바른 자세를 중시했다. 바른 자세는 바른 정신으로 이어지고 사소한 잡념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둘째, 책에 빠져들었다. 겉을 맴도는 공부가 아닌 책과 일치하는 책읽기를 선호했다. 다시 말해 머리뿐 만아니라 가슴까지 책에 빠져들었다.

 

셋째, 반복학습이다. 한번 읽고 꽂아두는 공부가 아니라 손때를 붙어가면서 반복해 음식이 소화되어 피가 되듯 완전히 내 것이 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는 입신양명을 위해 공부하지 않았다. ‘라는 존재를 알고 채우고 변화시키는 과정이 공부이다.

공부는 ‘’덮어놓고 제 주장을 펴기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이 되자면서 겸손은 안 배우고 교만만 배운다면 애초에 공부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p.150”

 

급선무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다. 사물을 대하는 태도, 인간의 윤리, 이런 것들을 바로 닦기 위해 우리는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다. 이런 것을 넘어서서 무시해도 좋을 공부는 세상에 없다. 이를 착각해서 나는 대단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이런 것은 소홀히 해도 괜찮다고 한다면, 그는 앞뒤가 뒤바뀐 사람이다. p.166”

 

나는 왜 공부하는가? 우리는 왜 공부하는가? 그리고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왜 공부를 하는가? 지금 우리에게는 4차 혁명에 대한 대비보다 이 점에 대한 반성어린 숙고가 더욱 절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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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뇌와 우뇌 사이 -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
마지드 포투히 지음, 서정아 옮김, 유승호 감수 / 토네이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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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의 발달이후 현재 4차 혁명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자동차, 유비쿼더스 냉장고 등 영화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한 부분들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이 책은 신비한 뇌의 회복력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책이다. 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히 퇴화하고 특정 나이에 이르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은이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충분히 뇌의 성장이 다시 가능하다고 한다.

 

뇌를 성장을 시키기 위해서는 네 가지부분의 변화가 필요하다. 뉴런이라고 알려진 신경세포는 수상돌기, 축삭, 축삭말단, 그리고 시냅스로 다른 뉴런과 이어진다. 여기서 먼저, 시냅스의 추가. 2. 신경섬유다발 형성 늘리기. 3. 혈관 숫자 늘리기 4. 신경세포 생성하기 등의 네 가지 이다. 그러면서 제시하는 방법이 다시 4가지이다. 1. 운동 2. 음식 3. 명상 4. 인지자극(훈련).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실제로 뇌 건강과 관련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는 각 파트별로 다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운동, 음식, 명상 방법, 그리고 뇌를 자극하는 훈련방법들이 정확히 제시되고 있다. 또한 실제로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12주 훈련과정도 같이 보여준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는 막연한 건강론에서 뇌를 건강하게 단련하고 가꾸는 것이 다른 신체부위의 건강과도 직결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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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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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여러 정권이 등장했지만 21세기 들어 가장 정치인들의 입에 많이 오르는 정부는 참여정부 일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정부와 같은 군사정권은 오히려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도가 덜 한 느낌이다. 특히 보수정권에서는 참여정부를 마치 자신들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는 듯 대하는 것 같다. 보수가 아닌 진보가 정권을 잡은 것은 (알기로는) 딱 두 번,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이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권보다는 거의 항상 노무현 정권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사견이지만) 국민의 정부는 분명 진보적인 정부였지만 김대중 이라는 한국사를 품은 커다란 인물의 존재감과 동시에 거기서 나오는 카리스마 그리고 어느 정도는 권력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정권을 운영해 간다. 반면 참여정부는 대선 전날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철회 발언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네티즌의 힘으로 당선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되도록 권력을 내려놓고 되도록 국민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정부이다.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의 등용과 정책과 기관의 개혁의 모습 등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점들이 보수의 먹이감이 되었다.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과거의 그들,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려는 참여정부. 서로 극단에서 대치하고 있으니 충돌할 수밖에 없고 언제나 기득권이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으니 참여정부가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집요하게 그들이 참여정부를 욕하는 건 오히려 그 만큼 참여정부가 그들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참여정부가 했던 모든 일들이 옳고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말할 순 없더라도 최소한 기득권을 벗고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시도했다는 것을 기득권을 가진 그들 스스로가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득권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금의 새누리당의 모습을 봤을 때는 더욱 더 그러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정치에 대해 잘 모르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문재인의 운명에서 그려진 그의 모습은 우리와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그들의 가정을 중심에 두고 그들이 소속된 기업이나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큰 가족을 중심에 두고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런 진리를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이어가는 점. 그런 점 때문에 그는 우리와 같다. 작년에 이어 신년에도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의 중심에 있는 이들은 이런 평범한 세상의 평범한 진리를 무시하고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으니 우리와 같을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가 등을 돌릴 수밖에...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멋진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사람 사기 힘든 세상인지를 보여주는 듯해서 오히려 너무 서글프기도 하다. 제발, 다음 정권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아니 노력만이라도 해 주는 정권이 들어서기를 바란다.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리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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