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박 페이지터너스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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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어 슈니츨러 《한밤의 도박》

"슈니츨러는 어느 누구보다도 탁월한 심층 심리의 탐구자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내게는 낮선 작가이다. 그래서, 그에 대해 좀 써보자면,

아르투어 슈니츨러(1862~1931)는 오스트리아의 의사이자 소설가 겸 극작가이다. 유대계 의학교수이자 후두과 의사인 아버지와 유명한 외과의사의 딸인 어머니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그 역시 의사의 길을 걷게된다. 그는 1890년대 말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인물중에 한 사람이었고, 군대에서의 이중적이고 비겁한 장교의 모습을 비꼰 《구스틀 소위》(1900)를 발표한 이후, 예비역 수석군의관 직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의사생활을 접고 빈에서 자유작가로 활동했다.


📖 p. 20~21
그는 회삿돈에 손을 댄 일 때문에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딱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3년 전, 앞날이 보장된 그의 군 생활을 끝장냈던 어처구니없는 도박 스캔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군 장교라면 노름질을 하더라도 정도껏 하는 법을 알아야 했다. 예를 들어, 빌렐름자신도 3주 전에 카드게임을 하면서 운이 닿지 않자 미련없이 자리를 떴다. 고맙게도 슈나벨 영사가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그가 거절했었다. 그렇게 빌헬름은 항상 유혹을 이겨냈으며, 넉넉지 못한 월급과 약간의 용돈으로 생활을 꾸려나갔다.

✏️프로이트가 시기했다던 슈니츨러의 진면목은 이 전제부터 시작된다. 스스로 다른이에게 들이댄 기준, 어이없어하거나 화를 냈던 그 기준.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들.
그러나 이것들이 얼마나 자신의 행위앞에서 녹아내리는지 모른다.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하고 두둔하고 부추긴다. 그럼에도 그 자신은 인지조차도 하지못한다.

작은것 하나하나에 희망하고 절망하면서.

✏️ 이 책은 줄거리나 결말에 포인트를 두면 안된다. 도박하고 빚지고 해결못해 자살하고. 이건 너무 진부하기조차 한 나열이다. 그런데 슈니츨러의 이야기전개를 따라가다보면, 그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인간심리라는 것이 참으로 우습다. 그리고 찔린다. 빌리야 정신차려~~라고 속으로 외치면서도, 그 마음이 그럴 수 있다 이해되기도 하고, 나였다면 그리안했다 장담할수도 없다.

✏️ 일단 한번 잡으면 결론을 봐야되는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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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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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슐러 K. 르 귄 《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이 책은 서문에서 언급되고 있듯이, 스토리텔러 즉 서사 산문 작가를 위한 안내서이다. 그런데 글을 좀 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조금은 방향은 잡게 해주는 책이지 않을까싶다. 그것도 아주 명쾌하게!!!

사진에 있는 책의 목차에서 보면, 일종의 문법서처럼 보이지만, 그안에는 어떤식으로 써야하는지, 보아야하는지 작품들의 예시를 통해 설명되어 있다. 심지어, "읽을거리"라는 표시로, 이 책은 읽어봐라~라는 자상함까지.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고나서, 이렇게 이어지는 책이 주어지는, 다른 책을 읽고싶게 만드는 책들이 좋다.)


📖 p. 39
소크라테스는 "언어의 오용은 영혼에 해를 끼친다"라고 말했다.
거짓말은 의도적인 언어의 오용이다. 그러나 언어는 '작은' 무지나 부주의로도 오용될 수 있으며 이는 절반의 진실과 오해, 거짓을 낳는다. 그렇게 볼 때 문법과 도덕성은 연관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도덕적 의무란 언어를 사려깊게 잘 사용하는 것이다.


📖 p. 41
사람들이 표현되지 않은 의미까지 이해하리라는 생각은 어리석다. 자기표현과 소통을 혼동하면 위험하다.


📖 p. 214
결국, 혼자서 하든 모임을 하든 언제나 판단하는 이는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 예술의 규율은 자유다.


✏️ GRE준비를 하면서 에세이를 쓸 때,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기준에 굉장히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는 한글로 작문을 할 때조차, 의미는 비슷하지만 다른 유사한 단어를 찾는 게 습관이 되었다. 어쩌면 습관을 넘은 강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에 르귄이 언급하는 것을 보면, 때로는 반복적인 같은 단어나 문맥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문학작품들을 읽으면서, 적어도 여러번 마주쳤을 상황인데, 그때는 못느끼다가 르귄의 언급에 맞다맞다하게 된다. 이제는 조금 그 강박에서 벗어나, 다른 접근을 해볼 수 있을 거 같다. 예술의 규율은 자유라는 마지막 문장이, 부담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다.

✏️ 글 좀 써보고 싶다면,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읽을거리에서 찜한 책들 목록
앨리스 워커《컬러 퍼플》
켄트 하루프《플레인송》
패트릭 오브라이언《마스터 앤드 커맨더》
그레이스 페일리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윌라 캐더 《나의 안토니아》,《로스트 레이디》
마거릿 애트우드《도둑신부》,《그레이스》
버지니아 울프 《파도》
토마스 하디 《귀향》
카렌 블릭센 《아웃 오브 아프리카》
리베카 스클루트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읽어본 책이 절반정도 되는데, 그것도 너무 예전이다. 찜콩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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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 머나먼 우주를 노래한 SF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가 쓰는 법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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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 브래드버리는 무엇보다도 글쓰기가 "생존"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신나게 하는 것, 열의와 열정 그 자체여야한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은, 글쓰기는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면, 읽고 난 이후에는, 인생 역시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 글을 쓸 때 망설임이면 안된다는 문장이 내게는 가장 꽂히는 부분이었다. 머뭇거리는 순간, 조금 더 제대로 쓰고 싶다는 욕심이, 때로는 어울리는지조차 모르겠는 그런 말들이, 글들이 튀어나온다. 그렇게 스타일에 애쓰다보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들은 포장된 단어들 밑으로 깔려버린다. 한동안은 그 문장안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것인지 알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글을 봐도 나에게조차 떠오르지 않는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민첩함. 생각이 끼어들지 못하게. 일단 써보자.

브래드버리의 "망설임에는 생각이 끼어든다"라는 문장을 보기전에는, 일단 멈춰진 단어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생각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방해가 된다기보다 문장을 다듬는데, 어찌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문장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그건 분명한 흐름의 끊김이었다. 단어의 나열이 될지언정, 일단 그냥 써보자.

✏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뭐 대단한 글이아니라 그날그날의 끄적임으로 내인생의 페이지들을 제대로 채워나가고 싶다면, 브래드버리의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를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감히 말하건대, 글쓰기에 관한 책중에 한손안에 꼽을만하다. 스티븐 킹과 조지오웰의 글쓰기에 관한 책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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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 가장 진실한 허구, 퍼렇게 빛나는 문장들
존 밴빌 지음, 이수경 옮김 / 이터널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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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펀딩으로 올라온 케플러의 책표지를 보고, 평전인가 했었다. 그러나 존 밴빌의 이름을 보고나서 코페르니쿠스 다음사람이 드디어 나왔구나 싶었다. 책표지에 제목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글씨로 '소설'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렇다. 이 책은 천문학자 케플러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천문학자가 주인공이라하여 어려운 과학소설이라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그런 부류의 책은 아니다. 현실속에 살아가는 한 인물일 뿐이다. 아내와 장인과의 평범하지 않은 관계, 자신이 알고 있는것과 가르치는 또다른 문제인 학교생활, 현실과 타협하면 조금 더 쉬운?길을 갈 수 있음에도 택하지 않는 종교의 문제, 자신이 하는 일을 순수한 즐거움으로 느낄 수 있는 태도,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

교과서든 과학책이든 한번은 보았을 이름, 케플러.
그런 그의 현실속 모습을 보고 싶다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중3딸아이도 중간중간 키득거리면서 읽을 정도의 가독성이 있는 책이다.


📌 "선생은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나?"

"질서의 가능한 형태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 우주라고 생각합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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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친화력 을유세계문학전집 12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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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에두아르트, 한창 좋은 나이 때의 한 부유한 남작을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괴테는 이렇게 무심히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유행했던 화학에서, 친화력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인간은 어떤지 두고보자는 식이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와 선택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층에 깔린 보이지 않는 어쩔수 없는 힘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넷이다. 비중있는 주변인들이 있으나, 그들은 일단 미뤄두자.

과거에 사랑했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가 다시 혼자가 된 두 남녀의 결합.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그리고 에두아르트의 친구인 대위.
샤를로테의 친구의 딸인 오틸리에.

이 네 명 사이에 묘한 기류가 생기고, 도덕적으로는 일어나면 안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괴테는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노벨레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의미한다고 말하면서, 그런 본래적인 의미로는 《선택적 친화력》에도 나타나 있다고 했는데, 소설속에 아주 적절한 상황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하룻밤을 지낸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사이에 태어난 아이에 관한 것이다. 부부의 모습이 아닌, 대위와 오틸리에를 닮은 아이.

상황마다 이게 뭔가 싶지만, 괴테의 표현대로 한번 읽어서는 찾아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괴테가 더 좋아졌다. 정말 열정과 엉뚱함이 똘똘 뭉친 사람같다는 느낌.

p. 56~57
자연속의 어떤 것들이 서로 만나는 순간 금방 서로를 붙잡거나 서로를 규정하는 경우, 우리는 그것들을 친화적이라고 부르지요. 서로 간에 대립됨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서로 대립되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게 서로를 찾고, 서로를 붙들고, 서로를 수정하며 함께 하나의 새로운 물체를 형성하는 알칼리와 산의 경우에 그러한 친화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진정 의미 있는 우정이 생겨날 수 있을테죠. 왜냐하면 서로 대립되는 특성들이 더욱 내밀한 결합을 가능하게 해 주니까요.

p. 79
무언가를 얻는 대신에 무엇을 희생할 것인가를 제대로 헤아린다는 건 참으로 어렵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거부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고, 목적은 놓쳐 버린채 수단에 기뻐하지. 온갖 불유쾌한 일이 겉으로 드러나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치유하려고들 해. 그렇게 된 근원이 어디에 있고 또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알아보지도 않고서 말이야. 그래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는 아주 현명하지만 내일 그 다음의 미래는 거의 내다보는 일이 없는 자들과는 의논하기가 어려워.

p. 111~112
생각해 봅시다. 물행이란 도대체 뭔가요? 조급함이란 녀석이 이따금 인간을 덮치면, 그는 불행하다고 느끼곤 하지요. 하지만 그 순간만 넘기면, 오래 지속되어 왔던 관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알고는 행복해하기 마련이오. 서로 갈라서기에 충분한 이유란 없는 거요. 인간이 처한 상황이란 게 원체 그때마다의 고통과 기쁨에 내맡겨진 것이어서 한 쌍의 부부가 서로에게 얼마나 빚을 지도 있는지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오. 그것은 영원토록 짊어져야 하는 무한의 빚이지요. 간혹 그 빚이 불편할 수도 있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 보오. 우리는 또한 양심과도 결혼을 한게 아닐까요? 우리는 이따금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그게 남편이나 부인보다 더 불편할 수도 있지요.

p. 171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생각을 갑자기 쏟아 버릴 때 그 말은 무섭기 마련이다.

p. 224~225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상하는 것인지 모르며, 또 언제나 무언가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 인간은 오로지 보는 것을 중지하지 않으려고 꿈을 꾼다. 내면의 빛이 일단 우리에게서 비쳐 나온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빛을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p. 226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어느 정도의 불행만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 인간은 파멸하거나 도리어 무심해진다. 공포와 희망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상쇄함으로써 둔탁한 무감각의 상태로 빠져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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