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아이들 -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2
류화선 지음, 이윤희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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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죄가 있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그것은 어른들의 몫이지 이제 막 삶을 시작한 아이들의 몫은 결코 아니었다."(200)

이 구절을 읽으며 펑펑 울었다. 사실은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일년이다. 벌써 일년이다.

일년이 지났음을 내 마음이 기억하고 있나보다. 문득 울컥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 읽은 책이라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가슴에 와 박혔다.

소소리 산의 터줏대감 수나로 마을은 곰신을 섬긴다. 50년 전 살기 좋은 자기 땅에서 쫓겨나 이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는 도두보 마을은 하늘을 섬긴다. 또 다른 이방인인 서리단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신을 섬긴다.

서리단은 수나로와 도두보를 이간질해 싸움을 붙인 다음 소소리 산 전체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수나로와 도두보는 8년 전 큰 싸움을 한 이후로 서로를 견제하며 상대가 쳐들어올 것을 염려하며 불안해 하고 있다.

그들의 마음은 다 제각각이다.

서리단 마을의 헤갈에겐 전부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내게 주어진 것, 내게 꼭 필요한 만큼이 아니라 전부를 바라는 마음.

도두보 마을의 우두머리 사냥꾼인 은조에겐 피를 묻히는 것도, 다른 마을을 이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힘을 키워 마을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있다. 

제사장 마기말로와 제사장이 될 아이인 나루에겐 자신보다 타인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남을 이롭게 하려고 평생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

세 마을의 아이들에겐 모두가 슬퍼지는 일 없이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제 가족을 살리자고 남의 소중한 것을 죽일 순 없다는 잣눈이의 마음도 있다.

 

소소리산의 품에 안겨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제각각이듯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도 제각각인 마음인 채로 살아간다. 책을 읽는 내내 서로를 죽이거나 쫓아내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언제쯤 찾을 수 있으려나 답답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 개 있다.

첫번째 장면은 아이들이 동굴 속에서 벽화를 발견하는 장면.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이 그렸을 벽화를 보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큰 세계를 발견하고 자신들도 이곳에 살다가 언젠가는 사라질 아주 작은 존재임을 깨닫는 장면이다.

나는 내가 아주 작은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 벅차오른다. 작기 때문에 내가 소중한 존재임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역설의 순간을 경험한다. 이 장면에서 아이들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아주 작디 작은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 세상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그 세상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나의 마음을 벅차게 했다.

나루는 그 순간 자신도 평화롭고 행복한 그림을 남기고 싶다는 희망을 품는다.

 

두번째 장면은  까만밤을 죽이라는 헤갈의 명령을 잣눈이 따르지 않으면서 제 가족을 살리자고 남의 소중한 것을 죽일 순 없다, 내가 다른 이들의 소중한 것을 지키면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분명히 자기 누이와 어머니를 지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그동안 잣눈은 누이와 어머리를 데려오기 위해 헤갈이 시키는 일은 가리지 않고 다 했다. 그러느라 자신의 따뜻한 마음은 꽁꽁 닫아 걸고 남의 마음으로 살아야 했을 잣눈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세번째 장면은 마기말로가 50년 전 살던 땅에서 쫓겨오면서 미움과 원망 복수의 마음을 모두 두고 떠나왔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미래를 줄 수 있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때로는 미움과 복수심도 내려놓아야만 나의 아름다운 길이 열리는 법인가 보다.

 

네번째 장면은 곰의 목숨 대신 너희의 목숨을 내놓으라는 가두루의 말에 나루가 자기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서는 장면이다. 여우볕과 빛두루막도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선다. 이제 막 삶을 시작한 아이들이 어른들 대신 대가를 치르겠다고 나서는 장면은 목에 무엇인가 걸린 듯 아프다.

일년 전 전부를 가지겠다는 어른들의 마음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속절없이 죽어갔다. 그래서 자기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아프다.

 

'사람의 미래는 마음이 만드는 것'이라고 작가는 은조의 입을 통해 말한다.

제각각 많은 마음 중에 무슨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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