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1
만프레트 마이 지음, 김태환 옮김 / 이화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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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이다. 세계사의 맥을 잡아주는 56가지 재미있는 강의라는 부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계사의 전체 흐름을 선명하게 그리다, 라는 설명에서는 선명하게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1장 최초의 인간에서부터 56장 기후변화까지 첫 번째 사람 이야기에서 지금의 사람의 활동까지 제대로 맥을 짚어서 설명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인류 역사를 연대기식으로 나열한다는 데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멋짐은 저자가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 역사를 고민하는 방식, 역사를 알려주는 방식에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읽고 생각하면서 현대에 일어나는 사건을 서술하고 고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데 이 책의 진가가 있다. 철저하게 서양적이지만 그것은 이런 글을 써내지 못한, 혹은 써놓고도 널리 알리지 못한 동양인 역사가들의 문제일뿐, 역사를 서술하고 내 생각을 서술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역사를 서술하는 방법과 역사를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저자의 말이 너무나도 맛깔스러워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쓴 <독일사>는 어떤 책일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이화북스에서 나왔다는 <종교,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고 곧 나온다는 ‘누구나 교양 시리즈’도 쭉 이어서 읽어보고 싶다.


<세계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에 나오는 많은 사건과 의견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일본의 개화 과정을 그린 198쪽~199쪽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서양인이 보는 동아시아의 역사. 순응주의자 일본의 무조건 개항을 어느 정도는 비겁하다고 보고 있었는데, 신미양요 같은 저항만이 어리석었어도 기개가 있다고 생각했었던 어린 시절도 있었는데, “저항이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본은 ‘학생’의 입장에서 서양의 문물을 배우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고 “전 세계사를 통틀어 가장 우수한 학생”으로 남았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씁쓸함. 그리고 반박하기 힘듦.

역사는 단순히 이야기거리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현실을 비추는 반추의 역할만을 하는 것도 아니다. 두 역할을 다 하면서 한 개인의 성장까지 도와야 한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글이지만 그저 한두 번 읽고 손에서 놓아야 하는 가벼운 책은 아니다. 작의적이지는 않지만 내 자신만의 글을 쓸 때 여러 번 고민하면서 다시 읽어낼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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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별 그리고 아이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
블랑딘 플뤼셰 지음, 카트린 코르다스코 그림,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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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씩 모여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는 쿼크 입자. 쿼크에는 업 쿼크, 다운 쿼크, 맵시(charm) 쿼크, 기묘한(stange) 쿼크, 꼭대기(top) 쿼크, 바닥(bottom) 쿼크가 있다. 양성자는 업 쿼크 2개와 다운 쿼크 1개로 이루어져 있고 중성자는 업 쿼크 1개와 다운 쿼크 2개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쿼크라고 모두 전하의 크기가 같은 것은 아니다. 끝!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입자물리학의 기본이다. 그런 내용을 아이들의 그림책에서는, 동화책에서는 어떻게 풀고 있는지 궁금해서 들여다본 책이 <쿼크, 별 그리고 아이>였다.


이론만으로도 아름다운 입자물리학의 세계가 어떤 식으로 묘사가 되어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들여다본 책은, 사실 입자물리학을 다루는 책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진화와 모든 자연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담대한 철학서 같은 느낌. 군데 군데 최초로 탄생한 입자(전자, 중성 미립자, 광자, 쿼크)와 그 뒤로 생성된 원자, 분자 같은 입자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초신성, 카오스, 빅뱅 같은 우주론도 알려주고 무기 물질에서 유기 물질로 변화되는 유기화학 같은 내용도 나오고 생명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 세포학일 수밖에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쿼크, 별 그리고 아이>는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존재의 탄생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 같다.


아주 오랜 만에 아이들 책을 들여다보았는데, 수채화겠지, 아크릴 물감도 썼을까, 싶은 아름다운 그림과 하나의 점에서 서서히 퍼져나가면서 이 세상 전부를 설명해 주고 있는 멋진 글은 어른이 읽기에도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그림책의 질을 심각하게 따지는 우리 딸도 보고 싶은 책이라고 말하는 책, 엄마 나 몰래 또 사촌동생들한테 주면 안 돼, 라고 다짐을 받아 둔 책,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쿼크부터 생명에 이르는 과정을 기분 좋게 설명해 주는 <쿼크, 별 그리고 아이>를 읽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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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그리움이다 - 인문학자와 한옥 건축가의 살고 싶은 집 이야기
최효찬.김장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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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그리움이다> 최효찬, 김장권, 인물과 사상사

늘 그랬던 것 같다. 집에는 큰 욕심이 없다는 거. 한 방에서 세 자매가(더 어렸을 때는 네 남매가) 북적거리면서 서로 치우기를 미루고 부모님께 혼나고를 반복하다보니 집은 무조건 작아서 청소할 일이 없는 거, 여러 명이 북적거리지 않고 혼자서 지낼 수 있는 게 최고,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아주 작은 집에서 10분 안에 모든 청소를 마칠 수 있는 집에서 살 거라는 결심은 서 있다(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 집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8평쯤 되는 오피스텔에서 모든 관리를 다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밥은 나가서 먹고 잠만 자고 책만 읽을 거라는 나름 야무진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음, 집은 그리움이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직접 짓는 게 좋다고? 아니, 8평 오피스텔에서 살고 싶다니까. 음, 나와는 생각 자체가 다른 저자의 책을 왜 읽겠다고 선택한 것일까? 그건 책의 부제가 ‘인문학자와 한옥 건축가의 살고 싶은 집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동서양 여러 현인들의 집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해서였다.

물론 책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고 내가 기대한 부분은 5분의 1쯤 된다. 이황, 두보, 르코르비쥐에 등, 옛 사람이 살고 싶었던 집, 내가 마음에 드는 집에 관한 이야기는 2장에 나온다(물론 두보의 시신을 고향에 옮겨오려고 평생 애를 썼지만 자기 대에서는 해내지 못해 아들에게 두보의 시신을 꼭 고향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유언을 하고 죽었다는 두보 아들 이야기에서는 효라는 게 뭐라고, 하는 냉소적인 생각도 들었고 오스트리아 사람, 미국 사람이 고향에 못 가고 묻혀 있다는 프랑스 무덤 이야기도 떠올랐다).

2장 외에 크게 재미있는 부분이 있을까 싶었는데 1장의 잔잔함도 3장의 작가의 전기도, 4장의 집 만드는 법도 마음에 든다. 60이 되기 전에 8평 터에라도 3층 땅콩집을 만들어 살아볼 수 있을까? 아니, 8 곱하기 3+ 층계들 청소하는 일은 하지 않고 살고 싶다. 집을 갖는다는 것은 청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노후되어 가는 집을 계속해서 관리하고 수리하는 일. 거의 평생을 주택에서 살면서 아빠가 집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았고, 사람 할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살고 있는 나이니, 아마도 노후가 되어 내 이름으로 된 주택에서 살아가는 일은 나로서는 없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집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읽은 <집은 그리움이다>는 한 남자의 성장기이자 뿌듯함을 함께 경험하는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또 혹시 아는가? 사실 아름다운 집은 모두 멋진 자연을 끼고 있는 단독 주택이다. 내가 여력이 되고 나이를 먹어 생각이 바뀌면 나도 모르게 절절하게 내 집이 갖고 싶을지. 그때는 다시 한 번 펼쳐들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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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 기후의 역사와 인류의 생존
벤저민 리버만.엘리자베스 고든 지음, 은종환 옮김 / 진성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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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야 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책이 있다. 그냥 쭉 읽어나갈 수는 없는 책. <시그널>도 그렇다. 역사학자와 지구과학자의 콜라보. 기후학에 중점을 두고 읽어나갈 것인가 역사학에 중점을 두고 읽어나갈 것인가를 적어도 첫 번째 독서에서는 정하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인류의 시작과 현재를 넓은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라 독자가 중심을 세우고 읽지 않는다면 왠지 망망대해를 떠도는 것도 아니라 깊은 심연 한 가운데에서 헤매고 있다는 기분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책을 읽을 방식을 고민하기 전에 정말로 궁금해지는 건 이 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 결과물인가 하는 거. 먼저 사람들의 사회사 같은 일상을 혹은 서사를 다루는 역사로 큰 뼈대를 잡고 굵직굵직한 각 시기의 기후를 살핀 것일까, 아니면 굵직굵직한 기후 변화를 먼저 뽑아내고 각 시기에 있었던 사람들의 역사를 살펴보았을까?

이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과물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1차 독서는 역사를 중심으로 읽어보기로 했다. 큰 줄기는 정해져 있다.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전적으로 기후 때문에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해도 기후가 나름의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 그러고서 세부적인 이야기들이 생긴다. 가뭄 때문에 빙하기 때문에 큰 물 때문에 문명은 자신의 길을 바꾸었다.

하지만 어떤 문명의 흥망성쇠가 어떤 세밀한 기후 변화와 관계가 있었는지를 세세하게 기억하는 일은 재빨리 진행되는 1차 독서에서 머리에 넣기란 역부족이었다. 기후 변화와 함께 하는 흥미로운 기상학, 지질학, 기후학 용어들을 정리해야 하는 과제도 2차 독서로 미루어야 했다.

그저 인류의 역사를 기존에 알던 굵직한 역사는 다시 한 번 정리를 하고 낯선 지역의 역사는 새롭게 소개를 받으면서 아쉽지만 굵직한 사건과 서사 중심으로 1차 독서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지구 온난화 이야기는 너무나도 뻔한 것 같아서 그렇지 뭐, 하지만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고대 로마인도 마야인도 맹목적인 산업혁명 시대 사람도 아니다. 찬란한 문명도 결국에는 사라지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되돌아보고 우리는 좀 더 현명한 방법으로 소멸해 갈 수 있도록 조금은 내 생활을, 자연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그널>은. 물론 공부할 거리가 많은 역사책이자 기후학책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지만.

역자의 영어식 표기 선호 때문에 시저나 성 어거스틴, 오스만 터키 같은 용어 앞에서 살짝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머리가 나빠서 낯선 영어 약자 표기를 한국어 표기로 바꾸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독자의 일방적인 바람도 있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종이질만큼이나 만족한 독서를 했다. 여러 번 공부하면서 봐야 하는 텍스트가 또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좋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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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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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근거 없는 믿음이기는 한데, 독일 사람이 쓴 책은 왠지 읽을만 할 거라는 느낌이 있다. 게다가 헤세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글을 잘 쓸 거라는 착각도 한다. <두 사람의 역사>를 쓴 헬게 헤세의 프로필을 보았을 때 이 책, 분명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저 위에 두 망상을 또다시 확증해 버리고 말았다. 재미있다. 종이도 마음에 든다. 여러 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소설책 같다. 이상, 서평 끝이다!

자, 그럼 구체적으로 한 번 고민해 보자. <두 사람의 역사>는 정말로 두 사람의 역사, 두 사람만의 역사인가? 아니다. 괴테나 훔볼트, 밀러나 먼로, 아인슈타인과 보어 등 정말로 서로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고 받은 사람도 있지만 마키아벨리와 다빈치, 케플러와 발렌슈타인처럼 같은 시대에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 외에는 (내가 느끼기에는) 딱히 접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이 펼쳐 보이는 역사 장면은 접점이 있건 없건 흥미롭고 재미있다.

<두 사람의 역사>는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보다도 각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인생을 추구했으며 역사 속에서 어떤 위치를 만들어가면서 살아갔는지를 서술해준다. 상당히 훌륭한 인물 열전서이며 상당히 훌륭하고 재미있는 서양 역사서라는 것이 내가 <두 사람의 역사>를 읽는 내내 한 생각. 책 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적절한 그림과 사진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왠지 전쟁을 좋아하는 독재자 이미지의 처칠과 그 자유로운 영혼인 채플린이 서로 좋아 했다니, <두 사람의 역사>에는 (아무래도 교양력이 제로인)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가득 하다. 독일 사람들 글 쓰는 능력, 정말 부럽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함께 성장해 갔던 책 속 많은 사람들도 부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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