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그리움이다 - 인문학자와 한옥 건축가의 살고 싶은 집 이야기
최효찬.김장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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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그리움이다> 최효찬, 김장권, 인물과 사상사

늘 그랬던 것 같다. 집에는 큰 욕심이 없다는 거. 한 방에서 세 자매가(더 어렸을 때는 네 남매가) 북적거리면서 서로 치우기를 미루고 부모님께 혼나고를 반복하다보니 집은 무조건 작아서 청소할 일이 없는 거, 여러 명이 북적거리지 않고 혼자서 지낼 수 있는 게 최고,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아주 작은 집에서 10분 안에 모든 청소를 마칠 수 있는 집에서 살 거라는 결심은 서 있다(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 집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8평쯤 되는 오피스텔에서 모든 관리를 다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밥은 나가서 먹고 잠만 자고 책만 읽을 거라는 나름 야무진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음, 집은 그리움이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직접 짓는 게 좋다고? 아니, 8평 오피스텔에서 살고 싶다니까. 음, 나와는 생각 자체가 다른 저자의 책을 왜 읽겠다고 선택한 것일까? 그건 책의 부제가 ‘인문학자와 한옥 건축가의 살고 싶은 집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동서양 여러 현인들의 집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해서였다.

물론 책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고 내가 기대한 부분은 5분의 1쯤 된다. 이황, 두보, 르코르비쥐에 등, 옛 사람이 살고 싶었던 집, 내가 마음에 드는 집에 관한 이야기는 2장에 나온다(물론 두보의 시신을 고향에 옮겨오려고 평생 애를 썼지만 자기 대에서는 해내지 못해 아들에게 두보의 시신을 꼭 고향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유언을 하고 죽었다는 두보 아들 이야기에서는 효라는 게 뭐라고, 하는 냉소적인 생각도 들었고 오스트리아 사람, 미국 사람이 고향에 못 가고 묻혀 있다는 프랑스 무덤 이야기도 떠올랐다).

2장 외에 크게 재미있는 부분이 있을까 싶었는데 1장의 잔잔함도 3장의 작가의 전기도, 4장의 집 만드는 법도 마음에 든다. 60이 되기 전에 8평 터에라도 3층 땅콩집을 만들어 살아볼 수 있을까? 아니, 8 곱하기 3+ 층계들 청소하는 일은 하지 않고 살고 싶다. 집을 갖는다는 것은 청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노후되어 가는 집을 계속해서 관리하고 수리하는 일. 거의 평생을 주택에서 살면서 아빠가 집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았고, 사람 할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살고 있는 나이니, 아마도 노후가 되어 내 이름으로 된 주택에서 살아가는 일은 나로서는 없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집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읽은 <집은 그리움이다>는 한 남자의 성장기이자 뿌듯함을 함께 경험하는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또 혹시 아는가? 사실 아름다운 집은 모두 멋진 자연을 끼고 있는 단독 주택이다. 내가 여력이 되고 나이를 먹어 생각이 바뀌면 나도 모르게 절절하게 내 집이 갖고 싶을지. 그때는 다시 한 번 펼쳐들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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