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초입에 조현병을 예를 들어 얘기하다 이렇게 말한다. "조현병은 약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겁니다.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는 것은 약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약을 먹으면 도파민이 줄어들어서 환각은 사라집니다. 그러나 환각이 사라졌다고 해서 현실 감각을 되찾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감각을 되찾은 것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지요. 그리고 누군가의 사랑과 헌신이 뒷받침되어야 하고요."
저자의 이 말은 이 책이 씌여진 이유와 독자들이 어떤 상황과 환경이든(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든 없든) 불문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저자의 바람대로? 정성스럽고 꼼꼼히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part 1의 경우 뇌에 대한 용어와 기능들, 차이점 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및 유명 배우 등이 앓은 병 등을 언급함으로써 용어에 보다 빨리 친숙해지게 도와준다.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뇌의 각 기관이 담당하는 역할에 대해 친절하고 알기 쉽도록 설명해 주기에 내가 기존에 읽은 뇌 관련 책보다도 훨씬 빨리 와닿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전공서적만큼이나 두꺼운 책이라 보자마자, 내가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컸는데, 읽다 보니 너무나 술술 읽혀서 안 읽었거나 이 책을 모르고 지나쳤더라면 상당히 아쉬웠으리라 생각되었다.
part 2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진단에 대한 문제점과 치료 시스템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는데, 초반 부분부터 읽을수록 답답한 마음이 들고, 자꾸 화가 났다. 이유는 치매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치매검사 일종인 MMSE 검사에 대한 내용인데, MMSE 검사, 정확히 말하면 간이 정신상태 검사.. 이 검사의 허점과, 의료진의 태도, 신뢰도의 문제가 크다는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MMSE의 검사 시간도 10분 이내로 짧고, 검사하는 사람도 전문가가 아닌, 언어치료사, 보건소 직원, 간호사, 복지사, 임상병리사, 원무과 직원 등의 비전문가들 한다는 사실에 기암 했는데, 판정 결과까지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게다가 21년부터는 MMSE 사용료를 매년 400억 원을 납부하는 게 버거워진 정부가 K-CIST라는 선. 별. 검사를 개발했다는데, 단순히 비용 절감의 목적으로 개발했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났다. 위음성률 따위는 절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여전히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탁상행정 행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MMSE로만 검사를 한정하는 건 아니다. 아주 다양하고 많은 검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들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안내해 주는 곳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MMSE 같은 선. 별.에서 잘못된 결과가 나오면 그다음 검사들은 안 해도 되는 것들이 되고 마니까.. 이러한 정부 시스템이 치매를 진단받은 가족들을 두 번 상처 입히는 꼴이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서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다. 만약 안타깝지만, 치매를 진단받은 가족이 생긴다면, 이 part가 꽤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part 3의 경우 치매 환자를 간호하는 방법에 대해 적혀있는데, 앞의 part 들과 마찬가지로 치매를 이해하기 위해 뇌의 구조와 기능들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그렇게 치매환자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면,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그래서 치매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가족이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를 실천해 볼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제시한다. 당연히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뇌에 대한 이해이다..
나머지 part들의 경우, 치매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이 알고 써먹어야 하는 필요한 것들 특히 금전적인 부분들에 대한 지원 내용이기에 놓쳐서는 안되며, 치매약에 대한 종류, 뇌를 작동시키는 원리, 음식 등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쳤을까.. 참 고마우면서도 눈물이 났다. 본인의 아버지를 살피면서,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례와 사연들을 접하면서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읽을수록 안타까운 점이, 치매를 국가 차원에서 바라보고 돌보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 중 한 명이 치매를 진단받으면, 그 나머지 구성원이 진단받은 가족을 위해 애쓰고, 공부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누구의 도움이 온전히 개입되지 않는다. 기저귀 지원 등의 초반에 살짝 지원해 주는 정도로 끝나는 느낌. 치매가 진행된 가족 구성원을 돌보고 관리하는 것은 오롯이 다른 가족의 몫으로... 그렇게 하루 24시간 아니 36시간 혹은 48시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치매 가족 가이드북!' 일지도 모른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 같은 분이 치매 가족들에게 말 그대로 '절대지식 치매 백과사전'을 만들어줘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덕분에 저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치매를 대하는 생각과 치매가 진행 중인 가족을 대하는 태도 등의 변화를 얻게 되어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