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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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공 오스카는 SF와 판타지, 만화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Nerd, 오타쿠다. 도미니카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 출신 집에서 태어난, 140kg의 비대한 몸을 가진 흑인. 작가의 말에 따르면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지극히 매력이 떨어지는 인물이다. 제목과 달리 오스카의 삶은 전혀 놀랍지 않다. 끝까지 외로운 Nerd의 삶을 살았던 보잘것없는 오스카. 사실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오스카의 엄마 벨리시아이다. 도미니카의 유력자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독재자 트루히요의 눈 밖에 나서 가족이 철저히 피괴되고 삶이 엉망으로 망가진 벨리시아. 중남미의 전형적인 독재의 단면들이 소름끼치게 묘사된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문장들에 흘러넘치는 끝모를 생명력이다. 천명관의 <고래> 이후로 이렇게 에너지가 가득 찬 소설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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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현기영 지음 / 실천문학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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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집에 내려가서 책 정리하다 발견한 책. 현기영 선생의 책은 대학 1학년 때 읽은 <순이 삼촌> 이후 두 번째다. 장편 소설이라고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지만 사실 작가 본인의 유소년 시절 회고록에 가깝다. 제주라는 섬의 정서, 조금은 쓸쓸하고 우울하나 선명한 아름다움과 강건함이 깃들어 있는 곳에서의 삶을 날 것 그대로 묘사한다. 4.3과 6.25를 거치면서 무너지고 망가지는 민초들, 그렇지만 어쨌든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사람들은 슬프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견뎌낸다. 아마 이 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건 제주에 살았던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종종 등장하는 제주 사투리의 독특한 뉘앙스를 이해해야 글 속의 상황을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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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하여
정혜신.진은영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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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정혜신과 시인 진은영이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방법에 대해 논한 대담집.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고문 피해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등 우리 사회가 안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를 말한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트라우마를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 극복할 수 있는 생채기 쯤으로 생각한다는 것. 정혜신은 트라우마를 자기 존재보다 더 큰 상처를 홀로 떠안고 견디며 살아갈 상처이지 극복이 되는 상처가 아니라고 말한다. 흔히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고 하지만, 트라우마는 `아픈 만큼 파괴되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삶의 전반적인 판이 다 깨어지는 것`이고 `인간이 통제 가능한 영역 바깥에 있는, 인간의 의지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은 피해를 입은 사건 당시에 일생의 시간이 멈춰 있기 때문에 `이제 그만 하고 돌아와라`라는 주위의 권유가 쓸모없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봄은 아이와 함께 했던 추억이 날아와 가슴에 박히는 `봄꽃이 총알이 되는` 계절인 것이다.
정혜신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치유 공간을 제안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와락`,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이웃`을 세워 피해자들이 일상을 복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신 기법을 동원해 심리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따뜻한 밥을 먹이고, 뜨개질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여 이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서서히 치유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치유된 사람들이 다른 트라우마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상처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게 돕는다. `상처입은 치유자`란 상처를 입어 본 사람이 그 상처를 치유받아 본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치유자가 된다는 개념이다. 고문 피해자들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치유를 돕고, 쌍용차 피해자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돕는다.
트라우마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으면 너무나 큰 충격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지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박근혜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도출된다. 박근혜는 아버지가 암살되는 거대한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해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도 그토록 냉담했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들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도 나 혼자 힘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당신들 정도의 고통이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거다. 엄살떨지 마라.` 이 정도면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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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모험 -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제임스 워드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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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역사에 대해 풀어낸 보기 드물게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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