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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카멜레온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87
에릭 칼 지음,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6월
평점 :
에릭칼의 그림책은 ‘갈색곰아 갈색곰아 무얼 보고 있니’, ‘배고픈 애벌레’로 유명하다. 그림을 보면 ‘에릭칼’의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색감과 다양한 질감으로 표현된 그림체는 아이들의 눈길을 끌만하다. 틀에 박힌 그림체가 아닌 자유로운 느낌이다. 색감이 뚜렷해서 보기에도 참 예쁘다.
에릭칼의 책은 워낙 유명해서 우연히 발견하곤 한다. 지난 번 여행에는 숙소에 에릭칼 책이 있었다. ‘아주 바쁜 거미’라는 책이었던 것 같은데, 숙소에서 심심해하는 아이와 함께 여러번 읽어보았었다. 이번에 만난 책은 ‘뒤죽박죽 카멜레온’이다. 알록달록한 몸 색깔을 가진 카멜레온이 파리를 바라보며 혀를 쭉 내밀고 있다.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진다.
책을 펴자 ‘뒤죽박죽 카멜레온’이라는 제목과 함께 ‘이 책을 나와 함께 만든 모든 어린이들에게 바칩니다.’라고 적혀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작업인가? 아니면 어린이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인가 궁금한 마음을 안고 책장을 넘겼다.
초록 잎 위에 작은 초록색 카멜레온이 앉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카멜레온은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꾼다. 역시 그림책에서도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의 이야기가 나온다. 노란 모래 위에서는 노르스름한 색, 빨간 꽃 위에서는 발그스름한 색, 갈색 나무 위에서는 갈색빛.
그렇게 카멜레온은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다. 배고프면 파리를 잡고, 날마다 날마다 그렇게.
카멜레온은 동물원을 보게 된다. 아름다운 동물들을 본 카멜레온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요즘 나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내 눈으로 보는 다른 아름다운 일상을 바라보곤 한다. 다른 일상은 좋은 점만 보이겠지만 나의 평범한 일상이 더 평범하게 느껴지는 내가 동경하는 일상이 있는 것 같다. 카멜레온에게 동물원이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날마다 날마다 비슷하게 지내던 일상에서 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아름다운 동물들을 처음 보았다면 그 모습이 대단하게 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지 않았을까?
카멜레온은 생각한다. ‘나도 북극곰처럼 새하야면 좋겠어.‘ 역시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다. 카멜레온은 크고 새하얀 북극곰을 보고 자신의 모습이 작고 느리고 약하다고 생각하며 카멜레온처럼 되고 싶어한다. 그러자 카멜레온의 바람이 이루어진다. ’카멜레온은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그렇게 카멜레온은 플라밍고, 여우, 물고기, 사슴, 기린, 거북이, 코끼리, 물개, 사람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며 그렇게 원하는대로 변한다. ‘뒤죽박죽’한 모습으로 ‘뒤죽박죽’ 카멜레온이 된다. 이 그림책에서 그림책 구성방식이 재미있다. 평범한 그림책의 한장 한장이 아닌 카멜레온이 원하는 동물들이 책 왼쪽 끝에 모일 수 있도록 책을 구성해놓았다. 궁금하면 이 그림책을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다. 에릭 칼의 그림책은 틀에 박히지 않은 모습이 보여서 참 좋다고 생각한다.
다시 그림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뒤죽박죽 카멜레온’이 된 모습을 보아하니 얼굴은 코끼리, 등은 거북이, 꼬리는 여우, 다리는 플라밍고... 정말 뒤죽박죽 엉망징창이다. 카멜레온이 원하던 모습이었는데 이토록 뒤죽박죽이라니! 게다가 너무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 배가 고픈 카멜레온은 파리도 잡을 수 없다.
다음 장의 그림이 아름답다. 알록달록 선명한 무지개 아래 카멜레온은 이렇게 말한다. ‘난 그냥 내가 되면 좋겠어.’ 그러자 카멜레온의 바람대로 원래의 모습대로 파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그림책이 많이 있다. 그만큼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릭칼의 그림책은 그림체와 같이 정체성 이야기를 강렬하고 뚜렷하게 들려준다. 그의 그림이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그림인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어릴적 이야기를 보면 에릭칼의 자유분방한 천성이 그대로 나타난 그림들을 그리고 훗날 이런 스타일로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림책 뒤에 안내로 나와있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정형화된 삶을 살아가길 외치는 세상의 어른들에게 ‘뒤죽박죽 카멜레온’의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그냥 내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난 그냥 내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알아가는 과정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