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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
크리스털 D. 자일스 지음, 김루시아 옮김 / 초록개구리 / 2022년 7월
평점 :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라는 책의 표지와 제목을 살펴보면 대강 어떤 내용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 한명이 서 있고, 아이가 발을 딛고 있는 곳에는 집이 있다. 노란색으로 집이 모여 있는 마을이 있고, 그 위 어두운 파란색으에는 큰 건물들이 공사하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책을 보기 전 어떤 내용일 것인지 잠시 생각을 해보았긴 했지만 책을 덮은 후 아이가 서 있는 집은 왜 밝은 노란색인지 위의 공사하고 있는 큰 건물은 어두운 파란색으로 대비하여 표현되어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의 표지에 그려져 있는 '웨스'는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나'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웨스'가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의 도시? 우리의 도시!'라는 제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웨스는 자신의 11번째 생일날 아침에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의 생각은 '아이들이 시위를 해서 얼마나 큰 힘을 내겠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 걸까?'였다. 아이들이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크기를 너무 미약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책을 읽고 나서 반성하게 되었다.
책의 앞 부분에서는 웨스와 웨스 가족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11살 아이들의 우정 그리고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왜 시위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등장한다. 그리고 중심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집을 잃고 가족이 해체되며 모텔에서 살게되는 카리 형의 이야기, 다른 지역으로 이사간 마이아의 이야기. 한 동네에서 살던 친구들이 흩어지게 되는 이야기와 이유를 조금씩 풀어 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 웨스의 엄마는 편지를 받게 된다. 동네를 사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편지이다.
가족은 슬퍼하지만 아직 회의를 통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네에는 지금의 집값보다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면 돈을 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 중 웨스의 친한 친구인 브렌트의 가족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베이커 선생님이 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글을 보게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많은 가난한 집들이 살던 동네에서 쫓겨나는 원인이라고 한다. 동네를 부유한 주민들에게 맞춰 재개발하는 걸 말한다. 그 안에는 흑인과 백인의 차별 이야기도 담겨 있다. 아이들은 불공정한 일을 멈추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한다.
베이커 선생님과 지역 단체에서 일하는 모니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동네를 지킬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한다. 동네 파티를 여는 것이다. 동네에서 지냈던 추억의 사진들을 슬라이드 쇼로 보여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함께 즐기는 파티이다. 동네 되찾기 파티는 즐겁게 진행되었다. 그리나 그 날 카리 형과 관련된 억울한 일이 벌어진다. 억울한 일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것. 힘들더라도 내 목소리를 내서 맞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이와와 카리 형이 떠나고 웨스의 마음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웨스는 이 동네가 '피핀 마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피핀 마을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방법을 찾게 된다. 웨스는 그렇게 훌륭한 조사를 통해 마을을 역사 지구 지정 지역으로 만들었고 젠트리피케이션의 진행을 늦추도록 하였다.
부끄러움이 많던 웨스가 285페이지에서 발표를 한다. 흑인의 역사가 흑인 역사의 달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피핀 씨의 유산을 지운 일 같은 잘못, 백인 경찰이 친구 카리 형을 이유 없이 경찰서로 데려간 일. 그런 일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와 우리의 공간은 다른 사람과 그들의 공간만큼 존중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목소리를 꼭 내야만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 책에서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고. 미약한 것만 같은 내 목소리가 아주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작가가 전해주고자 하는 말이 이것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목소리를 높이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하세요.'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많은 사회문제들이 있다. 존중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다. 그냥 다른 사람이 존중받는 만큼 우리도 존중받아야하는 것인데, 차별은 그런 기본적인 것도 갖기 어렵게 한다. '차별'에 대해 생각하고, '내 목소리를 내는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며 이 책을 덮는다.
p16 우리 동네는 집도 마당도 모두 작지만, 그건 곧 가로등이 켜지기 전에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p74 이곳을 떠날 수는 없다. 여기는 내 고향이다. 나는 모든 걸 여기서 했다. 여기서 가장 친한 친구들을 만났고,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고, 공원 농구장에서 처음으로 3점 슛을 성공시켰고, 숨바꼭질도 아주 많이 했다. 참나무는 숨기에 딱 좋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섬광처럼 눈앞을 지나갔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 어떻게 그런 기억을 다 놔두고 떠날 수 있지?
p201 피핀 씨는 시의 지원을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혼자 힘으로 목재 공장을 키워 일흔다섯 명이 넘는 노동자를 고용했다...피핀 마을은 번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치인이 피핀 마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흑인 가족이 성공하는 것을 본 그들은 화가 나서 피핀 씨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p268 아니, 브렌트! 그렇게 심각한 건 아냐. 나는 흑인이니 백인이니 상관없이 그저 내가 되고 싶을 뿐이야.
p279 웨스,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네가 해낸 거야. 이해 못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관없어. 싸울 가치가 있는 일이고, 너는 우리 모두를 위해 목소리를 낸 거야.
p285 우리와 우리의 공간은 다른 사람과 그들의 공간만큼 존중받아야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