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의 강연 프로그램인 클래스ⓔ에서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20분짜리 12회분 강연 내용을 문장으로 풀어낸 책이다. 무엇보다 고전적이고 따뜻하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칼 라르손의 작품이 함께 삽입되어 있다. 자연과 일상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이야기와 그림으로 함께 풀어내어 읽는 내내 마음과 눈이 즐겁다.
출판사는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강연과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을 조화시켜 강연 내용뿐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라르손의 그림에는 가족의 일상과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는 '봄'과 '자연'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가족, 자연,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담긴 그림들과 함께 읽는 나태주의 인생수업은 특별한 위안을 준다.
노자의 도덕경이 떠오르는 이 책에서 나태주 시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때로 너무 잘하려고만 해서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위로한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더 잘하려 애쓰지 말라."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좋은 쪽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언젠가 정말 좋은 순간이 온다고 말한다.
최근 한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꿈을 크게 가지지 말라고 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나태주 시인도 비슷한 맥락에서 "네가 이루고 싶은 조그만 꿈을 가져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다르다. 보다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그 꿈을 끝내 이루도록 노력하라는 뜻이다.
나태주 시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시 '풀꽃'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자세히,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콩나물에 물 주듯이, 다 빠져나가도 쑥쑥 자라고 있다고 믿고 자세히 보고 오래 봐야겠다.
그래야 예쁘니까.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이 문장 자체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꽃인데 꽃으로 보지 않고 약자로 보게 된다면 '화'가 나고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생긴다.
우리는 모두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꽃이다. 고난을 겪고 꽃을 피워 우리에게 오는 것들이 참 많다.
그것에 감사하자.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어떻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더 새롭고 아름답게 발견하는지,
나태주 시인의 안목과 마음은 오래 보는 관찰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는 부모의 마음처럼 예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의 인생 터닝포인트가 된 책 세 권을 소개한다.
노자의 <도덕경>,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다.
도덕경과 월든은 여러 번 읽어본 책이지만,
인도방랑은 처음 접하는 책이라 품절된 책을 중고서점에서 주문했다.
인도의 어두운 부분과 죽음 및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니 더욱 기대가 된다.
나태주 시인은 시를 쓰는 이들에게 중요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힌트를 준다.
시는 주변에 널려 있는데 우리는 없던 것을 만들어내려는 '발명'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시는 '발견'이다.
누군가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 속에,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 속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재발견하는 것이라는 통찰이 감사하다.
풀꽃,
어떻게 보면 이름도 없고 특별나게 눈에 띄지 않아 지나쳐 가기 쉽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자세히 바라보면 이렇게 가까이에 행복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을 발견하고, 매일 첫날처럼 맞이하며 살아가자.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은 그런 소중한 깨달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