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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부장의 슬기로운 이중생활
서성현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자랑은 아니지만...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세상 온갖 일들을 고민하며 산다.
스스로도 '왜 이런 것까지 고민하고 사는거지?' 라고 반문할 정도로 나의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쫄보 근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재테크에 관심이 높아진 후로는 돈 버는 방법이나 돈을 아끼는 방법에만 고민이 집중되다보니
정작 중요한 고민은 잊고 사는 것 같다. '서 부장의 슬기로운 이중생활'은 이렇게 놓치고 살던
인생의 중요한 고민들을 상기시켜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있어 약간 '얻어 걸린'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실 서평단 신청 사이트에서 처음 봤을 때는 재테크 서적인 줄 알았고, 투자법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신청했었다. 그러나 내 기대와 책의 내용은 많이 달랐다. QQQ 같은 미국 주식 ETF에 투자하여 재미를 봤다는 등의 '재테크 썰'은 있지만, 특별한 노하우가 닮겼다고 보기는 어려웠고, 전반적으로 이 책을 통해 특별한 힌트를 얻진 못했다. 처음에는 실망감에 책을 덮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저자는 젊을 때부터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일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부장이라는 높은 직급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가 '모시던' 임원이 퇴사하며 소위 말하는 '끈 떨어진' 상태가 되어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이런 썰들을 들어보면 확실히 대기업은 소위 말하는 '라인'이라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느끼게 된다. 하긴, 어디 대기업 뿐만이겠는가. 아... 그래도 정말 싫다.)
저자는 인생을 돌아보며 느낀 바가 있어 '대기업 부장'외의 자신에게도 집중해보는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재테크나 취미생활에서 나아가 별장을 마련하고 책을 집필
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해 온 '이중생활'에 대해 담고 있다.
사실 저자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책의 내용에 그다지 특별한 건 없었다. 솔직히 나이 차이나는 회사 선배가 늘어놓는 공감되지 않는 자기 자랑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에서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 저자의 '이중생활'이 상당히 소박하다는 점.
그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는 '좀 멋있어 보이는 것 (32pg)'이라는 목표가 있다. 세부 항목으로는 '드럼', '요리', '책 쓰기'가 들어간다. 드럼이야 언제든 학원에 가면 배우기 시작할 수 있고 동호회도 다양하다. 요리는 유튜브만 잘 찾아봐도 볶음밥 같이 간단한 것 정도는 내일이라도
가족들을 위해 해줄 수 있고, 책 쓰기는 쉽지 않겠지만 당장에 글을 쓰고 싶다면 블로그를 해도 된다. (게다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출판의 기회가 늘어난 점을 생각하면, 책 쓰기도
그저 꿈 같은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저자는 이렇게 책을 냈으니까.)
이렇게 단순한 것들도 '목표'가 될만큼 그는 일에만 몰두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다. 자신의 삶을 조금 내려놓고 한숨을 돌리고 이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스스로를 찾아가기 위해 저자가 보여준 노력에 박수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른 하나, 저자의 이야기가 동년배의 선배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내가 바라본 저자와 동년배의 선배들은 약간의 공통점이 있다. 일(지위), 재산, 취미 또는 자녀 등 어떤 방식을 통해서건 '본인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데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 이를테면
승진이 빨라 높은 지위에 있는 선배들은 그러한 그의 업무 역량을, 재산이 많은 선배들은 재력을 자랑하는 뭐 대충 그런 식. 그들의 이런 모습은 대부분 너무 '멋'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삶의 각 단계는 모두 처음일텐데... 어쩌면
뭔가 두렵거나 어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그러한 부분들로 작아지는 스스로의 존재감
이나 가치를 자랑으로라도 증명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실은 그러한 자랑으로 본인이 증명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어쩌면 그들도 나처럼 계속해서 열심히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가족에 대한 고민,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고민, 직장에서의 본인에 대한 고민 등... 내 생각이 맞는 거라면, 그들은
생각보다 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늙어가야할까?' ,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할까?' 또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재테크와 절약에 매몰된 나에게 어쩌면 더 필요했던 질문들이 아닐까 싶다.
한동안 어딘가에 접어두었던 생의 중요한 질문들을 다시금 되뇌이게 해준 이 책은 비록 '얻어걸렸지만', 내게 그 가치를 충분히 어필해 주었다. 나처럼 어떻게 살아야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소중한 서적을 제공 받아 독서한 후, 저의 주관을 담아 남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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