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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급식실 ㅣ 북멘토 그림책 29
박규빈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4월
평점 :
드래곤과 용사들이 싸우던 그 깊고 어두운 동굴,
붉은 보석 하나를 두고 서로 양보하지 않던 그 순간,
갑자기 “슉!” 하고 통과한 벽 너머는 웬 급식실?
《이세계 급식실》은 이 낯선 조합이 너무도 사랑스럽게 펼쳐지는 그림책이에요.

칼을 휘두르던 용사도, 입에서 불을 뿜던 드래곤도,
처음 보는 급식실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하죠.
차례대로 줄 서기, 손 깨끗이 씻기, 잔반 남기지 않기.
초등학교에서는 너무 당연한 급식 규칙들이,
이들에게는 아주 낯설고 신기한 ‘미션’처럼 느껴집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급식 예절을 배울 수 있고,
어른인 저도 “그랬지, 우리도 이런 거 하나하나 배워가며 컸지” 하는
생각에 살짝 미소가 났답니다.

책 속에서 상훈이와 지호가 싸운 장면이 있어요.
미술 시간, 빨간 색연필 하나를 두고 마음이 삐뚤어졌던 두 친구.
그 모습이 이세계의 드래곤과 용사들이 붉은 보석을 두고 싸우는 모습과 겹쳐지며,
“어쩌면 우리도 이세계 사람들처럼 고집 부릴 때가 있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엇보다 이 책이 마음에 와닿았던 이유는,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은, 마음이 다정해지는 시간”이라는 걸
너무도 따뜻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싸웠던 드래곤이 보석을 내어주고,
삐쳤던 지호가 색연필을 빌려주는 장면에서
우리 선아가 슬쩍 한마디 했어요.
“엄마, 급식 먹으니까 다 착해졌어!”
순간 저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요. 밥 한 끼 나누는 일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 안에는 신기하게도 따뜻한 기운이 담겨 있어요.
함께 먹는 밥이 만든 다정한 기적이랄까요.

그림책 표지도 참 매력적이었어요.
도도하게 급식실에 들어서는 드래곤,
약간 어리둥절해하는 엘프와 드워프의 표정,
그리고 학교 친구들이 우르르 줄 서 있는 그 장면이 너무 귀엽고 유쾌하더라고요.
선아도 표지부터 마음을 빼앗겼대요.
“드래곤이 급식실에 있는 게 너무 웃겨!”라며 깔깔 웃었죠.

이 책은 단순히 급식 예절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함께 먹는 밥의 의미,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
그리고 다시 손을 잡는 용기를 가르쳐주는, 작지만 깊은 그림책이에요.
선아도 읽고 나서 급식 먹는 시간에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어요.
급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란 걸 배운 거죠.

어린이에게는 유쾌한 상상과 급식 예절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따뜻한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이세계 급식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맛있는 그림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