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
류헝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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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은 장따민이라는 이름의 키작고 못생겼고 가난하지만 말빨 하나는 끝내주는 남자이다.
그는 그 재치 덕분에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소꿉친구와 결혼하게 되지만,
장따민의 남매들도 연이어 결혼하게 되면서
안 그래도 좁은 집에 사람들이 미어터지게 된다.
장따민은 장남으로서 남매들과 어머니를,
거기다 가장으로서 자신들의 가족까지 부양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그는 페인트 회사에서 뼈빠지게 일한 덕분에 승진할 수 있게 되지만
불공평하게 자신의 헌 집을 헐리고 원하지도 않는 새 집을 분양받게 된다.
장따민은 원통함에 난동을 부리다가 회사에서 잘리고, 보온병 판매원으로 전락하고 만다.

글은 웃기게 쓰여 있지만, 알고보면 가난하고 남루한 인생을 그린 이야기이다.
하지만 남루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장따민의 성격이나
화끈하고 정 있는 장따민 부부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단편 <빌어먹을 식량>은 혹 있는 여자가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을 와서
그 난폭한(?) 성질머리로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이야기이다.
남자의 가족은 똥까지 끓여먹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데, 보면서 맘이 아팠다.
주민들이 식권을 배급받아 연명하는 사회 배경이 흥미로웠다.
중국의 역사나 생활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시푸시>는 영화 <국두>로 만들어지기도 한 소설이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소설 중에서 <푸시푸시>를 가장 재밌게 읽었다.
늙은 삼촌과 젊고 튼튼한 조카, 그리고 삼촌이 사온 젊은 아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늙어서 이제 자식밖에 희망이 없는 삼촌은
애기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숙모를 심하게 구타한다.
말만 조카지 삼촌에게 머슴으로 부려먹히는 조카는
자신과 동년배인데도 삼촌에게 학대당하는 숙모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느낀다.
조카와 숙모는 젋은 혈기에 서로 눈이 맞아 금단의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사랑의 결실로 숙모는 덜컥 아기를 가지게 된다.
삼촌은 그 아이가 자기 자식이라 오해하고 그때부터 숙모를 예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삼촌은 중풍에 걸려 폐인이 되고,
조카와 숙모는 비로소 삼촌에 대한 복수심을 터뜨리려는 듯이
쓰러져있는 삼촌에게 보란 듯이 노골적으로 연애를 시작한다.
그 꼴을 보던 삼촌은 결국 홧병으로 앓다가 죽게 되고,
이제 두 젊은이에게 거리낄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으나...
삼촌이 죽었는데 두 남녀 사이에 아기가 생길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그들은 피임 문제로 고생하고...
거기다 삼촌의 자식으로 되어 있는 그들의 아이가 감시를 해서 맘껏 사랑도 할 수 없게 되는데...

금단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푸시푸시>에서는 금단의 사랑이 불러오는 실질적인 폐해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중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주인공 삼아, 그들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나간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지만,
문장 곳곳에서 빛나는 재치는 독자를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
그 때문인지 소설이 길어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푸시푸시>는 손에 땀을 쥐고 읽었다. 손가락을 멈출 수 없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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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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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는 정치, 이념 등의 거대 담론 대신
소비문화, 대중문화, 영상문화가 주는 쾌락과 환상이 국민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위정자들은 정치, 이념 대립, 노동의 힘겨움과 같은 것들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거기서 태어난 것이 바로 '프로야구'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학생들이 강제로 국민교육헌장을 외워야 했던 시대를 포함한다.
‘나’는 머릿속에 이념을 세뇌당하며, 자기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도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단지 경쟁과 승리, 최고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나’에게 유일한 꿈과 희망이 되어 주는 것은 프로야구,  
그 중에서도 삼미의 야구팀이었다.


그러나 어린 ‘나’의 꿈과 희망은 삼미의 연달은 패배로 인해 무참히 꺾여 버린다.
알고 보니 ‘프로야구’라는 이름의 대중문화도 현실 못지않은 비참한 세계였다.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삼미를 좋아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마치 부르주아가 질 높은 예술을 소비하여 자신의 권력을 뽐내듯,
야구팬들은 강한 팀의 팬이 되는 행위를 통해 우월감을 맛보았다.
그런 상황에서 약한 야구팀인 삼미의 팬들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에겐 그것이 다행이었다.
인간이 오아시스의 물에 중독된다는 것은 대중문화의 포로가 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팀에선 야구를 잘 하는 것뿐 아니라, 돈을 많이 버는 것 또한 목적이다.
야구선수가 광고모델 일을 하는 이면에는 야구와 소비문화의 결탁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하물며 야구선수와 여자 탤런트의 결합은 어떻겠는가. 성(性)까지 야구에 연루된 것이다.
대중문화는 소비와 쾌락의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일종의 눈속임이다.
국민들의 눈을 끄는, 프로야구를 둘러싼 이슈들은
타인보다 뛰어난 ‘체력’, ‘재력’, ‘미모’가 권력이 되는 이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하니 ‘나’는 현실에서도, 대중문화에서도 위안을 얻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인간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박민규는 ‘팬클럽’이라는 이름의 ‘하위문화’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인간은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 기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이 노력을 한다면 그것은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노력은 삶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그것은 팬클럽의 마음과도 같다.
인간은 슈퍼스타처럼 살기보다, 팬클럽처럼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슈퍼스타는 다른 선수와 경쟁하랴, CF를 찍어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들으랴,
오르락내리락하는 연봉을 보며 가슴 졸이랴, 언론의 장난감이 되어 가슴아파하랴…
아무튼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것이다.
그에 비해 팬클럽은 어떤가.  
팬클럽이 하는 일은 그 대상을 ‘좋아하기’라든지 ‘흉내 내기’, ‘연구하기’ 밖에 없다.
그 세계는 돈도 권력도 성(性)도 연루되지 않는 순수한 애정의 세계다.
프로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 뭘 얻으려 하는 것과는 달리, 팬클럽은 뭔가를 얻으려는 욕심이 없다.
오로지 ‘사랑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팬클럽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기업체의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그 때보다,
팬클럽으로서 야구를 할 때 더욱 행복을 느낀다.
인간이 자발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는 때는 뭔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이다.


‘나’는 자신보다 잘난 이들에게 허리를 굽혀야 했던 아버지를 흉내 내지 않는다.
그는 어설픈 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어설픈 방법으로 흉내 내는 키치의 정신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훌륭한 것을 흉내 낸 작품은
원작보다 싸구려처럼 보이는 운명을 피할 수 없는 반면,
저급한 것을 흉내 낸 작품은 원작보다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원작이 아무리 저급해도 팬클럽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빛나 보이니  
win-win이라 해야 좋겠다.
삼류가 삼류를 모방함으로써 다 같이 승리한다는 것.
그것은 일류만을 추구하는 시대를 향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제시하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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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나
케이트 브라이언 지음, 한진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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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다이어리>를 읽은 직후, 공주라는 단어에 급 예민해진 나.
쉽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던 중, <공주와 나>의 재기발랄한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간단히 말해 이 책은 <왕자와 거지>의 여자판이다.
바인랜드라는 나라의 공주인 카리나와 LA에 사는 가난한 고등학생인 줄리아.
이 둘은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치고, 깜짝 놀란다.
둘의 얼굴이 기가 막힐 정도로 닮았던 것이다.
서로의 처지를 동경해왔던 두 소녀는 한번 역할을 바꿔 살아보기로 계약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해프닝... 은 상상에 맡기겠다. ^^


특히 존경스러웠던 캐릭터는 줄리아였다.
진짜 엄청나게 가난한데, 공부를 열심히 하여
장학금을 받으려 노력하는 그 모습이 멋졌다.
줄리아의 엄마에게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만든 작품을 항상 소지하면 좋은 기회가 온다’는 것!!
모자 디자이너인 줄리아의 엄마는 항상 자신이 만든 모자를 쓰고 다니는데,
그 모습을 카리나의 어머니인 왕비가 보고는 반해서
그녀에게 왕궁 전속 모자 디자이너가 되어달라고 요청한다.
이것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직접 착용하고 다녔기 때문에 찾아온 행운이다.
예술가를 꿈꾸는 나로서는 참고할만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왕자와 거지>와 내용이 비슷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가볍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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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노래 : 태양이 지면 만나러 갈게
카와이 나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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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녀의 '시한부' 인생, 그리고 그것을 눈물로 지켜보는 소년.
단지 이것뿐이라면 진부한 연애 이야기가 되었을 이 소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결코 흔치 않은 슬픔을 준다.
주인공인 카오루가 태양을 못 보는 병에 걸렸기 때문에,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려고 하기 때문에.
단지 그 두 가지의 이유로 이 소설은 특별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원제가 <태양의 노래>인 걸까?)


주인공인 아마네 카오루는, 태양을 쐬면 몸이 마비되어 죽는 병에 걸린 소녀.
좀처럼 세상구경을 못하는 그녀에게는
밤에 길거리에 나가 라이브를 하는 것만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알고 싶다고 생각한 소년, 후지시로 코지.
코지는 카오루 못지 않게 순진한 소년이다.
카오루가 노래밖에 모르듯, 코지는 서핑밖에 모른다.
활기찬 코지에게서 자신에겐 없는 밝음을 느낀 카오루.
용기내어 사랑을 고백하지만..
자신의 병이 코지에게 짐이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코지로부터 멀어지려 한다.
하지만 착한 코지는 항상 카오루 곁에 머물며 그녀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느낀 점은,
좋아하면 일단 고백은 하고 볼 일이라는 것이다.
카오루가 고백이나 해봤으니 망정이지
안 해봤으면 정말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외롭게 갈 뻔했다.
또 카오루의 기특한 점은, 노래를 계속해서 만든다는 것이다.
카오루의 아픔은 그녀의 노래를 더 슬프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소설을 읽기 전부터 이미 YUI의 노래를 알고 있었기에,
책에 나온 YUI의 노래 가사를 보며
그녀의 노래가, 슬픈 목소리가 생각나면서 나도 몰래 눈시울이 붉어졌다.


<태양의 노래>는 이 소설을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까지 섭렵했다.
한 가지의 이야기를 여러가지 형태로 바꾸었을 뿐인데도,
자꾸 다시 보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소설을 즐기려면 책에 수록된 YUI의 노래를 반드시 함께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화와 소설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소설에서만 나오는 내용도 있으므로
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도 권해드려보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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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 - 전2권 세트
앙리 샤리에르 지음, 문신원 옮김 / 황소자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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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일년 전부터 쉼 없이 탈출을 시도해왔지만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잖아. 탈출에 실패하자마자 곧바로 다음 탈출을 준비하지. (중략)내가 웃는 건 네가 절대 포기할 줄 모르기 때문이야. 네가 그렇게도 원하는 일이 실현될 수 없다고는 절대 인정하지도 않잖아.  

(1권 356p에서)

 
   


빠삐용은 절대 현 상태에 만족하는 법이 없다.
그때문에 탈출도 4번이나 시도하고,
각각 다른 나라에서 결혼도 4번이나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빠삐용을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빠삐용은 무슨 일을 하든지 그 그룹의 대장이 된다.
그 정도로 카리스마가 있고, 계획성이 있고, 추진력과 모험심이 있다.
머리도 비상하게 돌아가서, 돈 관리, 인맥 관리를 정말 잘 한다.
결코 ’착한’ 사람이라곤 할 수 없지만, 능력있는 사람이다.
(아니, 자신이 묘사를 안 했을 뿐이지 사실 착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안 그랬으면 감옥에서 어떻게 그렇게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가는 곳마다 모두들 빠삐용을 좋아했겠어!)

일단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그것이 실패로 끝날지라도 반드시 뭔가를 배우게 된다.
자신이 ’불가능할’ 것이라곤 추호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이 방법이 안 되면 저 방법으로, 계속해서 도전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이것이 빠삐용이 내게 가르쳐준 성공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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