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 1
민재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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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팍팍해지고 현실이 결코 달콤하지 않음을 절감할 때 우리는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꾼다.

비록 계모와 의붓언니들에게 시달리는 잿빛투성이의 어둠뿐이지만 잠시 동안이라도 멋진 왕자님의

파트너가 되어 현실에서 벗어나는 그런 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신데렐라의 꿈에 빠져들게하는 멋진 소설이다.

 

 

한 때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남자의 배신으로 이혼을 하고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쫓겨나다시피 혼자가 된

스물 여덟살의 여자. 흔히 눈에 콩깍지가 씌웠다고 하는 사랑의 시간들이 너무나도 짧았었다.

돈 좀 있는 집안의 장남인 고승찬의 사탕발림에 속아 얼떨결에 결혼이란 걸 하게된 차미선은 유별난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구박을 견디다가 결국은 남편의 바람이라는 치명타를 맞고서야 지긋지긋했던

결혼을 끝낸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에는 아직 어려보이는 그 나이에 이혼녀가 되어버린 차미선은

빅사이즈 패션샵을 운영하는 친구 연화의 도움으로 디자이너겸 인터넷쇼핑 관리자로 거듭난다.

이혼 후 5년이란 시간동안 미선은 지독한 쇼핑중독에 빠져 된장녀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우아하신 친정엄마 유여사에게 양육을 맡긴 채 백화점 명품샾을 순례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맘에 찜해두었던 멋진 트랜치코트를 쟁취하기 위해 나선 쇼핑에서 그녀는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미선은 그 날의 쇼핑이 자신의 평생반려자를 만났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된다.

 

쇼핑중독에 빠져 육아에 통 관심이 없는 딸을 염려한 엄마의 소원을 풀어드릴 겸 심리상담센터를 찾은

미선은 잘 생긴 상담의사 심지훈을 만나게 되고 그의 세련된 감각과 매너에 빠져든다.

'어머머 내가 정말 오랫동안 굶었나봐. 이런 기습적인 키스를 날리다니..'

첫만남부터 찐한 키스로 시작된 두 사람의 애정은 사실 오랫동안 기획된 심지훈의 덫이었음이 서서히 밝혀진다.

 

잘나가는 재벌집안의 둘째 아들인 지훈은 남모르는 비밀을 간직한 아픔이 많은 남자이다.

아버지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생모의 죽음과 형과의 불화와 같은 비밀과 아픔들을 묻어 둔채 이혼녀 차미선에게

돌진하는 지훈의 사랑은 무엇일까.

 

이 작품에서 나는 여러가지 사랑의 유형을 경험한다.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을 되찾기 위해 비열한 짓도 서슴치 않고 결국 한 여자를 제물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

동생을 사랑했던 여자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아낌없이 헌신했던 남자가 막상 자신의 여자가 되자

동생의 여자였다는 기억을 지우지 못한 채 스스로뿐만 아니라 여자마저 파멸시키는 비뚤어진 사랑.

한 남자를 사랑했지만 버림을 받은 채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여자의 슬픈 이야기.

그런 여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았던 남자가 결국 그 여자의 이미지를

간직한 여자를 만나 스스로 닫았던 문을 열고 나와 진정한 사랑을 찾는 남자.

자신이 왜 쇼핑중독에 빠졌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과거의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여자가 자신의

상처와 비슷한 아픔을 지닌 남자에게 낚여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

누가 봐도 뚱뚱하고 여성적인 매력은 눈에 씻고 봐도 없을 것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미남자의 헌신적인 사랑등등..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이 작품이 왜 화제작이 되었는지 이 많고 많은 사랑의 사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누구든 이와 같은 사랑을 경험했거나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있으랴'라는 말도 있듯 우리네 삶은 결코 매끈한 명품만은 될 수 없다.

어딘가 부족한 삶을 채우려면 쇼핑이든 허세든 뭔가로 채워져야만 공허를 매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차미선은 쇼핑으로 자신의 공허를 매우다가 기적같은 사랑을 만나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나게 된다.

 

'내가 소중한 사람임을 일깨워줘서 고마워요.'

서른이 넘은 두 딸아이를 둔 이혼녀와 뚱뚱한 비만녀의 화려한 비상은 마치 내가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승리감을 느끼게 한다. 결코 이러한 사랑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에 남몰래 꿈을 가져보는 상상이 즐겁기만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힐링이 되는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 아닐까.

내가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백조임을 알려주었던 '쇼윈도의 키다리 아저씨'를 만날 행운이 내게도 올수만 있다면.

하는 상상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제법 구성도 탄탄한데다 미선이 속으로 내뱉는 말들 또한 유머와 위트가 가득하다.

더구나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라니...가난한 마음에 뭔가가 꽉 차오르는 것같은 포만감이 엄습한다.

나도 오늘부터 명품관을 기웃거려야 하나. 아님 놀이동산에서 한번 쓰러져봐?

근데 쓰러지다가 육중한 체중에 지진이 나면 어쩌나....일단 살부터 미선이처럼 빼야하는건 아니고?

읽는내내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처럼 행복했다.

어디 심지훈같은 남자 어디 없으려나...에이 효효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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