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아이를 망치는 말 아이를 구하는 말

아이를 망치는 말 아이를 구하는 말 - 1만 명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범죄심리학자가 전하는
데구치 야스유키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9월

아이를 키우는 일은 온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첫 아이를 낳고 육아 때문에 우울증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거의 모든 부모들은 정성으로 아이를 키우고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아이를 가지면서 육아에 관한 책도 많이보고 나름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실제 육아를 하다보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아하게 잘 키우고 싶지만 큰 소리로 야단을 치거나 매를 드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나놓고 보니 내가 과연 잘 대처했었던 것인지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다.

사랑의 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매도 들었던 것 같은데 매보다 더 무서운 것이 말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이란 말은 고대 동굴 낙서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늘 어느 시대이건 '요즘 아이들'은 있었고 앞으로도 말썽장이 대명사로 이어질 것 같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거나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장면을 봐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현실이 참 한심 스럽다.

그 애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식일텐데 왜 그런 못된 짓들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잔소리를 많이해서, 너무 방치해서, 감정적으로 학대를 해서?

분명 잘 자랐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것에는 이의가 없다.

 

어떻게 해야 잘 키우는 것인지. 부모라면 거의 성실하게 거짓말 하지 말고 어른을 공경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자식을 바란다. 하지만 부모나 가족의 '어떤 말'이 비수가 되어 아이를 망치게 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너는 왜 그모양이냐', '그럴줄 알았다'같은 부정적인 말이 아이를

아프게 할 것은 알지만 '형이니까 동생에게 모범을 보여야지'같은 말도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공감해주는 능력. 그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격이 급한 나로서는 아이의 말을 변명이라 여기고 나 할말만 했던 것 같다. 다 들어주고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말해주었더라면 아이가 좀더 따뜻한 아이로 자라지 않았을까.

부모로서 성적표를 스스로 매긴다면 나는 낙제생이다.

돈을 잘 벌어서 좋은 학원에 보내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실컷 배우게 해주고 그런 마음으로만 아이를 키웠던 것 같다. 다정하게 책을 읽어주고 큰소리 치지 않고 잘 들어주고 급하게 튀어나올 말들을 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석에도 연락도 없는 늦둥이 아들녀석에게 나는 어떤 엄마였는지 후회의 감정이 밀려왔던 시간이었다. 비단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뿐만아니라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나처럼 후회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