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사는 킬러 네오픽션 ON시리즈 7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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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한살의 칼잡이 심은옥여사. 과부고 두아이의 엄마이고 실업자다.

당뇨병을 앓다가 차를 몰고 치킨집으로 돌진하여 자살한 남편과 정육점을

했었다. 그 때 배운 칼솜씨로 정육점에 취직했으나 쥔여자가 도박하다가 잡혀가면서

그나마도 못해먹게 생겼다.

 

 

생활정보지를 보고 찾아간 '스마일 흥신소'. 흥신소라는 곳이 떳떳치 못한 일들을 처리하는 곳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킬러'라니. 물론 심여사는 동물의 살을 잘 발라내는 칼잡이이긴 하지만 사람은 잡을 생각이 없다. 하지만 사장이라는 박태상은 7천만원이 되는 금괴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밀린 공과금이며 월세까지 해결할 수 있고 제대후 복학을 앞둔 아들의 등록금까지 해결이 될만한 돈이다. 그래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막판인생인데 뭐를 두려워하랴. 그렇게 심여사는 '스마일 흥신소'에 '킬러'가 됐다.

 

 

박태상의 모토는 '죽일놈(년)들만 죽인다'였다. 그나마 다행이다. 살다보면 '귀신은 뭐하나 저런거 안잡아가고'하는 인간이 꼭 있기 마련이다. 귀신대신 내가 해결하고 돈좀 벌겠다는데.

그렇게 시작된 '킬러' 심여사는 전직 킬러였던 박태상에게 '잘 죽이는 법'을 전수받고

찜질방을 운영하는 여자를 죽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얼치기 무당, 강간범에 선한사람들 돈을 착취한 놈들까지 슬슬 경력을 쌓아갔다.

 

 

'스마일 흥신소'의 박태상은 횟집 칼잡이였다. 돈많은 횟집 사장의 외동딸과 연애하다가 돈보고 붙었다는 오해를 받고 죽음에 이르렀다. 외동딸의 사주로 죽은 인간이 되어

킬러로 살아온 남자다. 어느 날 의뢰자가 부탁한 남자를 죽였고 죽인 남자가 의뢰자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킬러'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흥신소 사장으로 자신의 일을 대신할 '킬러'를 고용한 것이다. 심여사가 바로 그 '킬러'다.

 

 

미군부대근처에서 혼혈아로 태어난 엄마를 둔 준기, 엄마가 하는 하숙집에서 연탄을 갈던 김상호, 직원을 구한다는 전단을 보고 '스마일 흥신소'의 새로운 직원이 된 이성란, '스마일 흥신소'의 경쟁사인 '해피 흥신소'의 나한철, 그의 아내인 미용사 홍미숙등..

등장인물들의 삶은 참 흥미롭다. 그들의 공통점은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죽여야 마땅할 사람들이 널렸고 그런 인간들을 청소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돈까지 따라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킬러'와 피가 난무하는 소설이라 끔찍할 것 같은데 의외로 발랄하다.

누군가는 삶의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심여사도 그랬고 박태상도 나현철도 그랬다.

이 소설은 옴니버스 형태로 각 블럭마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왜 그렇게밖에 살지 못했는지 우여곡절의 이야기가 펼쳐있다. 그래서 돌을 던질 수 없다.

때로 나도 심여사처럼 '킬러'가 되어 죽여 마땅한 인물들을 없애고 싶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전성기작품이라고 꼽았는데 정말 완벽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옴니버스 형태로 잘 버무린 솜씨가 작가가 담근 김장과 양파청이나 매실처럼 잘 곰삭았다.

나이가 들면 작가의 말처럼 삭은 음식들이 그리워진다. 심여사처럼 곰삭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응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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