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 인생의 여행길에서 만난 노시인과 청년화가의 하모니
나태주 지음, 유라 그림 / 북폴리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은 늙지 않는다.

시인은 이 시화집을 내면서 같이 한 화가 유라씨와 에디터인 혜리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손녀뻘되는 아이돌스타와의 협업이 참 즐거웠을 것 같다.

한 분은 문학계의 스타이시니 나이가 무슨 대수이겠는가.

 


 

여전히 천진한 미소를 지닌 시인의 시는 단촐하지만 깊이가 있다.

역시 연륜의 힘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면서 단연코 넘치는 '사랑'의 애틋함이

가득 담겨있다.

 


 

시인은 발밑에 피어있는 풀꽃조차 자세히 봐주었다는데

나는 누군가가 그렇게 오래 봐준 적이 있었던가.

얼마나 예뻤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나도 모르는 나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기억해주는 이가 있을까.

 


 

나이가 들어가니 계절을 이렇게도 느끼는구나.

바람으로도 느끼고 풍경으로도 느끼고 몸으로도 느끼는 것이 계절이다.

온기품은 바람이나 천지를 물들인 꽃이나 그런 계절들은 어여쁘다.

하지만 발뒤꿈치 까끌거림으로 겨울을 느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 같아 아프다.

발뒤꿈치를 사포로 문지르고 크림을 바르면서 겨울이 어서 갔으면 싶다.

 


 

 

이 시가 내 맘에 와 닿은 것은 내가 바로 풍경이 되는 순간

그리움을 잃고 사랑을 잃고 신비감마저 잃는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살다가 닿은 섬이 그랬다.

파람으로 빛나는 물빛이, 하늘빛이 고와서 좋았다.

무심하게 자리잡은 바윗돌들 틈에 핀 풀조차도 거친 바람을

견딘 듯하여 기특했었다.

 

그렇게 미혹하여 닻을 내린 지금 내가 풍경이 되다보니

오래전 그 풍경은 사라지고 나 자신도 사라진 듯 하다.

시인의 말처럼 다만 멀리서 그리워할 걸 그랬다.

 

신축년 마지막 날 만난 싯귀가 유독 마음에 닿는다.

바다를 건너 어떤 인연으로 내 마음에 닿았을까.

아마도 시인은 전생에 내 동무였을지도 모른다.

멀리 떨어져 사는 옛동무에게 편지 한 통 건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가는 해의 아쉬움을 잠시 달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