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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빨간머리 앤
샤론 제닝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소년한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사춘기 시절이었나봅니다.

저 역시 주인공 리나처럼 <빨간머리 앤>과 <비밀의 화원>에 탐닉하며 고아라는 존재에 묘한 호기심을 느꼈고,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보다는 가족들을 신경쓰지 않고 홀가분하게 살 수 있는 존재라고 오해했던 적이 있었어요.

<미운아기오리>처럼 나의 진짜 친부모는 어딘가에 있고, 나는 입양된 고아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하면서,

부모가 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부모님은 친부모가 아닐거라고 믿었던 적도 있었지요.

 

그래서 초반에는 글 쓰기를 좋아하고, 고아에 대한 독특한 환상을 지닌 주인공 리나의 모습에서 저의 사춘기 시절을 떠올렸어요.

비록 소설 속 리나는 12살, 이제 막 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된 소녀로 등장하지만 말이죠.

 

어쨌든 주인공 리나는 퍼거스 아주머니네 잠시 몸을 맡긴 고아 카산드라 조바노비치를 자신이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의 주인공 앤 셜리라고 생각해서 그녀와 진정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싶어해요.

 

처음에는 그저 소설 속 고아에 대한 환상으로, 한때 단짝친구였으나 이젠 앙숙이 되어버린 캐시를 대신해서 '같은 영혼을 가진 이 (<빨간머리앤>에서 절친한 친구를 가리키는 표현)'가 되기를 소망했어요.

 

처음에는 틀이 맞지 않는 두 문짝처럼 연신 삐거덕 거리던 리나와 카산드라였지만, 리나의 극본을 보고 멋진 연극을 열어 보자는 카산드라의  제안에 따라 동네 아이들을 모아 연극을 열면서 극적으로 가까워지게 되네요.

 

하지만 리나가 자신의 비밀 아지트를 공개하고 좀 더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자 마음을 열었을 때도 카산드라는 한발자국 뒤에 서서 자신이 왜 고아가 되었는지,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그러던 어느날, 리나의 부모님이 부부싸움 후에 갑자기 아빠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는 이야기가 나와요.

사실 책의 앞부분은 2주 전에 책을 받자마자 읽었는데 이 부분부터는 2년 전에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이 나서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어요.

 

물론 리나는 장례식장에서 돌아가신 아빠의 모습을 보고서도 아빠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12살 소녀였고, 저는 35살의 아줌마였다는게 다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별 다른 유언없이 갑자기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글에 나온 것보다 더 쉽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리나의 말처럼 '마치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얼어붙고 고요하기만 했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그리고 리나처럼 저 역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보고서도 장례식장에서도 많이 울지 않았어요.

 

물론 저에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으로 쓰러지시다 대퇴골 골절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엄마가 계셨고, 나를 엄마처럼 따라서 내 말 한마디에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여동생이 있었고, 장례식장에서도 돌봐야할 4살 아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저를 더 무디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암튼 그때의 5일간의 잊고 싶으나 잊혀지지 않았던 그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가면서 다음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아마도 이 책을 '알라딘 신간 평가단' 미션 도서로 제공받아서 오늘까지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었다면 아마 영영 이대로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랬다면 카산드라의 숨겨진 비밀을 알지도 못한 채, 아이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뻔한 성장동화이지만, 어른이 되어 읽어보니 세상사가 이 책 안에 다 있었더라라고 말하지도 못할 뻔 했네요.

 

책의 후반부에 리나와 친했던 캐시가 왜 앙숙이 되어 버렸는지, 그리고 그 사건과 관련해서 카산드라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성문화가 일찍 개방되는 서구문화라서 12살 주인공이 겪는 성장동화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고등학생 때나 알았던 내용들이 나와서 살짝 당황했네요.

 

이 책의 저자 샤론 제닝스가 편집자이자 문학상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라고 하던데, 우리나라 정서 상 이 책은 중고등학생들의 성장동화로 읽는 것이 좋을 듯 싶어요.

 

책의 결말부분에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주인공 리나는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추모 시가 목사님 눈에 띄어서 엄마가 강력하게 반대하던 작문반에 가입을 하게 되요.

늘 여자는 간호사나 교사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하면서 작가가 되기를 반대하던 엄마였는데, "네 꿈을 쫓아가렴, 리나!"라는 마지막 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사실 저도 사춘기 때까지는 작가이자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수능성적 따라 가다보니 전혀 엉뚱한 수의사가 되어 버렸네요.

이제 6살인 아들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저는 어떤 말로 아들의 꿈을 응원해줄지 고민이 되는 밤이네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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