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징용이야기야? 라고 찡그린 표정을 짓기에는 우리의 역사가 너무나 아프다. 이제는 그 시절을 겪은 어르신분들도 많이 남아 계시지 않고 그 자식들조차도 비극적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가슴 아파하기엔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 거부할 수도 지워질수도 없는 우리의 역사인데도 우리의 생활속에서 잊혀지는 듯한 것이 바로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삶인 듯 하다. 그런 이야기를 <미실>의 김별아 작가가 조심스럽게 꺼낸 것이 <아미가제 독고다이>란 책이다.

 

그 애비 애미는 천것이었기에 백정의 아들로 자라 백정이기를 거부했으며 양반이 되기 위해 족보를 돈을 주고 사고 양반가문의 여자를 아내로 맞아 가정을 꾸리고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일본놈들에게 굽신거리고 배알까지 빼어줄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 그리고 그 아들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메마르게 써 내려간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그토록 많았던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아프고 속상한 것만 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주룩 흘러내리던 눈물은 비장하고 엄숙한 저자의 문장과 필체속에 쏙 들어간 듯 하다. 그래도 식민지하의 한 일가의 험난한 인생살이가 고스란히 느껴지고 속이 타들어가는 것이 역시 김별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막힌 3대다. 숲에서 양반네들에게 윤간을 당한 할머니가 선택했던 동네 어리숙한 백정이었던 할아버지, 가난한 것도 천한 것도 싫어 동물적인 감각으로 돈을 벌어대고 나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신분 상승만을 꿈꾸는 아버지, 혁명전사가 되어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다 일본놈들에게 고문과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다 결정적 순간 전향해버린 형 경식, 방탕한 생활을 했었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형을 대신해 군인이 되어 가미가제가 되는 나 '하윤식'. 여자들 또한 그렇다. 열 여섯살 인생이 끝나버릴 것 같은 일을 겪었음에도 나름 대처를 잘해 살아남은 할머니, 신여성이었지만 친구의 애인을 가로챘단 소리를 들으며 돈 많이 버는 남편을 얻었지만 쇼핑 종교로 허울뿐인 현모양처의 인생을 이어가는 어머니, 아버지의 도박빛으로 정신대로 끌려가게 된 자신을 구해주는 윤식 대신 형과 결혼을 하게 되는 현옥까지 그 시대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어떻게 살고 있었던 것일까?

 

소설속에서의  한 가족의 삶에는 왠지 비참함이 그리 많이 묻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인생을 이어이어가는 끈질김이 있다. 죽음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때론 희망처럼 비쳐져 운명까지도 비껴가게 하는 그런 모습들에 좀 더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사랑'이다. 신여성인 엄마와 결혼을 했지만 시골아낙네인 조강지처와의 끈끈함을 버리지 못하고, 아들을 전장으로 몰았지만 살아남기를 기원하는 아버지의 사랑도( 돈만 아는 줄 알았는데...) , 모던 보이로 한량으로 보내던 윤식이 한 여자를 통해 순수한 사랑을 알고 가미가제로 곧 죽을 예정이었음에도 열병으로 죽은 형을 대신해 그녀와 그녀의 뱃속의 조카까지 지키리라 지켜야 한다고 되뇌이다 보니 하늘이 도와준 건지 출정을 앞두고 비행장이 파괴되는 행운(?)을 얻게 되는 것도 그놈의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항상 살아봐야 안다. 아픈 이야기였지만 다시는 되풀이 되면 안되는 그런 시간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읽기였다.

 

너의 마차를 별에 걸어라 - 에머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