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케이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퇴마록>의 이우혁작가를 만났던 것은 정말 오래 오래 전의 일이었다. 누군가의 책장에 있던 책을 우연찮게 집어들었고 그 자리에서 홀린 듯 읽었다. 시리즈라고 했는데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책 속의 내용에 빠져 허우적대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후로 저자의 작품을 다시 읽어볼 기회는 없었던 듯하고 그게 다였다.  초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도 생겼었고 흡입력 또한 짱이었으며 더 이상 상상의 끝은 없다고 생각했던 <퇴마록>이었기에  7년만에 새롭게 내어 놓는다는 지금 만나게 되는 그의 새 소설 <바이퍼케이션>에 대한 기대는 높았던 거 같다.

 

미국의 한 소도시 감당할 수 없는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시작되고 베테랑 형사 가르시아와 천재 프로파일러 에이들이 사건을 추적한다. 여자들을 납치 죽인 뒤 그녀들의 내장으로 꽃놀이를 하던 연쇄 살인범 리온은 스스로 배를 갈기갈기 찢어 죽은 채 냉동창고에서 발견되고 뒤틀려버린 발목의 절단, 뱃속의 아이의 죽음, 남편의 자살까지 한꺼번에 불운이 몰려 온 가녀린 여자 헤라 헤이워드는 충격으로 인한 단기 기억상실과 스스로를 헤라클라스라 칭하는 해리성정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밀폐된 집안에서 일가족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고 혼자 살아남은 꼬마 빌리, 택시기사가 자동차로 벽을 들이받는 어이없는 사고, 대중 록스타에게 일어난 폭파사고까지 전혀 별개일 것 같은 사건들과 그들의 이상 행동 뒤에는 하이드라에게서 배달되어 온 카드가 있다.

 

사람의 기억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 이런 능력을 가진 인간이 있다면 세상은 분명 망하고 말것이다. 더구나 그 사람이 남의 아픔이나 고통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면 더욱 끔찍해질 것이다. 헤라도 뱀파이어도 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들조차도 다른 이의 죽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저 목적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할 뿐이다. 물론 어린시절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가르시아와 사랑하던 누이의 훵한 눈과 부패되어가던 시체를 본 기억을 가슴에 담고 있는 에이들은 자신이 가진 상처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충격속에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어  범죄자들을 찾아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을 주면서 죄를 벌해 죽게 만든 새로운 기억까지도 또다른 짐이 되어 점점 더 암울해지고 스스로를 옭아매어간다. 그래서 더 잔인해지고 더 악랄해지는 것은 아닌지.

 

<바이퍼케이션> 원래 불확실한 결과를 뜻하는 수학용어라는 제목처럼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한국적인 것에서 벗어나 서양신화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로마신화가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의 서구적 이름마저도 신화속의 주인공들인 열두과업을 완성해야 하는 헤라클래스, 헤라클래스에게 열두개의 목이 잘린 하이드라를 따라가고 있다. 인격의 분할을 겪고 있는 듯한 헤라속에 들어있는 헤라클래스의 존재감은 소설의 큰 축이며 카리스카 짱인 헤라클래스와 뱀파이어, 가르시아와 에이들,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하이드라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과 반목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인간에게서는 일어날 수 없을 듯한 초능력적 아니 탈인간적 능력에 대한 표현은 잔인하지만 깔끔하고 몰입적이며 사건과 사건이 물고 물리며 한 곳을 향해 나아가는 탄탄한 플롯과 등장인물들이 지닌 독특한 캐릭터들은 최고인거 같다.

 

분량이 많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현실과 신화의 시공간이 함께 존재하고 스릴러로서의 맛도 오컬트적인 맛도 듬뿍담겨 읽는대 시간가는 줄은 몰랐던 듯 하니까. 다만 아직도 빌리의 병실에서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끼익끼익 하는 헤라의 휠체어 소리가 들리는 듯 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다는 휴유증이 좀 있다는 정도가 아쉽다면 아쉬울까 ^^ ( 읽어보시면 무슨 내용인지 아실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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