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타를 믿습니까 ㅣ 이야기강 시리즈 4
정은주 지음, 이미성 그림 / 북극곰 / 2021년 12월
평점 :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의 줌수업.
수업이 끝난 후 잠깐의 시간에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우리는 다 아파트에 살잖아요. 산타 할아버지는 굴뚝도 없는데 어떻게 들어오세요?"그러자 순식간에 컴퓨터가 터져나갈 듯 떠들썩해졌다.
"야! 산타는 없어. 그거 다 엄마 아빠야!"
"아냐. 있어. 근데 산타는 사람이 아니니까 집모양에 상관없이 전세계 어린이한테 선물을 주는거야!"
"아냐. 우리 엄마가 산타 없댔어! 엄마 말 잘 들어야 선물 준댔어!"
"넌 안 믿으니까 너네 엄마가 주는거야!!"
별안간 시작된 흥미진진한 토론.
안 듣는 척 하면서도 귀가 쫑긋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호랑이같이 무서운 담임선생님이 모두 조용히 하라며 수업을 시작하는 바람에 토론의 결과는 알수없이 끝나버렸지만 산타를 주제로 한 어린이들의 대화는 아주 인상깊게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 기억 때문에 이 책<산타를 믿습니까>에 관심이 더 갔던 것 같다.
<산타를 믿습니까> 는 세 편의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인 <산타를 믿습니다>에는 산타를 믿고 있는 아이, 세아가 등장한다. 산타를 믿지 않는 현지는 세아를 놀리는 것으로 모자라 교실에서 산타를 믿는지 여부로 투표를 진행하는데, 아이들이 산타를 주제로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어찌나 내가 훔쳐들었던 그 토론과 똑 닮았는지.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산타의 유무보다도 세아의 믿음과 함께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다. 똑같은 믿음, 혹은 똑같지는 않아도 함께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천역덕스러운 우정. 세아와 함께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그저 잔잔한 웃음만 난다.단 한 명이라도 같이 믿어주는 이가 있다면 힘이 난다, 나와 달라도 이런 나와 함께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친구가 있기에 어찌됐던 세아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산타를 믿는 세아와 친구 우람이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어떤 소원을 빌었을지, 아이들은 과연 눈치챘을까?
<조기 경제 교육>은 영재로 판명난(?) 동생 때문에 은근슬쩍 차별당하는 언니 유나의 이야기다. 동생에게 하나씩 하나씩 강제로 양보해야 했던 것이 많았던 유나는 나름의 경제 관념을 동원해 동생과 거래를 하는데, 이것들 두고 부모님과 팽팽한 설전이 벌어진다. 가족들 맞은 편 저울에 홀로 앉은 유나를 그린 삽화를 보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부모님이 대수롭지 않게 의심을 하고 상처를 줄 때 가족 안에서 혼자임을 느끼는 유나의 외로움을 잘 담아낸 느낌. 하지만 기억을 잘 하고 용서를 잘 하는 게자리 유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많은 것을 용서하며 가족 내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모래 놀이터>는 씁쓸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의 순수한 관계가 어른들의 시선으로 얼마나 오염염되고 단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동화.
"너 이 아파트 사니?" 몇 번이나 나오는 이 질문은 결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 이유를 어떻게 가져다 붙이든간에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조차 필터가 덧씌워지는 아주 오래된 관행.비록 어른에 의해 잘려져나간 추억이라 해도 아이들이 부디 추억을 어루만지며 안아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주길 바라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어른이 되길 바란다. 스스로 답을 찾고, 함께 할 친구를 찾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기를.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산타를믿습니까 #어린이동화 #경제 #교육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 #모래놀이터 #조기경제교육 #우정#차별#놀이터 #동화책추천 #초등학생동화#어린이동화 #북금곰출판사 #정은주 #고학년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