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 - 시인 장의사가 마주한 열두 가지 죽음과 삶
토마스 린치 지음, 정영목 옮김 / 테오리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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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장의사가 마주한 열두 가지 죽음과 삶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
시인이고 장의사인 저자를 떠올리며 '묻다'라는 말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는 제목부터 첫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이곳에서는 24시간 내내 아무 때나 죽으며, 어느 요일, 어느 달을 선호하는 것 같지 않다.계절 쪽으로도 분명하게 좋아하는 때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장의사다. 죽음은 필연적이고 늘 있는 일이며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일로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장의사에게 삶은 어떤 것일까?

죽음과 시와 가족과 사랑이 모두 들어 있는 이 책은 무척 독특하다. 그는 그가 치르는 장례의식은 죽은 자보다는 남은 산 자를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죽음은 끝이고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죽음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삶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것에서 위험을 보았기에, 늘 재난이 눈앞에 있었다."
장례지도사로서 숱한 죽음을 보아온 아버지의 두려움을 이해한 순간, 그 역시 두려움을 배우게 된다. 그는 모든 죽음에서 자식들을 보게 되고 두려워하고 분노한다.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민한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살았다고, 우리가 죽었다고, 우리로 인해 이런 것이 달라졌다고 말해 줄 증인과 기록 보관자가 필요하다. 죽음이 의미가 없는 곳에서 삶은 의미가 없다."
결코 죽음에 어떤 효용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우리에게는 기억해야할 죽음이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슬퍼해야 합니까? 라고 물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나는 그들에게 이 글을 읽게 하고 싶다. 죽은 사람들을 삶으로 데려오기 위해, 죽음을 우리 가까이 두기 위해, 죽음을 잊지 않고 항시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어쨌든 살아남아서 무엇인가를 남겨야 한다고.

그에게 죽음은 비지니스면서 삶이면서 시다. 죽음을 일로 대하지만 결코 그 일을 가볍게 대하지 않는다. 그 죽음들은 곧 그의 삶이며 또한 모두 그의 죽음이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으면 대체로 '이렇게저렇게 살아야겠다.'는 감상이 남지만 이 책은 달랐다.
"어찌되든 살아야겠다."
기쁨도 고통도 어찌됐던 살아있기에 느끼는 것이니까. 죽음 이후의 슬픔도 산 자의 몫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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