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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다이어트의 정석
유혜미 지음 / 모티브 / 2025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다이어트를 '살 빼기'와 동일시하게 되었을까? 체중계 위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만을 성공으로 여기며, 거울 속 초라해진 얼굴과 활력을 잃은 몸을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 이번에 읽을 기회가 있었던 유혜미 원장의 <저속노화 다이어트의 정석>은 이러한 기존 다이어트의 맹점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체중 감량인가, 아니면 젊고 건강한 삶인가? 이 책이 제시하는 '저속노화 다이어트'는 노화의 속도 자체를 조절하려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다.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온 저자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현대인들의 진짜 고민을 간파했다. 살을 빼고 나서 오히려 더 늙어 보이는 현상, 극단적인 식단 조절 후에 찾아오는 요요 현상, 그리고 무엇보다 다이어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생활의 리듬과 활력까지 말이다.
현대 의학이 제시하는 새로운 명제는 단순하면서도 혁명적이다. 나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노화의 '속도'가 진정한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다이어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저속 노화 다이어트는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노화의 속도를 늦추면서도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통합적 전략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마주하는 딜레마가 있다. 살은 빠지지만 얼굴이 늙어 보이고, 체중은 줄었지만 활력은 사라지는 현상이다. 이는 잘못된 감량 방식이 근육과 수분을 함께 빼앗아가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진정한 저속 노화 다이어트는 이러한 함정을 피하면서, 오히려 젊어지는 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화는 피부 표면의 주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진정한 노화의 시작점은 우리 몸 깊숙한 곳, 바로 내장지방의 축적과 기초대사율의 저하에서 찾을 수 있다. 내장지방은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 염증성 물질을 분비하는 활성 기관이다. 이 염증성 물질들이 혈관을 손상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전신의 노화를 가속화한다. 기초대사율의 저하는 이러한 악순환을 더욱 심화시킨다.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찌기 쉬워지고, 피로감이 증가하며,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잘못된 생활 습관과 급격한 체중 감량이 누적된 결과인 경우가 많다.
현대인들이 흔히 시도하는 극단적 저칼로리 다이어트나 단식은 단기간에는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사를 더욱 둔화시킨다. 몸이 생존 모드로 전환되면서 근육량을 줄이고, 기초대사율을 낮춰 에너지를 보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요요현상은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극단적 접근이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시킨다는 점이다.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는 증가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이나 무월경이 발생할 수 있으며, 남성의 경우에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할 수 있다.
저자는 대사 복구를 위한 4가지 핵심 전략을 소개 한다. 먼저 단백질은 저속 노화 다이어트의 첫 번째 기둥이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 - 근육, 피부, 호르몬, 효소, 면역세포 - 이 단백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수면 중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작용하려면 충분한 단백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체중 1kg당 1-1.5g의 단백질 섭취가 권장되며, 가장 중요한 시점은 아침 식사다. 아침에 섭취하는 단백질은 하루 종일의 식욕 조절과 근육 보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아침에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한 그룹은 체중 감량 과정에서도 근육량을 거의 유지할 수 있었다. 단백질의 분산 섭취도 중요하다. 한 끼에 몰아서 섭취하기보다는 세 끼에 골고루 배분하여 섭취할 때 근육 합성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근육 단백질 합성이 일정한 간격으로 자극받을 때 최적화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외에 여러가지 논문과 그 결과에 대해 상세 설명해 준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하면서 심각하게 생각하는 탄수화물... 탄수화물을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탄수화물은 뇌의 주요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의 활동에도 필수적이다.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은 초기에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면역력 저하, 피로감 증가, 생리 불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고강도 운동을 하거나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서 T세포와 NK세포 같은 핵심 면역세포의 활성이 저하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부족이 아니라 면역 시스템 자체의 기능 저하를 의미한다.
저속 노화 다이어트의 핵심은 거대한 변화가 아닌 작은 습관의 축적이다. 매일 양치질하면서 하는 스쿼트, 물을 마시러 갈 때의 제자리걸음, 잠들기 전 5분간의 명상이나 감사 일기 쓰기 등 사소해 보이는 행동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이러한 미세한 습관들은 의지력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어 지속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존의 루틴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생활의 일부가 되기 쉽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만능 다이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체질, 생활 환경, 스트레스 수준, 기존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의 신호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에 맞게 조절해나가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저속 노화 다이어트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총체적 접근법이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선을 통해, 나이가 들어도 활력을 잃지 않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때로는 실패하고 후퇴할 수도 있지만, 다시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 회복력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저속 노화의 핵심이다. 120세 시대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한 여정은 오늘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