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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 1% 부자들의 탈무드 실천법
테시마 유로 지음, 한양심 옮김 / 가디언 / 2013년 11월
평점 :
■ 유대인은 참으로 독특한 민족이다. 민족이라는 집단은 기본적으로 피와 문화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 동질성을 유지시켜 주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땅'인데, 이 유대민족은 땅 한 쪼가리 없이 긴긴 세월 떠돌아 다니며 핍박과 고난의 세월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유지해왔다. 이들의 동질성은 다른 민족들과는 달리 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바로 종교와 교육이 아닐까 한다. 신이 선택한 민족이라는 강한 종교적 자부심은 이들이 흩어져서 어렵게 사는 동안에도 다른 민족에 융합되지 않고 버티게 된 동력이 되었고, 탈무드가 상징하는 그들의 실천적, 실용적 교육은 생존의 기반이 되어준 것이 아닐까 한다. 세계 인구의 0.25%(약 1천5백만 정도?)임에도 불구 노벨상 수상자의 20%, 세계 부자 400명 중 15%를 점유하고 있는 유대민족의 우수성은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우수성과 생존의 비결은 종교와 교육에서 찾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 이 책 '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유대민족의 우수성, 그 중에서도 특히 비지니스 세계에서의 우수성의 원인을 탈무드의 지혜에서 찾는다. 탈무드 중에서 비지니스와 관련된 부문들을 발췌하여 현대 경제와 상거래에 있어서의 시사점을 찾는 방식이다. 탈무드에서 찾는 경영원칙이라고나 할까? 이 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탈무드와 유대민족이 '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철학이다. 대다수 종교나 윤리규범들이 노동을 하찮게 여기고, 부와 이의 축적을 죄악시하고, 정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가치 등을 중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의 윤리규정인 유교가 대표적이지 않는가? 청빈하더라도 고고한 선비의 이미지가 유교의 이상적인 인물상인 군자의 이미지다. 하지만 탈무드는 아주 직접적으로 '돈'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돈으로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 '이 세상에서는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또 그것을 마음껏 쓸수 있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사람이다.' 이런 것이 탈무드의 가르침이다. 탈무드에서는 자기가 노동이나 경제활동을 통해서 자기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지혜를 많이 쌓은 랍비가 이상적인 인물상이다. 너무 다르지 않는가? 돈의 중요성은 민족과 종교를 달리하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내심 가장 중요한 것인데, 대부분은 이를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죄악시 한다. 반면 유대인은 이런 겉멋을 부릴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선 체면 차릴 것 없이 우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상황이 '돈'에 대한 철학을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구축하게 했을 것이다. 그런 사상이 오늘날 경제적으로 성공한 유대인들의 기본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부를 축적하는 방법론 부분에서도 탈무드는 많은 실용적 지침을 담고 있다. 이 방법들은 대단히 정공법적이며 장기적인 시각을 기본으로 한다. 신뢰를 구축하고 정직해야 하며,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며,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크게 키우며, 사전에 정보를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를 하며, 계약은 치밀하게하며,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것 등이 주요 충고들이다. 이러한 탈무드의 방법론들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그야말로 정공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상식적으로는 당연한 기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불확실하고 복잡한 경제여건 속에서 기본지키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대민족이 큰 부자를 내는 비결은 탈무드 교육에 의해 이런 경제관념이 어려서부터 형성된 것이지 않나 싶다.
■ 이 책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기획취지는 좋았으나 결과는 별로가 아니었는가 싶다. 탈무드라는 훌륭한 소스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풀어낸 방식은 좀 중구난방이며, 그리 수준이 높지도 않다. 저자가 유대문화 전문가인지는 모르겠으나, 비지니스에 대한 베이스는 별로 깊지 않은 것이 확 드러난다. 오히려 중간중간에 (해석없이) 있는 탈무드 원전들과 우화들이 훨씬 재미나고 기억에 남고, 유대인 부자들이나 경제학자의 실명 사례들이 더 좋다. 비전문분야에 욕심을 내기 보단, 공저자를 두거나 (보통 비지니스 서적엔 흔한일이다), 아님 탈무드 자체의 비지니스 관련 원문들을 더 많이 인용해왔더라면 휠씬 좋았을 것이다. 많이 아쉽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