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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의미
마이클 콕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감동에 사로잡혀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오프라인서점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봤을 때 가장 눈에 띈 건 ‘찰스 디킨스와 코난 도일이 살아 돌아온 듯하다’는 문구였다. 사실 대부분의 책들이 홍보를 위해 조금은 과장된 단어나 문구를 사용하여 독자들에게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강조를 하기에 설마 이 책의 저자가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아서 코난 도일’과 견줄만한 작가인가 라는 의구심도 들었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겨 서문을 읽었을 때 이 책은 허구가 아닌 고백록적 기록이며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독특한 자필 원고를 대부분 문자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라는 말에 드러나지 않던 비밀과 감추어졌던 진실이 이 책을 통해 후대에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흥분으로 이 책의 스토리가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고 마치 캠브리지 대학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손에 쥔 듯한 느낌 또한 들었기에 그런 호기심과 기대감이 이 책을 읽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밤의 의미』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다음 장의 내용들이 궁금하여 660p 되는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단숨에 읽게 하는 가독성과 기대감은 단연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이기에 영국의 과거시대상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든 의복과 식사와 주거 공간을 통해 그들의 삶을 친숙하게 느껴 볼 수 있었으며 근대의 교통수단과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는 편지를 기다리는 주인공의 모습 속에 나 또한 편지를 기다렸던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 식민지 시대와 신대륙을 꿈꾸며 부를 축적하려던 인간의 욕망과 그 당시 교육 시스템 그리고 중세시대의 다양한 책들의 언급들이 자연스레 녹아져 이 책의 바탕을 이루며 그 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사랑, 배신, 운명, 복수,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주인공인 ‘에드워드 글랩손’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치열한 지적 싸움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다음 장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뛰어난 저자의 필력은 독자들에게 깊은 밤까지 혹은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이 책을 붙들고 있게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중심 테마를 설정해 본다면?
많은 이야기들 중 단골 소재가 되는 것은 출생에 대한 비밀일 것이다. 이 책 역시 출생에 대한 비밀과 그 비밀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의 지적 스릴러가 압권이다.
둘째는 사랑이다. 사랑에 눈이 멀어 상대방을 속이며 사랑으로 인해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고 해도 담담히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 속에 사랑이란 단어의 정의도 생각해 보며 나에게도 그런 사랑을 이라는 생각을 꿈꿔 보기도 하지만 때론 위험한 사랑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까지 그 사랑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오늘날의 인스턴트 식의 사랑에 물들고 사랑마저 경제적 가치관에 희석된 나에게는 역시나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하지만 외모라는 매력적 이유로 사랑에 빠진 그들이 자신의 목숨까지 신에게 맹세를 한다는 것은 그 사랑 역시 허무함이라는 허울 속에 자신의 이기심을 포장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셋째는 복수다. 주인공이 “복수는 기억력이 좋아”라고 말을 하는데 ‘복수’에 의한 희생양이 된 주인공과 그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함 그리고 자신 역시 ‘복수’를 다짐하며 그 한 순간을 위해 무고한 살인마저 연습이라 생각하는 잔인함 그러나 ‘복수’가 현실이 되고 그 순간에 쾌감을 느끼는 나 또한 그 복수가 정의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복수’는 ‘양날의 검’ 혹은 ‘동전’과 마찬가지로 어느 하나 만을 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때론 그 잃는 것으로 인해 자신마저 파멸로 이끌기 때문이다.
넷째, 실화일까? 허구일까? 소설이라 하면 허구적 이야기인데 이 책을 다 읽고도 이 책의 내용들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쉽게 구분이 안 간다. 그 이유는 그만큼 이 책의 내용들이 독자들에게 사실이라는 신빙성을 주고 있기 때문인데 각주를 통한 주석과 현존했던 실재 인물들의 등장 그리고 저자의 자서전적 고백록이라는 서문은 오히려 이 책이 허구라는 언급을 할 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유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각자 개인의 몫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감동 속에 사로잡힌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지막까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세계 그동안 지적 스릴러에 굶주렸다면 자신 있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