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 소외된 노동계급의 목소리에서 정치를 상상하기
제니퍼 M. 실바 지음, 성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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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도 힘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사각지대에 살아가는 유령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힘이 없고, 반면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목소리는 계급의 힘을 입어 크고 멀리 울린다.

이런 목소리의 불평등은 신자유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라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한 방임하고 지나치게 된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굳이 이런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피로사회에 절여진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은 미국의 가난한 노동계급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의 생활과 불평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을 해온 저자 제니퍼 M. 은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심각하게 황폐해진 미국 동부의 펜실베이니아 탄광촌인 콜브룩으로 떠난다. 가난과 폭력, 쉽게 노출된 마약과 관련범죄가 넘쳐나는 탄광촌에서 저자는 분노와 경멸, 냉소가 깃든 삶을 마주한다.

희망과 구원은 없는 땅과 같은 이곳에서 이 죽은 공동체에 어떤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독자인 나는 책을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왜 이들의 하루하루의 일상이 이렇게 힘겨운지, 부정적인 감정의 기조가 어디서 부터 오는지, 결국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인지, 다각도로 면밀히 생각해 보게 된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을 저술한 저자의 목표지 않을까 싶다. 바라보고 생각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사실들. 그것을 아는 것. 그리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

또 여기서 이 책의 특수성이 나오는데 문제의 해결책을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게 아니라 당사자인 가난한 노동계급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고 생생하고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이다. 그 표현방식이 너무나도 깊은 정치적인 소외와 자기파괴적인 고립에서 나오는 묘사라는 점이 좀 안타깝지만, 그렇기에 더 독자에게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우리는 하나의 개인으로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 내가 겪고 있는 불이익과 불평등, 부딪히는 수 많은 문제들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사회 구조와 정치적인 소외, 평면적인 제도에서 나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미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고, 복잡한 이익 구조 안에서 각각의 개인들이 살아남아야하기에 이런 고통에서 오는 집단행동과 실제의 삶과 연결되는 정치적인 경관은 반드시 알아야하고 이 책은 그 이해를 도와주는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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